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입점 위치를 통해 본 '명품의 지정학'
조회수 2016. 5. 20. 17:57 수정
매경인사이드 - 1분간 주목하면 경제가 보인다.
명품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다른 의류브랜드 4~5배 크기인 100평 정도의 영업 면적을 요구합니다. 만약 원하는 매장 크기가 나오지 않으면 2층에서라도 큰 매장을 운영하는 자존심을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새로운 업태가 많이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백화점은 유통업계에서 고급 이미지를 가장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홈쇼핑에서나 오픈마켓에서는 여전히 '백화점 상품 그대로' '백화점 입점 브랜드' 등을 광고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백화점'이 뭐길래!!
이름만으로 파워가 있나요?
품격 높은 백화점 이미지는 명품 브랜드의 유치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화점은 평균적으로 20% 후반의 입점 수수료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에는 그 절반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백화점이 명품 브랜드에 얼마나 목을 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수수료 많이 안 받을게여!!!
입점만 해주세요~~~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특히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3개 브랜드는 자존심이 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이 세 개 브랜드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손을 이끌 수 있는 중요 마케팅 포인트가 되니 이들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브랜드가 백화점에서 들어가고 싶은 위치는 어디일까요?
백화점 바이어도 알려주지 않는 비밀을 그들의 입점 위치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입점 조건 충족 요인
- 유동인구 많은 곳
- 시선이 집중되는 곳
명품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의 자리를 선호합니다.
1. 백화점 1층 매장
2. 유동객이 가장 많은 정문 쪽 매장
3. 매장의 전체적인 전경이 잘 보이는 위치
백화점 1층 매장이라 하더라도 주변 브랜드에 따라서 매장 오픈 여부가 결정됩니다. 가장 선호하는 상품군은 해외명품, 화장품 상품군입니다.
해외명품을 구매하는 고객들
대부분 화장품의 고정고객이랍니다~
1층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1층 외부에 브랜드 콘셉트를 반영한 쇼윈도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과 대구점에 세 개 브랜드가 모두 입점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본점은 다른 백화점과는 약간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 부촌 중 하나인 압구정에 위치한 본점은 지나다니며 보는 사람보다는 고정 단골 고객이 많고 점포는 다른 백화점보다 한 층의 규모가 훨씬 작습니다.
이 때문에 본점의 경우 입구 바로 옆의 사각지대보다는 점포로 들어서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양옆으로 세 개 브랜드를 배치했습니다.
시선이 집중되는 곳이 곧 명당이네요
신세계백화점은 세 개 브랜드를 모두 유치한 점포가 가장 많습니다. 본점, 강남점, 센텀시티점 등 세 곳입니다.
본점의 경우 두 개의 통로를 모두 이용했습니다. 정문 바로 옆에 샤넬과 에르메스 매장을 두고 유동고객이 가장 많은 신관과 본관을 연결하는 통로 입구 바로 오른편에 루이비통을 배치했습니다.
▶입점 제한 요인
- 상권 크기
- 상권 크기
- 매장 크기
현재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이렇게 세 브랜드가 모두 입점돼 있는 백화점은 롯데백화점 잠실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대구점,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으로 전국에 총 6개 밖에 안됩니다.
매장 수를 늘리면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좋은거 아닌가요?
뭘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매장 수를 제한하는 이유가 있다고요!
이들은 상권 크기에 따라 오픈하는 매장 수를 제합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광역시에는 지역별로 매장을 오픈하지만 중소형 도시에는 가급적 오픈하지 않습니다. 한 매장이 고객을 커버할 수 있는 상권 지역을 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오픈한 매장 수를 보면 루이비통이 23개, 에르메스가 10개, 샤넬이 8개로 대부분 서울에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지방에는 매장을 1개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어 한 백화점에 입점하면 다른 백화점에는 입점하지 않습니다.
매장 크기에 따라 입점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잠실점에만 세 개의 브랜드가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백화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본점에도 에르메스는 아직 없습니다. 본점 명품관인 에비뉴엘 1층 정문 양쪽에 위치한 샤넬과 루이비통은 모두 1층과 지하 1층을 연결해 복층형으로 매장을 구성했습니다.
본점과 마찬가지로 잠실점 정문 양쪽에는 샤넬과 루이비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에르메스는 국내 최고층 건물인 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연결되는 통로 바로 옆에 자리한 것입니다.
세 매장 모두 1층 바깥에 쇼윈도나 광고판을 운영하며 1층 내 어떤 매장보다 넓은 공간을 쓰고 있습니다.
'명품의 지정학'을 보니 콧대 높은 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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