'스타 성우', 꼭 필요할까?

조회수 2017. 7. 10. 15: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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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게임이 되려면 '스타 성우'가 필요할까?

콘텐츠 분야에서 '스타'가 갖는 위상이란 막강하다. 높은 인지도 덕분에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쉽게 관심을 갖게 만드니까.


콘텐츠의 홍수 시대. 단 한 번이라도 더 사람들의 눈에 띈다는 것이, 아주 잠시라도 더 사람들의 기억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파워를 갖는가. 말해봐야 입만 아플 뿐인 당연한 이야기다.


게임도 콘텐츠의 한 갈래이니 마찬가지. 수많은 게임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더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게 마련이다. 그 중 스타 성우를 기용해 더빙 작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부쩍 자주 보인다.

보통 스타는 각자의 본업 외에도 얼굴이나 몸매, 패션 등 외적인 요소로 주목 받을 때가 많다. 이에 비해 성우는 철저하게 목소리로 자리매김한다. 외적인 이미지 대신 목소리를 듣고 상상하는 이미지가 주가 된달까.

사람의 목소리는 절대적인 고유함을 갖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성문(聲紋, voice print)이라는 표현도 있지 않은가. 성우들은 매번 혼신을 다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목소리 기저에는 그 성우만의 고유한 느낌이 깔려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유의 색깔이 사람들로 하여금 '익숙함'을 느끼게 만들고, 그로 인해 인지도를 점차 높여가며, 결국 '스타 성우'라 불리게 만드는 거지만.


타고난 음색 하나로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왠지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을 것만 같은 성우들이 몇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김기현 성우. 배우로 활동할 때도 많아서 목소리 못지 않게 얼굴도 잘 알려진 분인데, 듣자마자 딱 알 수 있을 만큼 뚜렷한 목소리의 대표 주자라 하겠다. 

김기현 성우는 <스타크래프트 2>의 제라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킬제덴 목소리 등 무게감 있는 저음을 맡는다. 아, 오래 전 <창세기전 3>를 한창 플레이하던 당시, '크림슨 크루세이더' 에피소드에서 존재감을 담당(?)했던 죠엘 남작 역시 김기현 성우의 목소리가 들어갔었다.

▲ 굵직한 저음 성우 3인방. 좌측부터 제라툴의 김기현 성우, 브란 브론즈비어드의 노민 성우, 볼리베어의 시영준 성우

창세기전을 떠올리니 패키지 가이드북에서 봤던 다른 성우들도 생각난다. 명작으로 꼽는 게이머가 많은 시리즈였고 본인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던 만큼, 당시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들도 매번 반갑게 느껴진다. 특히 살라딘 역의 김승준 성우와 버몬트 역의 구자형 성우, 크리스티앙 역을 맡았던 강수진 성우는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라서 더욱 자주 들었던 목소리들이다. 

김승준 성우의 최근 이력 중 익히 알려진 것으로는 <오버워치>의 '솔져: 76'이 있으며, 구자형 성우는 지난 3월 <진삼국무쌍: 언리쉬드>에서 12년 만에 '유비'의 목소리를 연기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강수진 성우는 <스타크래프트 2>의 인성… 아니, '아르타니스'로 무수한 패러디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원피스> 한국어판에서 주인공 '몽키 D 루피' 목소리로 강수진 성우의 목소리를 수없이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 <창세기전 3> 세 개 에피소드의 주인공들. 좌측부터 '살라딘'을 맡았던 김승준 성우, '버몬트 대공'을 맡았던 구자형 성우, '크리스티앙 데 메디치'를 맡았던 강수진 성우

<진삼국무쌍 언리쉬드>는 본래 콘솔과 PC패키지로 나오던 IP를 모바일로 이식한 사례다. 본래 <진삼국무쌍>은 매 시리즈마다 여러 성우들을 기용해 목소리를 선보인 바 있으니,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성우 녹음을 빠뜨릴 수 없었을 것이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스타 성우들의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지널 모바일로 나오는 게임들도 많은 성우들을 기용하는 일이 종종 있다. 조금이라도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기대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블락비 지코와 위너 송민호를 광고 모델로 섭외했던 넷마블의<펜타스톰>은 AoS라는 장르 특성상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각각의 캐릭터성을 살리기 위해 많은 성우를 기용했는데, 역시나 익숙한 이름이 많이 보인다. 

▲ 김기현(토로), 강수진(반헬싱), 박지윤(초선), 김영선(조운) 등 유명 성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런가 하면 성우의 이름값을 내세워 게임 브랜딩에 활용하는 전략도 볼 수 있다. 현재 사전 예약을 진행 중인 카카오게임즈의 <음양사 for Kakao>에는 애니메이션 <나루토>에서 '사스케' 역을 맡았던 김영선 성우와 <마법소녀 리나>의 '리나', <달의 요정 세일러문>의 '세라' 역을 맡았던 최덕희 성우가 참여했다.

목소리는 물론 외모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김영선 성우는 <녹스>의 게임상 주인공 '잭', 그리고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아서스 메네실'의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다. 또, 최덕희 성우는 <창세기전 3>에서 살라딘의 썸녀(?)였던 '얀 지슈카'를 연기했던 성우다.

▲ 쓰다보니 남자 성우만 너무 많이 거론된 것 같아서 여자 성우 분들도 추가! (좌측부터 서유리 성우, 소연 성우, 이용신 성우)

최근 게임들과 관련된 소식을 찾다보면, 성우를 일종의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성우라는 직업과 그들의 활동에 관심을 가질수록, '이 분이 이 캐릭터를 했었어?' 라고 홀로 감탄하게 되는 일도 적지 않다.

유명 성우들의 팬덤은 때때로 여느 연예인 못지 않을 때도 있다. 대중매체에 얼굴이 직접 노출되는 일이 별로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적을 뿐이다. 물론 <오버워치>의 겐지를 맡았던 김혜성 성우처럼 적극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성우들이 거느린 팬 중에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어간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향유하는 이들도 많고, 그들은 대개 스스로 나서서 입소문의 허브가 되기도 한다. 어떤 성우가 맡은 캐릭터 하나하나가 인기를 끌다보면 게임 자체가 유명세를 탈 수는 있을 테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기억할만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인디 개발사에서 성우를 기용하는 일도 꽤 많다.

흥행이 게임 자체의 가치를 결정하는 절대적 척도일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마다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흥행이 목표가 되는 일은 흔하다. '현실적인 이유'라는 건, 생업으로서 게임을 만들든, 작품으로서 게임을 만들든 예외없이 적용되는 법이니까.

흥행이란 어차피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법. 유명 성우의 이름값이 꼭 게임의 흥행을 보증해주지는 않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게임의 퀄리티를 보다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데, 조금이라도 더 '잘 만든 게임'이 되기 위함이라면 다양한 성우들을 기용하는 건 그다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 아닐까.

▲ 스마일게이트의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도 더빙 작업을 위해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국내 성우를 물색 중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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