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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2017.04.19. 작성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

유기묘 출신 사랑둥이 심바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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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


도형 씨는 유기동물보호단체 ‘멍냥부족’의 부족장이다. 그의 아내 지혜 씨도 ‘멍냥부족’의 일원이다. 웃는 모습이 닮은 이 부부는 여러 동물보호소를 방문하며 봉사활동을 하고, 그 중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를 ‘멍냥쉼터’로 데려와 치료하고 입양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제각기 사연도 성격도 생긴 것도 다른 여덟 마리의 고양이와 더불어 살고 있다. 참기름, 깨소금, 아쿠, 이르, 반페, 아루, 간장, 심바. 그 중에서도 심바는 가장 마지막에 가족이 된 사랑둥이다. 




로망묘가 지금 여기


심바는 어떤 고양이인가. 뒤집힌 두 귀는 꽃잎을 닮았고, 바다를 닮은 눈은 청명한 빛을 띄고 있다. 크림색의 긴 털과 말랑한 발바닥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처음 만나는 방문객에게 촉촉한 코로 뽀뽀를 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마음에 드는 이를 쫓아가서 까칠한 혀로 손바닥을 계속 핥아주고 발라당 누워 배를 보이며 나를 보라고 몸부림치기도 한다. 연신 표현하는 애정에 정말 불과 6개월 전에 2.5kg 남짓한 유기묘였던 게 정말일까 싶을 정도로, 심바는 오로지 사랑밖에 모르는 모습이다.


작년 가을, 도형 씨는 인천 수의사회 협회 보호소에 들어왔다는 아메리칸 컬 고양이 소식을 들었다. 그에게 도착한 동영상 속에는 다 말라서는 뼈와 가죽밖에 남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다. 털이 남아 있는 부분은 기껏해야 한 두 줌 정도. 눈자위는 흐릿했고 이빨은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심바였다. 


다 죽어가는 몰골에도 ‘이 애를 쉼터로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 생각을 곧장 실행하지는 못했다. 그가 이끄는 멍냥부족이 쉼터에서 돌보기로 약속한 고양이는 열 마리였고, 그 중 한 마리 이상이 입양을 가야 빈자리에 다른 고양이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는 한 달이 지났을 때에야 났다. 다행히도 심바는 그 때까지 살아남아 있었다. 



운명이 아니고서야

 

도형 씨는 곧바로 심바를 쉼터로 데려왔다. 가죽밖에 남지 않은 몸에 피부병 등 온갖 병은 다 가지고 있는 아이. 심바는 아마 번식묘로 살며 암컷을 임신시키는 데 쓰이고 쓰이다가 버림받은 듯 했다. 희뿌연 눈, 부족한 단백질, 녹아내린 이빨 등의 처참한 몸 상태가 그 증거였다.

 

심바는 병원에서 두 달을 지내고서야 쉼터로 돌아왔다. 멍냥부족의 아낌없는 재정적 지원과 따뜻한 관심이 있어 가능했다. 몸을 회복한 심바는 입양을 원하는 어떤 이의 집으로 옮겨졌다가, 가출을 했다. 도형 씨와 지혜 씨 부부가 고양이 탐정을 고용해 심바를 다시 찾았다. 그 길로 심바는 부부의 평생 자식이 됐다.

 


“심바가 정말 바깥세상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어요. 입양을 한 번 갔을 때 가출을 한 건… 우리랑 같이 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나 좀 찾아가라고요.” 지혜 씨의 말에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 심바는 지혜 씨에게 온 몸으로 사랑을 전하는 데 묘생을 보내고 있다. 마치 지혜 씨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지혜 씨가 자다가 화장실을 가면 심바는 눈도 못 뜨고서 비몽사몽 지혜 씨를 쫓아간다. 지혜 씨의 몸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건 일상이다. 부부는 ‘심바의 남은 생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우리가 그 삶을 책임지고 싶어서’ 심바를 막내아들로 삼았다고 한다. 그런데 함께 있는 모습을 보자면 사실 심바도 이 착하고 올곧은 부부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주고 싶어서 부모로 삼은 건 아닐까 싶다. 



그대의 사랑은 나의 것

 

심바는 부부의 따뜻한 사랑 속에서 고양이로 사는 법, 자식으로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고양이들끼리의 결투법도 모르고, 하악질도 모르고, 가위나 손톱깎이 등의 물체에는 강박적일 정도로 집요하게 관심을 가지는 이 아이. 부부가 모르는 처참한 삶을 짐작하게 하는 안쓰러운 행동에 아직도 안타까운 탄식이 간간히 흘러나온다.

 

“저희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를 말하는 건, 근본적으로 생명을 팔고 사는 악순환을 끊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고양이를 매매의 대상으로 삼으니까 고양이 공장이 있고, 심바 같은 번식묘가 사라지지 않고 있죠.” 부부의 마음을 아는 걸까, 심바가 또 와서는 자신의 뺨을 아빠의 주먹에 비볐다. 심바의 살가운 사랑에 진지하게 굳었던 부부의 얼굴이 환해졌다.



부부는 심바가 이제 고양이로서 걸음마를 떼는 중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글쎄, 심바는 이미 프로사랑꾼이라서 엄마와 아빠를 행복하게 만드는 생명체로서는 이미 득도했지 않나 싶다. 지금 이대로만 해도 충분하다. 바라는 건 모쪼록 심바가 그 사파이어빛 눈동자로 오래오래 집사 부부를 바라보는 것, 하루라도 더 오래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 묘생이 행복으로만 가득 찰 것이라는 사실에는 한 치 의심도 없으니까.  



 


CREDIT

에디터 김나연

사진 엄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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