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섹시를 찾아 싸바 싸바싸바 ♬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1995년, 남녀혼성 그룹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 노래가 대한민국 전반에 울려퍼졌습니다.
천사를 찾아 애타게 찾던 룰라의 바람이 하늘에 닿은 걸까요?
약 2년 뒤 미국에서 '날개있는 천사'들이 나타났습니다.
세호씨, 이번 패션쇼 또 못 갔지?
이번 엔젤들도 역시 엔젤이었음이야
1997년 미국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패션쇼를 열기 전 다음과 같은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제 부터 빅토리아 시크릿 런웨이에 서는
전속모델을 '엔젤'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결점 없는 몸매에 화려하고 섹시한 란제리를 착용하고 런웨이를 누비는 속옷 모델들을 엔젤(angel)이라고 부르면서 사전적 의미의 '천사' 외에 또 다른 의미가 추가됐습니다.
늘씬하고 탄탄한 몸매를 보니
당신도 엔젤이 되고 싶지 않나요?
엔젤들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누구나 닮고 싶어 하는 엔젤의 이미지를 속옷과 함께 팔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 '엔젤 따르기'에 반기를 든 캠페인이 등장했습니다.
플러스사이즈 여성 의류 브랜드 '레인 브라이언트'가 공개한 속옷 광고 속에는 덩치 좋은 여성들이 속옷을 입고 등장해 'I'm No Angel'을 외칩니다.
레인 브라이언트의 I'm No Angel 캠페인은 평범한 여성에게 엔젤이 되기를 권하는 현 사회에서 피로를 느낀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줬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존중하고, '섹시'는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는 이 캠페인의 메시지는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강요된 섹시는 가라
있는 그대로가 섹시다
뚱뚱한 여성에게 살을 빼라고 강요하는 대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사랑하라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면서 미국 의류업계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비만 여성들에게 '옷에 몸을 맞추라'며 미시사이즈(미국 사이즈 13이하) 생산에 집중하던 의류 업체들은 플러스사이즈(미국 사이즈 14이상) 여성을 위한 의류 라인업을 확장했습니다. 또 이들만을 위한 전문 브랜드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플러스사이즈 모델 Tess Holiday
플러스사이즈 여성의류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2015년 3월~2016년 2월) 플러스사이즈 여성의류 연매출은 204억 달러로, 2013년 기록한 174억 달러에 비해 17% 성장했습니다.
이 같은 매출 성장세는 과거와 비교해 미국 비만 여성이 크게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입맛 다른 구매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의류 디자인도 다양해졌습니다. 체형을 감추는 데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몸매를 드러내는 과감한 디자인이 출시되고 있고, 색상이나 패턴도 더욱 화려하고 트렌디해졌습니다.
플러스사이즈 의류업계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큰 옷은 미시사이즈에 비해 패턴 제작이 복잡하고, 생산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중국이나 베트남 등 현지 생산 공장 가운데 큰 옷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만 여성에 대한 인식 개선과 그들의 예쁜 옷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플러스사이즈 여성의류 산업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