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만 보이는 유기견? 이곳에서 함께 산책해요
"어머, 강아지네?" "여기서 강아지랑 뭐하는 거예요?"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공원. 정오가 가까워오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파란 천막 안에는 푸들, 포메라니안, 말티즈, 진도개 등 강아지 일곱 마리.
이들은 모두 유기견. 서울시의 '유기견과 함께하는 행복한 산책' 현장이었다.
"저 강아지들과 산책해 봐도 될까요?" 인근에 거주하는 이영주 씨가 지나가는 길에 천막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 씨는 자원활동가 김은하 씨와 두 갈래로 나뉜 목줄을 하나씩 잡고 300~400m가량 되는 산책로를 여섯 살 된 푸들과 함께 산책했다.
이미 반려견을 기르고 있다는 이 씨는 "사실 산책 한 번으로 입양을 결정하긴 어렵겠지만,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이곳에서 인연이 닿은 아이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프로그램으로 연결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오후 12시 30분이 넘어가자 천막 안은 더욱 북적거렸다. 점심을 먹은 직장인이 합류하면서 산책을 원하는 사람은 물론 그냥 강아지를 보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직장동료와 함께 산책 행사에 참여한 이가은 씨는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 자체도 좋지만, 사실 유기견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게 뜻깊은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녀는 "유기동물이 많다고는 하지만 사실 TV 뉴스에만 등장할 뿐 실제로 볼 일이 없었는데 오늘 보니 '대체 왜 버렸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예뻤어요"라며, "자취 중이라 거처가 마련되면 강아지를 입양할 계획인데, 이곳을 기억해 뒀다가 다시 오려고요"라고 약속했다.
인천에서 온 대학생 정지운 씨는 두 살 된 말티즈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SNS을 통해 행사를 알게 됐다는 정 씨는 지난주 입양 상담을 마치고 이날 케이지를 준비해 와 말티즈를 가족으로 맞았다.
이름이 없어 견명인 '말티즈'로 불리던 이 강아지는 이제 '또또'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곳에 나오는 유기견은 이미 공고 기간이 지난 아이들이다. 원래대로라면 안락사를 당했을 테지만, 동물병원, 시민단체, 서울시의 도움으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행사 운영을 맡은 시민단체 위드햅 김진 대표는 "작년에는 16마리의 유기견이 입양됐는데 올해도 반응이 뜨거운 만큼 더 많은 강아지가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기견 입양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유기견을 만나볼 기회조차 적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유기견과의 산책을 경험하고 싶거나 유기견을 새 가족으로 맞고 싶다면 참여해 보자.
경의선숲길 유기견 산책 행사는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며, 서울 장충단공원, 월드컵공원 반려견놀이터에서 열리는 유기견 산책 행사는 10월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