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직장 내 성범죄, 너무 쿨하잖아!!

조회수 2016. 2. 26. 20: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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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이혜린


지난 25일 방송된 KBS '태양의 후예' 속 한 장면.


뛰어난 방송 솜씨로 병원의 간판 스타가 된 의사 강모연(송혜교 분)은 이사장으로부터 저녁에 보자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함께 향한 곳은 호텔방.


로비도 아니고, 식당도 아닌 방이다.




황당해 하는 강모연에게 이사장은 쐐기를 박는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것.


"밥 올 동안 강교수가 먼저 씻을래요?"





여기서 기시감.


여성의 '생업' 혹은 '미래'를 쥐고 있는 남성들의 추태는 일간지 사회면에서, SNS에서 꽤 자주 보던 것이다. 아니, 매우 좋게 말해줘서 추태지 명백한 범죄다.


바로 딱 오르는 한 정치인의 인턴 성추행 의혹이나 출판사 스캔들은 물론이고, 외부에 알려지지도 않은 채 어떤 약자의 눈물로 막을 내린 이 땅의 여러 사건들까지,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심각한 문제는 드라마에서 코믹하게 다루면 안된다는 법은 없지만, '태양의 후예' 속 그 장면은 코믹하다 못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할 말을 잃게 했다.



이사장이라는 권력자가 명백히 법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을 저지르고 있는데 핸드백으로 때리고 넘어가는 건 극중 강모연의 성격을 나타내고자 했다 하더라도 (대체 어떤 성격인가?)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회의에 참석하고는, 분명히 보복 인사임에 다름 없는 우르크 봉사 활동을 떠맡고도 매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게 전부였다.


그건 마치, 야근을 3일 연속 시킨다거나 아주 작은 프로젝트의 공을 빼앗겼을 때 부하 직원이 짓는 표정에 지나지 않았다.



매우 쿨한 이 드라마는 강모연을 곧바로 우르크 땅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걸려온 이사장의 전화.


강모연은 매우 귀엽게 소리를 한번 꽥 지르고는 사표를 던지겠다고 말한다. 이사장 입장에서는 땡큐 아닌가?




직장 상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성관계를 요구하고, 이를 좌절당하자 보복 인사를 했는데 피해자는 사표를 내서 눈 앞에서 사라져주기까지 하겠다는 거다.


물론 이 드라마는 강모연을 우르크에 파병가있는 유시진(송중기 분)과 만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야 멜로가 계속 진행된다.


작가 입장에서는 한국서 잘나가던 의사를 우르크 전장으로 던져놓으려면 그 방법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과연?)


하지만 덕분에 수많은 여성들이 끔찍한 피해를 입는 직장 내 성희롱 및 성범죄는 저렇게 소리 한번 질러주고는 쿨하게 잊는 사건으로 가볍게 치부되고 만다.





강모연처럼 현장에서 핸드백을 힘껏 내려치지 못한 여자가, 쿨하게 사표를 내겠다고 하지 못하는 여자가, 왠지 못난 여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강모연은 자신의 커리어를 쑥대밭으로 만든 이사장 사건은 쿨하게 잊고, 아마도 유시진과의 멜로에 돌입할 것 같다.


여주인공을 멜로가 펼쳐지는 땅으로 보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사건은 코믹하게 처리하고 넘어가는 게 적당하다고 판단했다면,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거물급으로 손꼽히는 김은숙 작가의 가치관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1~2회 대본을 매우 유심히 봤을 KBS 관계자를 포함해서 말이다.




만약 강모연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었거나 연쇄살인범한테 감금됐다 풀려났다면 절대 그런 톤으로 그리지 못했을 것이다. 애초에 산뜻한 멜로에 어울리는 소재도 아니다.


그런데 그건, 직장 내 성범죄도 마찬가지다.  


디테일도 책임감 있게 그리는 자세, 지금 김은숙 작가에게 필요한 것이다.



사진 = '태양의 후예'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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