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로의 역주행, 마케팅일까 편법일까
혜성처럼 음원 차트에 등장한 닐로가 기어코 1위를 찍었다. 그리고 16일 오전까지도 멜론 1위를 지키고 있다.
보통 이런 경우 앞서 역주행으로 빛을 본 다른 가수들처럼 ‘좋은 음악의 힘’이라든지 ‘인디의 반란’ 등의 표현과 함께 재조명되고 리스너들의 축하를 받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뭔가 석연치 않다는 분위기다.
닐로의 역주행은 왜 환영받지 못하고 있을까?
현재 닐로의 경쟁자는 트와이스, 엑소 첸백시, ‘고등래퍼’ 우승자 김하온, 위너 등이다.
기존 인지도나 방송 출연 등 특별한 이슈가 없는 닐로가 쟁쟁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이들 모두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심지어 1위곡인 ‘지나오다’는 지난해 10월 31일 발매된 곡이다. 어떻게 이 노래가 트와이스의 신곡을 꺾고 1위를 차지하는 일이 가능했을까?
가장 먼저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으나, 닐로의 소속사인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측은 “음원 사재기는 절대 아니다”라며 “SNS 바이럴 마케팅 노하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좋은 성적을 얻게 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리메즈의 ‘마케팅 노하우’라는 건 뭘까?
닐로의 수상한 1위를 지적한 리스너들은 이와 관련해 소위 ‘페북픽’이라고 불리는 음원들을 언급해왔다.
페이스북에서 많은 팔로워들을 가지고 있는 여러 음악 추천 페이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한 곡의 노래를 업로드 해 “이 노래 숨은 명곡인데 설마 너만 모르는 거 아니지?”라는 식의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페이지는 예를 들어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가 과거 소유하고 있었다는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를 비롯해 ‘세상에서 가장 소름 돋는 라이브’, ‘너를 위한 뮤직차트’ 등등이다. 적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페이지다.
실제로 페이스북을 통해 닐로의 ‘지나오다’를 검색하면 여러 페이지에서 같은 콘텐츠를, 같은 내용으로, 같은 날 업로드 한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닐로의 ‘지나오다’ 콘텐츠를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시기에 업로드한 것이 해당 페이지 운영자들의 텔레파시가 통해버린 자발적인 추천 행위라고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어떠한 계약 관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콘텐츠에 영향을 받은 페이스북 유저들이 노래를 찾아 들으면서 순위가 오르게 된다는 것이 리메즈의 마케팅 기법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그런데 ‘페북 마케팅’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마케팅'의 일환으로 음원을 노출시키는 건 가능하지만, 이들이 자발적으로 별개 음원사이트에 접속해 음원을 들어보게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광고가 직접적인 '매출'로 즉각 연결되는 연결고리를 찾는 건 현재 가요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기업체가 가장 고민하는 영역이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 어려운 노하우를 리메즈는 가진 셈이다.
리스너들은 일반적인 차트 1위곡들에 비해 ‘지나오다’가 비정상적인 상승 그래프를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통 1위 음원들은 출근, 점심, 퇴근 등 특정 시간대에 그래프가 격하게 상승하고 새벽 시간이 되면 대부분 잠들기 때문에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새벽에 살아남는 음원은 '내 가수를 위해 밤새 스트리밍을 돌리는' 큰 팬덤을 가진 아이돌 그룹들 정도다. 그래서 새벽 차트는 보통 아이돌 그룹의 음원 줄 세우기가 이뤄지곤 한다.
반면 닐로의 그래프는 새벽 시간에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SNS 마케팅만으로 거대 팬덤의 스트리밍 군단을 가볍게 제칠 만큼 효과를 보는 게 정말 가능할까?
그렇다면 몇 주 전 까지 나만 아는 가수였다는 닐로의 노래를 새벽에만 스트리밍 하는 사람의 수가 트와이스, 엑소 팬덤을 이길 정도라는 건데, 납득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닐로의 소속사인 리메즈 엔터테인먼트는 어떤 곳이기에 이런 상상초월의 마케팅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걸까?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로는 닐로 외에도 얼마 전 닐로처럼 깜짝 1위로 주목 받은 장덕철과 40, 반하나, 이준호가 있다.
포털사이트에 적힌 회사 소개에는 크리에이티브 뮤직 에이전시이자 SNS마케팅 전문 기업으로 표기되어 있다.
서버가 터지기 전 홈페이지에는 SNS 마케팅과 관련된 소개 글이 적혀 있었고, 대표 역시 ‘페이스북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나 테스트 차원에서 실험했다’며 소속 가수 반하나가 멜론 차트 74위를 차지한 캡처를 올렸던 전적도 있다. 이 같은 정황이 그 '실험'에 대한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들 역시 편법 아니고서야 이런 순위가 가능하다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가요기획사 관계자 A)
(가요 기획사 관계자 B)
심지어 몇몇 작곡가나 래퍼들은 SNS를 통해 직접 차트를 캡처한 다음 닐로의 순위를 지워버리는 이미지 등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닐로의 여파로 앞서 1위를 차지한 장덕철을 비롯해 리메즈 소속 가수들도 모두 주목받고 있는 상황.
특히 이준호의 노래는 인지도가 저조한 것에 비해 하트 수가 헤이즈의 새 앨범 타이틀곡 수준에 육박하는 4만개 이상이 찍혀 있어 이 역시 의심을 사고 있다.
덕분에 앞서 역주행으로 주목받았던 다른 소속사의 가수들까지 역주행의 순수성을 지적받고 있다. 이미 의심의 불씨는 커져버린 상태. 여전히 가시방석 같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닐로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한편 리메즈 측은 지난 15일 오후 공식입장을 통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을 시사했다.
아울러 이번 사재기 의혹에 대해 정확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관련 조사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언코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적 없다는 리메즈가 이 같은 강경 대응으로 리스너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