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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냉소를 무장해제시킨다

조회수 2018. 2. 12. 11: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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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이혜린

[소중한 9000원] 


처음 기자가 되면 

선배들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 있다. 


기사에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사심이 담기면 안된다.

그거만큼 촌스러운 일이 없다. 


그 수칙을 가슴 한구석 품고 산지 꽤 오래됐고

또 나름 양심을 걸고

매우 매우 잘 지켜왔다고 자부하지만

이번만큼은 포기하겠다.


이건, 도무지 객관적으로 보기 힘든 영화다.


뛰는 강동원, 우는 강동원, 웃는 강동원,

겁 먹은 강동원, 착한 강동원, 나쁜 강동원,

맹한 강동원, 귀여운 강동원, 화가 난 강동원


강동원, 강동원, 강동원을

러닝타임 내내 볼 수 있는 '골든슬럼버' 얘기다. 

출처: 공식포스터
'강동원을 실컷 볼 수 있음'라는 문구를 넣어야 ㅋㅋ

간략 소개 


감독 : 노동석 (이렇게 큰 영화는 처음!) 


출연 : 강동원, 김의성, 윤계상, 한효주, 김성균, 김대명, 유재명 (조주연을 이렇게 탄탄하게 짜기도 힘들다) 


줄거리 : 아이돌스타를 구해 모범시민상을 받은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 분)가 갑자기 유력 대선후보 암살범으로 몰리면서 누명을 벗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장르 : 액션물을 보고 난데 없이 눈물이 글썽여지는 희한한 경험을 줌.......... 


개봉 : 오는 14일 (새로 나온 마블 히어로와 맞짱떠야 하며, 밸런타인데이에 커플끼리 본다면 여친들의 표정관리가 심히 요구됨) 

예매 전 체크포인트 

1. 긴박감 넘쳐? 


힘 없는 개인이 속수무책으로 암살범 신세가 되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주인공이 특수훈련 따위 받은 적 없는 일반인이라는 설정 치고는 그래도 열심히 뛰고 도망다니고 은근 머리도 잘 쓴다. 


가장 큰 매력은 로케이션인데, 너무나 익숙한 광화문 한 가운데서 차량이 폭파되는 모습, 더 익숙한 골목골목을 누비며 뛰어다니는 강동원의 모습을 보는 건 꽤 쏠쏠한 재미다. 

출처: '골든슬럼버' 스틸
이순신 장군님 반갑다 ㅎㅎ

인터넷 쇼핑족이라면 친구보다 더 반가울 (ㅋㅋ) 택배기사에 완벽하게 녹아든 강동원의 친근한 비주얼(?)과 거대 권력을 틀어쥔 조직의 차가운 비주얼의 대조도 비교적 훌륭하다. 

출처: '골든슬럼버' 스틸
매일밤 CJ오쇼핑 지를 각

추격전은 두 손에 땀을 쥘 정도, 라는 평은 좀 오버지만 지루하거나 '에이~'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거대 권력을 틀어쥔 '조직' 치고는 하는 짓이 좀 '모질이'들인데, 주인공이 3분만에 잡혀버리면 단편 영화가 될테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좀 철지난 음모 작전을 많이 업그레이드시키지 못한 건 아쉽다.


미드 '24'에서 본 듯한 비밀공간에서 막 작전을 펼치는데, 똘똘한 게 하나도 없다 ㅋㅋㅋ 

출처: '골든슬럼버' 스틸
일단 뛰면 됨

2. 드라마가 강하다던데?  


원작을 전혀 모르고 본 입장에서 이 영화는 굉장히 기분 좋은 '뒤통수'였다. 


이 영화는 홍보되고 있는 메시지와 달리, 한 조직이 한 개인을 얼마나 한 방에 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었다. '착함'이라는 것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다. 


음모론, 액션물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끼어드는 '착한 메시지'가 싫었어야 했지만, 감독은 신의 한 수를 뒀다. 


출처: '골든슬럼버' 스틸
이런 투샷이라니 ♡

바로 故 신해철의 목소리로 울려퍼지는 '그대에게'다. 이 노래가 울려퍼지는 순간, 관객 각자 품고 있을 20대 초반 순수했던 시절이 강제 소환된다. (실제로 순수했는지는 논외로 하자 ㅎㅎ)


개인 취향과 관계 없이 사람 많이 모인 곳마다 울려퍼지던, 그래서 한국에서 대학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뇌 속 해마 어딘가에 깊숙이 박혀있을 수밖에 없는 이 노래는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그때 그 시절 순수함(혹은 순수했었다고 믿고 싶은 마음)을 자동 플레이시키고, 뚝심있게 순박한 김건우 캐릭터에 힘을 싣는 데 성공한다.

그래서 지금 현실이 팍팍하고 주위 사람들이 다 사기꾼 같이 느껴지는 관객이라면, 더 울림이 클 것이다. (저요 ㅠㅠ)


잘 생각해보면 대학 때도 상황은 팍팍했고 우정은 얄팍했고 남친은 나쁜 놈이었고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는데, 신기한 일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한동안은 그때가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고 사무치게 그립다. 


출처: '골든슬럼버' 스틸
이런 옛사랑, 누구나 한명쯤 있잖아요? ㅎㅎ


원작에 비하면 친구들이 김건우를 돕는 과정이 많이 생략된 거라고 하는데, 그것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한국 사람들은 '순수했던 그 시절의 의리!'하면, 큰 설명이 필요 없으니까.  

출처: '골든슬럼버' 스틸
친구야 ㅠㅠ

3. 강동원 원맨쇼 맞아?


그냥, 추천이다. 


강동원이 카메라 앞에서 숨만 쉬고 있어도 3점 이상을 줄 수도 있지만(예외 : '가려진 시간'), 팬심을 애써 제외하고라도 강동원이 참 잘했다.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신기하다고 느낀 건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 때였는데, 그 도회적인 비주얼을 갖고 세상 가장 순박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다. 


출처: '그녀를 믿지 마세요' 스틸
이렇게 망가질 수 있는 미남 배우 많지 않다 ㅋㅋㅋㅋ

그의 장기(?)는 '골든슬럼버'에서 극대화된다.


학창시절 "쟤는 저래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 싶은 애가 반드시 한둘씩 있었던 거 같은데, 강동원이 딱 그렇게 나온다.


사람들 사이에서 할 말 다 못하고 쩔쩔 매는 모습, 헤벌레 웃으면서 속내를 100% 다 내놓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좀 약게 살라고 잔소리를 한참 듣다 "사람 좀 믿는 게 어때서요"하고 울분을 터뜨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강동원은 실제로 그런 잔소리를 백만번 들어본 사람처럼 보인다. ㅋㅋㅋ

출처: '골든슬럼버' 스틸
저 표정을 보고 어떻게 방아쇠를 당기.........

그렇다고 그의 비주얼을 놓치는 것도 아니다. 감당하기 힘든 벼랑 끝에 몰려 잔뜩 겁먹은 그의 모습을 집요하게 보여주는 씬들은 여성 관객들을 제대로 홀려보자 작정한 듯 보인다. 


시사회에 함께 간 후배 기자는 엔딩크레딧에서 탄성을 지르며 '늑대의 유혹'을 이길만하다고 평했다.(성격 급한 나는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딴짓을 하고 있다 놓쳤다 ㅠㅠ)


강동원은 조금만 정색을 하거나 스타일을 확 바꾸면 세상 제일 가는 악당같이 보이기도 하는데(이 영화에서도 살짝 나온다), 이 같이 극과 극을 오가는 얼굴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점이 그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다.  

출처: '골든슬럼버' 스틸
친구 실적은 내가 책임진다

주관주의 총평 


좋은 점 : 너무 잘한 강동원. 

            현실이 팍팍한 30~40대라면 향수 대폭발 가능. 

나쁜 점 : 너무 멍청한 조직. 

            이젠 좀 진부해진 음모 설정. 


★★★★☆ 

: 냉소적인 나조차도 홀려버린 '그대에게' + '순박 강동원'의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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