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추리소설은?

조회수 2018. 2. 7.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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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덕후들은 주목하라!

“인간은 깊고 신비로운 존재이며 위대한 선행을 할 수 있는 한편 그보다 더 거대한 악행을 저지를 수도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범죄 소설, 온갖 종류의 극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말해 우리 자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미스터리 작가 켄 쿨켄의 말입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말에 공감하실겁니다. 이런 기대감으로 우리는 2017년에도 상당히 많은 미스터리 소설들을 게걸스럽게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스테리아》16 호는 2017년의 미스터리 결산을 준비하였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미스터리 소설들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을까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순위에서 독자 여러분 개개인의 모습을 발견해보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닐까? 2017년 한 해 동안 인터넷 교보문고, 알라딘, YES24, 인터파크도서 등 주요 온라인 서점 네 곳에서 판매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 순위와 도서관 빅데이터 시스템 ‘도서관 정보나루 (www.data4library.kr)’에서 수집한 대출 명단을 살펴보면 그런 질문이 절로 떠오른다.

2015년에 가장 많이 팔린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 산장 살인 사건』, 2016년에는 『라플라스의 마녀』, 2017년에는 『기린의 날개』였다. 그 외에도 2017년 판매 순위에는 같은 작가의 『위험한 비너스』, 『가면 산장 살인 사건』, 『라플라스의 마녀』, 『그대 눈동자에 건배』, 『악의』 등이 골고루 순위에 올랐다. 성별 무관, 15~40세 사이의 독자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한 도서 1위 역시 같은 작가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다. 이쯤 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의 이유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그냥 재미 있어서’라고만 간단히 정리하기엔, 이 꾸준한 열광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미스터리 애호가들은 어떨까? 미스터리에 애정이 깊은 번역가와 작가에게 2017 출간작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을 물어보았다. '베스트' 명단이 아닌 '개인적 취향'으로서의 이 명단을 통해 당신이 무심코 놓쳤던 보석 같은 작품을 발견하시길 바란다.

애호가들의 선택 #1. 『웃는 경관』


올해 번역 추리소설계의 최고 뉴스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정식으로 출판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동서문화사 버전의 『웃는 경관』(양원달 옮김)만 마르고 닳도록 읽던 독자들이 그 너머의 세계를 탐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네 권이 나왔고 이 정도면 일주일의 행복한 독서를 보장할 만하다. 그리고 역시 옛날 소설의 매력이랄까. ‘마르틴 베크’ 시리즈엔 요즘의 북유럽 추리소설에서 당연히 여겨지는 그 과도한 우울함이 없다. 북유럽 추리물이니 마냥 밝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_듀나, 소설가


우중충한 날씨, 심심찮게 찾아오는 감기와 소화불량 등 신체적 고통, 생사를 함께했던 동료의 죽음, 도무지 단서가 잡히지 않는 진흙탕 같은 사건. 이 사실적으로 지지부진하고 정서적으로 고통스러운 수사물의 제목을 『웃는 경관』이라고 붙인 것은 그저 시적이다. TV 수사 드라마를 볼 때 그러하듯 ‘마르틴 베크’ 시리즈도 읽을수록 살인 수사과 소속 경관들의 캐릭터에 친숙해지면서 재미가 배가된다고 보장한다. _홍한별, 번역가


애호가들의 선택 #2. 『저체온증』

호숫가 별장에서 목매 죽은 마리아. 자살이 아니라는 직감하에 형사 에를렌뒤르는 누구도 수사를 지시하지 않았고, 진상을 밝혀내더라도 증명하지 못할 게 뻔한 진실을 쫓는다. 죄책감의 도피처로 죽음을 동경했던 여인은 과연 원하던 길을 간 것일까. 어린시절 눈보라 너머에 두고 온 동생의 시신처럼, 구원받을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지금의 에를렌뒤르를 이끈다. 하얗게 쏟아지는 눈은 언뜻 모든 것을 보이지 않게 가려주는 듯하지만 실은 그 밑에 영원히 남겨놓는 것이다. 북유럽 추리소설의 반은 눈(雪)이 담당한다.

_송시우, 소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유령이 두렵지 않아진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못 다한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런 아프고 반쯤 병든 마음으로부터 많은 소설이 태어났다. 공포소설이 무엇보다 잘 다루는 이런 이야기를,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은 『저체온증』에서 멜로드라마와 미스터리를 결합시켜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두 개의 사건이 있고 정서적 울림이라는 면에서 두 가지 모두 애틋하다.

_이다혜, 북 칼럼니스트



애호가들의 선택 #3. 『하버 스트리트』


BBC 드라마 <베라>를 본 독자라면 이 작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경감 캐릭터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미드의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설정에 지친 시청자라면 꽤나 반가웠으리라. 드라마의 템포도 그렇긴 하지만, 이 작품으로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조금쯤 인내심을 발휘하길 바란다. 다른 많은 시리즈물이 그렇지만 이 역시 베라 경감의 캐릭터에 익숙해진 다음부터 진짜 재미가 발휘되는 작품이다. 『하버 스트리트』에서 특히 감탄했던 건 작품을 읽어갈수록 사건이 벌어진 지역 ‘하버 스트리트’와 지역 사람들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범죄의 해결로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두 번 감탄했다.

_임지호, 엘릭시르 편집장 


“들여주시죠? 밖은 얼어붙을 것 같군요. 내 이름은 스탠호프. 베라 스탠호프 형사입니다.” 이 ‘거대한 여자’에게 나는 홀딱 반했다. 베라는 섬세함이나 예민함, 공감 능력이 장점이자 단점인 여느 여성 형사들과 다르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것을 넘어 무신경한 편인 그는 오히려 남성 형사의 스테레오 타입에 가까우면서도 또 다르다. ‘존재감’이라는 단어가 사람으로 현현한다면 베라 스탠호프가 아닐까. 다른 탐정들에 비해 크게 명민한 것도, 두드러진 도덕성이나 신체 능력을 가진 게 아님에도 등장하자마자 독자를 사로잡는다. _정은지, 작가/번역가 



국내 유일무이한 미스터리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는 미 스터리(mystery)와 히스테리아(hysteria)라는 단어를 결합한 ‘미스터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한국 미스터리 장르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면서 미스터리 창작과 독서의 저변을 확장시킴으로써, 미스터리라는 장르로서만 가능한 방식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지면이라고 장담합니다.


•창간 : 2015년 6월

•≪미스테리아≫는 홀수달 마지막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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