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남자의 자기 위안 영화

조회수 2017. 10. 27. 15: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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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이혜린

[소중한 9000원] 


'은교'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히 나뉘었다.


박해일에 이입한 사람들은 '완전 공감' 

김고은에 이입한 사람들은 '세상 소름' 


'은교' 정지우 감독의 신작 '침묵'도 비슷할 것 같다.


최민식에 이입한 사람들은 '완전 공감' 

이하늬에 이입한 사람들은 '세상 소름' 

출처: 공식포스터

언론 시사가 끝난 후 

"장르가 최민식"라 호평 쏟아지고 있으나 

가슴 한편 너무 찜찜한 느낌도 남기는 이 영화, 

'침묵'이다. 

출처: '침묵' 스틸
재벌 회장님과 섹시 여가수의 즐거운 한때

'침묵' 간략 소개 


감독 : 정지우 ('해피엔드' '은교') 


원작 : 중국 '침묵의 목격자'


배우 : 최민식,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이수경 


장르 : 법정 스릴러인듯 아닌듯 헷갈리는 너 


줄거리 : 재벌 회장님의 예쁜 애인이 살해됐는데, 유력한 용의자가 회장님 딸이다. 애인이 죽은 것도 슬픈데, 딸이 범인으로 몰려 인생 제대로 꼬인 회장님 이야기.  


제공/배급 : CJ엔터테인먼트 


관람등급 : 15세 


개봉일 : 11월2일 

출처: '침묵' 스틸
"내가 너 검찰총장 자리 사줄게."

예매 전 체크 포인트 


1. 법정 스릴러면 쫄깃하겠네? 


법정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가, 아주 놀랍진 않다. 


알고보니 이 영화는 애초에 범인이 누구냐 보다는 최민식의 심리가 중요한 영화였다. 


그러나 러닝타임이 꽤 지나갈 때까지 법정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다보니 관객 입장으로선 "그래서 범인이 누구야?"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그게 아주 쫄깃하지 않고, 중간 반전은 크게 충격적이지 않고, 저 아저씨는 왜 저러나 싶고. 후반부 반전을 위해 꽤 오랜 시간 "신선하지 않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 셈이다. 

출처: '침묵' 스틸
열일하는 젊은 변호사

2. 그래도 연기는 끝내주지 않겠어?


최민식의 진가는 영화의 장르가 반전되는 막판에 드러난다. 


법정스릴러였을 때에는 굉장히 아리송하다. 매우 전형적인 캐릭터를 매우 오버스러운 톤으로 보여주는데, 물론 철저히 계산된 톤이겠지만 그 진의를 알기까지 관객들은 웃어야 되는걸까, 화내야 하는 걸까, 아리송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나고보면 그게 매력이었던 거 같다. 


다른 캐릭터들은 그냥 전형적이다. 반항아 딸, 섹시한 여가수, 순정 스토커에 '너무' 정의로운 젊은 변호사까지. 다만 각 배우들이 이 역할들을 아주 훌륭하게 소화하긴 했다. 특히 이하늬는 앞으로 그냥 '예쁜' 역에서 더 나아가는 배역을 맡으면 굉장한 포텐이 터질 것 같다.  

출처: '침묵' 스틸
기껏 키워놨더니 내 여자를 어쨌다고?

3. 그럼 이 영화의 핵심이 뭐야? 


최민식이 연기하는 임태산 회장은 세상 다 가진 재벌 회장님이다. 특히 사적으로, 예쁜 애인과 다 큰 딸이 '로맨스'와 '가족'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 두 축이 양립할 수 없는 관계인 걸 눈치채놓고도 그냥 밀어붙인다는 거다. 


아빠에 대한 반항심 가득한 딸은 그 적개심을 아빠의 애인에게 쏟아내는 듯하다. 그러나 아빠는 그런 딸을 제대로 다루질 못한다. 애인은 회장에게 "우리 둘이 잘 지냈으면 좋겠죠?"라고 비꼬듯 물으며, '네가 생각하는 행복은 쉽지 않을걸?'이라고 경고하지만 결국 자기가 죽고 만다. 


출처: '침묵' 스틸
그 행복, 진짜 올 것 같니?

애초에 세상을 다 가지는 건 불가능했을까. 하나라도 제대로 갖기 위해선 다른 하나를 희생시켜야 하는 걸까. 그렇게 불가능해보이지도 않던 행복인데, 그게 그토록 욕심이었을까.  


영화는 책임감과 욕망, 연애 감정과 가족애가 양립 가능한듯 불가능한 현실 앞에 좌절해본 '어른'들의 가슴 한켠을 제대로 탁 친다.  

출처: '침묵' 스틸
모든 게 욕심이었다..........

4. 그래서 어떻게 봤어?


두 손에 뭔가를 잡았다가, 하나를 놔버려야 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 영화의 묵직함이 남다를 것이다. 실제로 후반부 최민식의 연기와 함께 흐느끼는 '아저씨 관객'들을 많이 봤다. 


출처: '침묵' 스틸
이 때가 좋았지

(이 단락은 스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태산 회장의 반전 매력(?)에 선뜻 동의하고 싶진 않다.


배신 당한 살인자의 얼굴에 이입시켰던 '해피엔드'의 결말보다 '침묵'의 결말이 더 찜찜했던 건, 저 남자의 회한이 기만적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부성애의 이름으로, 사랑의 이름으로, 스스로를 뒤늦게 미화(?)한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폼 잡고 멜랑꼴리를 음미하는 것도 괘씸하다. 


기어이 그런 상황을 만든, 혹은 방관한 '못난' 남자 치고는, 너무 멋있게 그려졌다. 피해자는 도구적인 캐릭터로 전락했다.


영화의 후반부가 '아픈 멜로'로, '중년 남성의 딜레마'로 포장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출처: '침묵' 촬영현장
다음엔 메인 역할 한번 맡아주세요!


애초에 여가수가 회장 딸로부터 결정적인 미움을 받는 계기가 그녀 역시 피해자인 섹스동영상 유출이라는 설정도 유감스럽다. 

출처: '침묵' 스틸
류준열의 존재감!

'침묵' 주관주의 총평 


작성자 특징 : 


법정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음. 

영화-드라마들이 모성/부성의 이름으로 지나치게 많은 걸 미화하고 있다고 생각함. 


연기 : ★★★★☆ (장르가 최민식) 


각본 : ★★☆☆☆ (서스펜스에도 좀 더 신경을 썼으면) 


메시지 : ★☆☆☆☆ (결과적으로 '비겁한 변명'에 불과함) 


총평 : ★★☆☆☆ (저 남자를 이해하라고?) 


PS. 비슷한 딜레마에 처해본 적 있거나, 

강력한 부성/모성 이야기를 좋아하거나,

뭐든 일이 터지고 나서 후회하는 성격이라면 

인생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 가치관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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