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세무서 철원 민원실, 사기당한 어르신을 구한 사연

조회수 2018. 4. 10. 11: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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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웃음, 작은 감동이 있는 곳 
포천세무서 철원민원실 조건희 조사관

 경기도 포천시와 인접해 있는 인구 4만 8,000여 명의 도시. 이곳에서는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남과 북이 긴장을 높일 때면 어김없이 군부대 포사격 소리가 요란해지는 곳. 철원의 중심지에 자리 잡은 포천세무서 철원민원실을 찾았다.


 ■ 기다리기 지루하시죠?


 철원민원실의 작은 내부로 들어가면 대기석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그 대각선 방향으로 조건희 조사관과 민원인이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민원업무를 처리하는 풍경이 보인다.


“맞은편 대기석에 앉아 기다리는 민원인분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네며 먼저 말을 겁니다. 세무서라는 곳이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딱딱하고 두려운 곳이잖아요. 세무공무원이 무겁게 입을 다물고 일만 하는 것보다는 철원 사람들처럼 여유 있는 모습으로 말을 건네는 것이 민원인들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웃음)”


대도시보다는 한결 여유로운 사람들 덕분에 넉넉한 마음일 때가 많지만, 혼자서 민원업무를 처리하다보니 고충과 부담이 느껴질 때도 적지 않다. 민원인들을 최초로 접하며 위법인지 적법인지를 빠른 시간 안에 가려내야 하는데, 경험 많은 세무공무원의 능력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발휘되는 경우가 많다.




■  어르신, 다시 와주세요



  어느 날, 철원에서 태어나 한평생 농사만 짓던 70대 할아버지가 인천에 사는 친구분과 함께 태양광발전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기 위해 철원민원실을 찾았다. 법인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서 발전사업허가증도 없이 온 그분들은 “발전사업허가증 없이는 사업자등록을 바로 발급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곤 돌아갔다. 며칠 뒤, 인천 지역에서 태양광발전사업을 한다는 업자 한 명을 더 데리고 다시 민원실을 찾은 할아버지. 조건희 조사관은 같이 온 업자에게 실사업과 관련된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졌는데, 답변이 시원스럽지 못한 것이 뭔가 석연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자등록은 발급되었고 모두 돌아가고 난 뒤, 조건희 조사관은 그 농부 할아버지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인천에서 일한다는 업자의 명함을 가지고 다시 내방해줄 것을 부탁했다. 농부 할아버지가 들고 온 명함에 적힌 내용들을 조회해보니, 사업장도 사업주도 전혀 달라 존재하지 않는 허위 사업장임을 알 수 있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오신 분이 몇 년 뒤 금전적인 사기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나중에 다시 방문하셔서는 ‘큰일 날 뻔했는데 덕분에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시는데 세무공무원으로서 참 보람 있고 뿌듯했지요. 허위사업자를 확인하게 된 경위를 서면으로 작성해 중부지방국세청 민원실 전체에 공유하고 내부 정보화해 제출하였더니 좋은 평가로 돌아오기도 해서 더욱 뿌듯합니다.” 

■ 더 가까운 민원실이 되겠습니다



 사람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조건희 조사관은 이곳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기도 했다. 주로 외국인강사로 일하는 그들은 미국인 혹은 중국인들인데, 철원민원실을 찾았다가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그와 가까워져 돈독한 친구가 되었다. 그는 ‘규정을 지키고 규정대로 일하자’는 원칙을 세워 일하고 있다. 하지만 원칙이란 게 언제나 절대적으로 옳을 수만은 없는 법. 굳건한 소신을 바탕으로 철원민원실을 따뜻하게 이끌어가고 있는 조건희 조사관에게 2018년은 또 어떤 한해가 될까.


 “철원민원실은 철원에 거주하는 분들에게 보다 가까이에서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납세자들에게 작은 불편도 없도록 서비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시작하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아이가 없는데 더 늦기 전에 꼭 아이를 가졌으면 하고요, 더 큰 소망으로는 우리 민족이 꼭 통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군사 접경지역에서 근무하면서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어요.” 개인의 소망은 결국 모두의 소망으로 이어지듯이, 작은 출장민원실에서 만들어내는 소소한 웃음과 감동이 모두의 희망으로 번져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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