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 강아지 '한 개' 주세요

조회수 2018. 2. 25.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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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펫샵의 진실.

Based On True Story

 

오늘도 A 씨는 펫샵으로 출근한다. 잠긴 문을 열고 조명 스위치를 켠다. 통유리로 된 매장은 커튼으로 가려진 채다. 출근한 A 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있는 유리장을 청소하는 일.


마스크를 하고, 하얀 장갑을 양손에 낀다. 한 손에는 락스, 다른 한 손에는 하얀 수건을 들고, A 씨는 유리장 안을 닦는다. 락스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코를 찌른다. 매일 A 씨는 수십 개의 유리장을 닦아낸다.

 

오늘은 아이들을 샤워시키는 날이다. 삼일에 한번 하는 샤워날이 돌아온 것이다. 샤워가 끝나면 A 씨는 아이들의 눈과 귀를 청소하고, 뭉친 털이 없을 때까지 빗질을 한다. 강아지들은 아직도 이 일이 익숙하지 않은 듯 낑낑거린다.


뒤에서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A 씨는 빗질까지 마친 강아지를 신상정보가 적힌 유리장 안에 옮겨놓는다. 문이 닫히자 강아지는 유리장을 기어 올라가려 안간힘을 쓰다 이내 미끄러져 바닥에 곤두박질친다.

 

한편, 2개월 동안 분양되지 않은 강아지들은 하루가 다르게 덩치가 커져 A 씨의 걱정을 산다. 그만큼 유리관의 공간도 점점 좁아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몇몇 아이들은 한 공간에서 식사와 배변을 같이하면서 자신의 변을 먹는 ‘식분증’을 갖게 되었다.


오늘은 분양되길 바라며 A 씨는 오전 일과를 되뇌어본다. A 씨는 매장을 한번 훑어본 뒤, 창문을 가렸던 커튼을 서서히 걷어 올린다. 펫샵의 하루가 시작됐다.(실제 펫샵 근무자의 경험을 토대로 재구성 된 이야기)

마음껏 뛰어본 적 없는 유리장 속 삶

 

인파가 많은 도로가에 예쁘게 꾸민 펫샵이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귀여운 강아지들. 노곤하게 잠을 자거나 창을 오르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한 발자국 다가가 강아지들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른 세계가 보인다.

 

과거와 현재, 펫샵의 외관은 눈부시게 달라졌다. 하지만 고급 카페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를 한겹 벗기면 어두운 이면이 드러난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 번듯할 뿐, 정작 강아지를 위한 시설은 열악한 곳이 흔하다.


강아지들을 잠시 풀어놓을 공간조차 없는 펫샵도 존재한다. 그곳의 아이는 분양이 될 때까지 좁은 유리장 안에서 생활해야 한다. 한편, 유리장 속에서 사회화 시기(생후 3~13주)를 보내게 되면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는 훗날 문제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유리장에서 생활해야 하는 강아지의 생은 태어나기 전부터 절망스럽다. 실제 출생지가 강아지 공장인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청원을 통해서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고 시행되고는 있지만, 강아지 공장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강아지 공장보다 먼저 되새겨보아야 하는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지지를 받고 제재가 조금 더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철저히 상품으로 취급되는 생명들

 

펫샵의 유리장 안에서 진열되어있는 강아지들은 보통 경매를 통해 들여온다. 물론 전문 견사처럼 좋은 곳도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강아지 공장을 통해 생후 30일~35일 되는 아이들이 경매장으로 옮겨진다. 경매장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보통 도매업자들이다. 출입구에서부터 철저히 신상 검사를 받은 후 출입해야 하는 그곳에서 강아지들은 순전히 상품으로 거래된다. 동물 판매업으로 취급되는 경매는 버튼 하나로 강아지들이 거래되는 하나의 장이다.

 

몰티즈와 푸들, 요크셔테리어 등 일반인들이 선호하는 품종의 개들은 보통 10만 원~15만 원에 낙찰된다. 도매업자 손에 쥐어진 아이들은 그들과 거래하는 소매업자 즉, 펫샵으로 보내진다.

 

한편, 콧물을 흘리는 등 허약해 보이는 강아지들은 경매에서 탈락된다.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강아지들은 한 곳에 모아진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몇 마리에 10만 원’하는 식의‘떨이’ 상품으로써 거래된다. 이렇게 팔린 허약한 아이들은 주로 인터넷 상에서 개인이 분양하는 것처럼 팔려나가게 된다.

죽을 때까지 달라붙는 검은손 

 

펫샵으로 옮겨진 강아지의 음울한 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보통 2개월 안에 분양되지 않아 덩치가 커진 아이들은 암컷과 수컷, 수컷 중에서도 잘생기고 못생긴 부류로 나뉘어 생을 달리 한다. 분양되지 않은 암컷과 잘생긴 수컷은 번식장(공장)으로 보내져 종견으로 쓰이게 되고, 못생긴 수컷은 개소주 집으로 보내진다.


강아지가 판매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누구일까? 도매업자일까, 소매업자일까? 아니면 생산을 부추기는 소비자일까? 평생 함께할 가족을 찾지 못해 버려지고, 죽어나가는 아이들은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작지만 큰 움직임이 시작됐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사람들의 눈길을 끈 청원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펫샵 분양 금지’ 청원에 서명을 하고 나섰다. 다음의 글은 청와대 청원 란에 게재된 실제 글이다.

 

「펫샵을 통해 팔려나가는 강아지 분양을 금지시켜주세요! 한국의 동물 시보호소에서는 넘치는 아이들 수용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한 달에 한 번 한 곳에서만 몇십 마리씩 안락사됩니다. 일 년에 근 십만 마리가 버려지고 반 이상이 죽어나간다는 통계는 그 조사에 집계된 아이들 말고도 더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길에서 죽어간다는 걸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 모든 수치스럽고 비참하고 절망스러운 시스템을 양산시키는 펫샵 분양을 제발 금지시켜주세요.


(그리고 기존의 분양 샵들이 유기견 입양에 나설 수 있도록, 시보호소랑 연계해서 버려진 아이들 입양시킬 경우 기존의 안락사에 사용되던 비용을 유기동물입양지원금으로 돌려서 사용해 주신다면, 분양 샵이 변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강아지 공장으로 시작되어 도매업자들이 참여하는 경매, 도매업자가 소비업자에게 넘겨주는 강아지들 그리고 펫샵에서 작고 예쁜 강아지를 찾는 소비자. 이 일련의 과정은 반려동물 1000만 가구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사회라고는 하지만 이 문제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해당 청원은 2만1560명의 동참과 함께 종료됐다. 이 청원은 끝이 아닌 펫샵 분양에 경종을 울리는 시작이다. 진정 공존을 원한다면 이 오래된 문제를 피하지 말고, 두렵더라도 똑똑히 직시하자. 우리는 이미 해결방법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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