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동물병원 접고 보호센터로 뛰어든 수의사
만약 당신의 친구가 월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리던 동물병원을 접고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겠다면?
단번에 좋은 뜻일테니 열심히 해보라고 북돋워 주기는 어려울 듯싶다.
실제로 그런 일을 저질러버린 수의사가 있다. 청주시반려동물보호센터 정순학 센터장이다.
사실 청주시반려동물보호센터(이하 청주센터)는 나쁜 의미로도, 좋은 의미로도 꽤 유명한 곳이다.
나쁜 의미로 유명한 까닭은 지난해 연말부터 몇 달간 센터장이 두 번이나 바뀐 곳이라서 그렇다.
반대로 현직 수의사가 한 개 시(市)의 유기동물보호센터장을 맡은, 수의사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라서 좋은 쪽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수의사가 장으로 있는 보호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체 이 수의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 일에 뛰어든 것일까.
만나러 가는 길에 동물을 엄청나게 사랑하고 길 위의 생명들이 너무너무나 안타까운 박애주의자일꺼라고 예상했었음을 고백한다.
정 센터장이 동물을 아끼지 않는 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청주센터는 이래저래 부침이 많았던 곳이었다.
시스템화에서 정상화의 답을 찾았다.
일례로 철저한 업무분장이다. 청주센터의 직원은 총 8명. 이 8명에게 분과별로 업무를 세분해서 맡겼다. 일종의 책임업무제를 도입한 셈.
청주센터에서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 센터장은 아주 자신있게 증서 한 장을 보여줬다. 바로 ‘반려동물 입양증서’였다.
입양하시는 이들의 기분이 으쓱해질만 했다. 그리고 정 센터장은 또 한 가지 역점사업을 소개했다. 바로 ‘독거노인 결연사업’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사업이 해당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사무소에 협조 공문만이라도 보내달라고 부탁했지만 여지껏 별 대답이 없다고.
마지막으로 정 센터장은 소망을 하나 이야기했다.
동물보호센터와 울프파크는 쉽게 매칭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정 센터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