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평 땅을 소유한 대장고양이 '왕초'

조회수 2017. 10. 7.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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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동안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를 차지한 고양이


"원래 이 녀석 이름도 없었어요. 그런데 학교 이곳저곳에서 봤다는 제보가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왕초라는 이름을 갖게 됐죠."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호수 일감호가 떠오르는 이곳에 8년째 대장 노릇을 하고 있는 고양이가 있다.



"제가 수의대 예과 때부터 봐왔으니까 최소 8살은 된 거죠. 지금은 살짝 살이 빠졌지만 전성기에는 어마무시한 근육질의 고양이죠."

 

이 녀석이 주로 머무는 건국대 동물병원에서 밥을 챙겨주고 있는 전담(?) 수의사의 말이다.


영역을 갖고 살아가는 고양이들. 이 왕초 녀석의 영역은 학교 전체다.



건국대 서울캠퍼스의 면적은 46만443제곱미터, 무려 14만평 가까운 땅이 이 녀석 차지다.


동물병원은 물론, 학교 후문에도 나타나고, 도서관 근처에서도 학생들의 시선을 아랑곳않고 한껏 머리를 치켜든 채 산책을 한단다.


영역을 표시하기 위한 소변 누기도 빠지지 않는다.



건국대 길고양이 동아리 꽁냥꽁냥 김형준 회장은 "저희는 캠퍼스를 4개권역으로 나눠 길고양이들을 관리하고 있어요. 3마리 정도의 대장 고양이가 있는데 왕초는 그중에서도 으뜸이에요."라고 소개했다.


8년간이나 왕좌를 지키면서 어느덧 학교에는 이 녀석의 후손들이 많이도 생겼다. 곳곳에 왕초를 닮은 녀석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


건국대 안에는 80여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등어 고양이라면 영락없이 왕초의 후손이다.



"마치 자기의 새끼들이 잘 살고 있는지 순찰하듯 학교 전체를 누빈다고나 할까요." 김 회장이 덧붙였다.


그런데 이 녀석 덩치와 험상궂은 인상과 달리는 상남자 기질을 갖고 있다.

자기의 부인에게는 어찌나 살뜰한지 보는 이들을 눈꼴 시리게 할 정도란다.


얼마 전 고양이 캔 2개를 까서 이 녀석에게 줘봤다. 더 기름지고 맛난 캔을 부인에게 양보했다.

게다가 부인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눈을 부라리며 앞에서 망까지 봐줬다.



"현재의 부인 사이에 이미 새끼도 한 번 낳았죠. 항상 붙어 다니고 겁많은 여친이 사람들 눈치볼까 그렇게 망을 봐주더라구요. 표정은 뚱해도 하는 짓은 사랑스럽죠."


전담(?) 수의사가 이렇게 살짝 부러워했다.


꽁냥꽁냥은 올해 11월쯤 교내 길고양이들을 대상으로 개체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왕초의 왕좌 자리는 어떻게 될까. 왕초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맨 마지막 순번표를 받게 될 것이란다.


영역의 대장 고양이부터 잡으면 다른 수컷이 들어와 쫓아낼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왕초를 맨 나중에 하게 된다.


왕초의 왕좌는 힘이 확 빠지지 않는한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그때도 변치 않고, 부인과 살갑게 지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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