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인사고과를 당구로 결정했다②
이어지는 강부장 (aka. 이젠 구세주)의 설명
"고래 물산 조사장 알지? 와~ 그 양반 그렇게 안봤는데...고래 물산 얘들이 작년에 저기 나가서 방송 탔나봐. 그걸 가지고 얼마전 업계 사장 모임에서 얼마나 자랑을 해대는지. 우리 사장님 가슴에 총 맞고 오셨다."
"매경에서 난 기사 사진을 아예 캡처를 해서 스마트폰에 넣고 다니면서 자랑이래. 휴...올해 3회 대회공고 뜨니깐 간부회의에서 당구 잘 치는 직원 수배령 내렸다. 김대리 소싯적에 큐 좀 잡아봤다고 하지 않았어?"
김대리도 고래 물산에 대해서 잘 안다. 업계 라이벌이기도 하면서 나름 동업자 의식도 있어서 몇번 공동 회식도 같이 한 터. 그런데 거기에 그런 당구 고수가 있었다고?...
강부장 말처럼 대학시절까지 잡기에 능하기로 소문났던 김대리도 '한 당구' 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시간도 까먹을 만큼 한때 푹 빠져 있던 당구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회식 뒷풀이로 술김에 몇 번 갔을 뿐이었다.
'사회인의 스포츠라면 최소 골프지...얘들도 아니고 뭔 당구...아니지. 우리 사장님이 이렇게 기분이 상하셨는데 회사 윤활유인 내가 가만 있을 수 없지'
형님...제가 조용히 해결하겠습니다.
오...무슨 직장인 대회가 전국 예선을 해?
거기다가 호텔에서 방송 촬영까지?
2017년 피날레를 장식할 업무로 결정!!
일단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야겠네
흠...국제식 대대는 뭐지? 스카치 경기는? 후구는?
이거 당구 룰이 바뀌었나..
1. 회사 내 파트너 물색
2. 대회 규정 숙지
3. 대회 의상 구입 및 머리 세팅
4. 사인 연습
5. 방송 인터뷰 멘트 준비
6. 회사 금일봉 시상식 때 입을 의상 구입 및 머리 세팅
7. 시상식 인사말 준비
8. 방송 보고 연락 온 전 여친(들) 대응법
9. 전국에서 들어올 소개팅 자리 선별
10. 혹시 모를 헤드헌터들의 연락
커피나 한잔 하게 옥상으로 와요.
사회생활에서 업무파악만큼 중요한게 동료들의 신상 파악이다.
최오백(33세). 작년에 경력으로 입사한 후배로 친하게 어울린 적은 없지만 당구 고수라는 풍월을 듣긴 했다. 쭉 뻗은 팔다리, 날카롭게 째진 눈초리까지 외모부터 고수의 향기를 풍긴다.
- to be continued (꼭 해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