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에그시 시계, 태그호이어

조회수 2017. 10. 11. 10: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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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atch Now

영웅을 더욱 영웅답게


영화 속 주요 소품으로 등장하는 시계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두 편과 개봉을 앞둔 블록버스터 한 편에 등장한 시계 3점 역시 시계 애호가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첫 번째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등장한 아이언맨의 새로운 시계다. 전작에서 예거 르쿨트르의 시계를 애용한 아이언맨이 처음으로 다른 브랜드인 우르베르크의 UR-110 RG를 착용하고 나온 것. 우르베르크의 시계는 독특한 케이스와 베젤, 글라스 디자인 등이 아이언맨의 마스크와 자연스레 어우러지는데, 실제로 아이언맨의 손목에 채워진 모습을 보니 슈트를 원격조종하는 그의 팔찌처럼 보일 정도로 잘 어울렸다.

출처: Watch Now

두 번째는 <덩케르크>에 파리어 역으로 출연한 톰 하디의 시계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덩케르크 해안에서 벌어진 연합군의 후퇴 작전을 그렸다. 파리어는 스핏파이어 전투기를 조종하는 영국 공군 장교로, 덩케르크 해안에 주둔한 군인들이 안전하게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사격하는 용맹한 전쟁 영웅의 모습으로 묘사됐다. 극 초반 파리어는 독일군과 교전을 벌이다 총탄에 연료 계기반이 손상되는 피해를 입는다. 그 때문에 연료 고갈로 인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교전 직전에 확인한 연료량을 시간에 따른 평균값으로 짐작해 소모량을 계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때 계산을 돕는 중요한 도구로 등장하는 것이 오메가의 CK2129 파일럿 워치다. CK2129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이 착용한 시계로 개전과 동시에 2000점을 납품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덩케르크>에서 병사들의 장비와 복장은 물론 연령대와 헤어스타일까지 철저한 고증을 거쳐 표현했는데, 오메가의 CK2129 역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등장한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보통 이런 경우 영화사가 브랜드에 협찬을 요청하는데, 이 영화는 개봉하고 나서야 오메가에서 자사의 시계가 등장한다는 것을 파악했을 만큼 상업적인 면이 배제되었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는 개봉을 앞둔 <킹스맨: 골든 서클>에 등장하는 시계다. 주인공 에그시 역의 태런 에저턴이 착용한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모듈러 45 킹스맨 스페셜 에디션은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부터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아직 영화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알 수 없지만, 전작의 내용으로 미루어 007의 시계처럼 특수 요원을 위한 특별한 기능의 무기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시계는 미스터 포터를 통해 7월 6일부터 한 달간 시판했지만 당연히 무기로서의 기능은 탑재하지 않았다.

출처: Watch Now
1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에 등장하는 태그호이어의 커넥티드 모듈러 45 킹스맨 스페셜 에디션. 2 베트남의 마지막 황제 바오 다이의 롤렉스 시계는 지난 5월 57억원으로 롤렉스 손목시계 역대 경매 최고 낙찰가를 경신했다.

시계 욕심의 폐해

시계는 환금성이 높고, 특별한 수집 가치를 지닌 것이 많다. 그 때문에 뇌물이나 불법적 재산 축적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다.

첫 번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삼남 전재만의 스캔들이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한 30대 여성은 2015년 8월 23일 미국에서 국내로 입국할 때 460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한 점을 밀반입 시도했다. 인천국제공항 세관은 이를 적발해 추궁했고, 이 과정에서 여성은 전재만에게 받은 선물이라고 실토했다. 결국 여성은 1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이러한 사실이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사실 이 사건은 정황만 놓고 보면 여성이 고가의 시계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밀반입한 것이 잘못이다. 남성이 시계를 선물한 것이 성관계의 대가였다면 성매매특별법에 저촉되겠지만, 단순히 환심을 사기 위한 용도였다면 불법적 용도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전두환 일가는 천문학적 추징금을 아직 국가에 납부하지 않았다. 특히 전재만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000억 원가량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정리해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호화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상황에 벌어진 일이라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두 번째 사건의 주인공은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이다. KBS 2TV <추적 60분>은 담철곤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고가 가구 및 미술품 횡령’, ‘연수원 차명 구입’ 등의 구설수 이외에 ‘16억 원 상당의 파텍필립을 비자금으로 구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방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담철곤 회장과 오리온그룹이 낸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이러한 의혹에 관해 방송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그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담철곤 회장은 이미 지난 2011년에 회삿돈 3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소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매를 통해 재확인한 희귀 롤렉스의 가치

시계의 가치는 부티크에서 팔린 이후 더욱 냉정하게 결정된다. 별 가치가 없는 시계는 헐값에 중고 명품업체를 통해 거래되고, 꽤 가치가 높은 시계라면 주요 빈티지 워치 숍이나 컬렉터를 통해 구입한 가격과 비슷하게 거래된다. 하지만 가장 가치가 높은 시계는 소더비나 크리스티, 필립스, 앤티쿼럼 같은 주류 경매업체를 통해 출품되어 몇십 배 또는 몇백 배의 가격에 낙찰된다. 롤렉스는 파텍필립과 함께 경매에서 가장 강한 파워를 지닌 시계 브랜드로 꼽힌다. 롤렉스가 고급 시계 시장에서 탁월한 브랜드로 인정받는 데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는 것. 최근 필립스 경매는 롤렉스의 재미난 시계들을 경매에 출품해 시계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마지막 황제 바오 다이는 제네바를 방문했을 때 특별한 롤렉스 시계를 주문했다. 그렇게 1954년에 완성한 Ref. 6062 모델은 같은 레퍼런스의 여타 모델과 달리 다이얼의 2·4·8·10·12시 방향 인덱스에 다이아몬드가 장식되어 있다. 롤렉스가 단 3점만 제작해 극도의 희소성을 지닌 시계로 2002년에 바오 다이의 친척이 필립스 경매에 최초로 출품해 약 2억6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하지만 그 후 15년이 지난 2017년 5월, 약 57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낙찰가로 롤렉스 손목시계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또 다른 소식은 오는 10월 26일 열리는 필립스의 ‘Winning Icons–Legendary Watches of the 20th Century’ 경매에 출품 예정인 역사적 시계에 관한 것이다. 롤렉스의 Ref. 6239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는 ‘폴 뉴먼 데이토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대표적 컬렉팅 아이템이다. 이 모델의 인기는 실로 놀라워 상태가 좋지 않은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이 최신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의 3배 가격부터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듯 놀라운 가치 때문에 시계 경매의 단골 모델로 꼽히며, 내로라하는 시계 애호가라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경매에 나오는 것은 폴 뉴먼이 소장했던 Ref. 6239다. 이 시계의 상징적 인물이 생전에 애용한 제품인 만큼 최소한 역대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의 최고 거래가를 경신하는 것은 물론, 바오 다이의 Ref. 6062 기록도 갈아치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준다.

출처: Watch Now
3 실제 폴 뉴먼이 소장했던 롤렉스 Ref. 6239. 4 몽블랑의 CEO 자리를 떠나 리치몬트 그룹 이사회 멤버가 된 제롬 랑베르. 5 재클린 케네디가 사랑한 까르띠에의 탱크를 킴 카다시안이 낙찰받았다.

퍼스트레이디의 시계를 낙찰받은 가십의 여왕

미국 근대사를 상징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자 우아함의 상징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그녀는 1963년 2월 친척인 스타니슬라프 알브레히트 라치빌에게 까르띠에 탱크 시계를 선물받았다. 핸드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한 이 시계를 재클린은 매우 아꼈으며, 그 덕분에 그녀의 사진 중 이 시계를 착용한 모습이 많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시계는 라치빌 일가에게 전달되었고, 라치빌은 이를 보관해오다 지난 6월 21일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했다. 시계는 예상 낙찰가를 3배 이상 상회해 약 4억3200만 원이라는 해머 프라이스를 기록했다. 그런데 새로운 시계 주인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 시계는 다시 한번 뉴스를 장식했다. 가십의 여왕 킴 카다시안이 그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인 카녜이 웨스트가 그의 말대로 2020년 미국 대선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킴 카다시안 역시 재클린처럼 영부인이 되겠지만, 현재까지는 미국 대중문화와 천박한 자본주의, 거대한 엉덩이를 상징하는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리치몬트의 춘추전국시대

패션업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음반업계의 프로듀서, 영화업계의 감독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시계업계의 CEO다. 그들은 절대적 결정권을 갖고 있고, 브랜드의 정체성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 때문에 CEO의 교체는 매우 큰 사건이다.

여러 럭셔리 시계 브랜드를 소유한 리치몬트 그룹에는 업계를 대표하는 스타 CEO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지금의 IWC를 있게 한 조지 컨, 예거 르쿨트르와 몽블랑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끈 제롬 랑베르가 있다. 지난 4월 1일 제롬 랑베르는 몽블랑의 CEO 자리를 니콜라 바레츠키에게 물려주고, 리치몬트 그룹 이사회 멤버로 승진했다. 조지 컨 역시 올해 초 리치몬트 그룹 워치메이킹 & 마케팅, 디지털 분야의 CEO로 승진하며 IWC CEO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 7월 14일 돌연 리치몬트 그룹의 모든 직위에서 사임한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뒤로하고 브랜드를 떠났다. 그의 퇴사는 너무나 급작스러웠으며, 그 이유와 향후 거취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가 조직의 권력 다툼에서 제롬 랑베르에게 밀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또 36년이나 바쉐론 콘스탄틴에서 일해온 후안 카를로스 토레스 회장 역시 루이 펠라에게 자리를 내준 뒤 명예회장으로 물러났으며, 17년간 피아제의 CEO를 역임한 필립 레오폴드 메츠거는 셰비 누리에게 자리를 맡기고 은퇴했다. 굵직한 브랜드의 베테랑 인사들에게 큰 변화가 생긴 만큼 리치몬트 그룹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에디터 이서연

글 김창규(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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