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세운상가" 이야기

조회수 2017. 3. 2. 14: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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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강북 한복판에 거대한 주상 복합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슈퍼마켓은 물론 골프 연습장과 헬스클럽까지 있었고 입주민도 상위 10%의 재력가, 권력가였다. 지금의 타워팰리스에 비견될 만큼 초호화판이었다. 1970년대에 1990년대의 삶을 누릴 수 있었던 곳, 그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종로4가의 세운상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세운상가라고 하면 종묘 맞은편에 있는 세운상가만 떠올리는데, 종로를 시작으로 을지로를 지나 퇴계로로 이어지는 세운상가가동,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풍전호텔, 신성상가, 진양상가 등 8개의 큰 건물군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현재는 종묘 바로 앞에 있던 현대상가가 허물어지고 7개의 건물이 남아 있습니다.

세운상가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제는 소이탄(불을 질러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는 폭탄) 투하에 대비해 청계천을 따라 동서로 곧게 뻗은 소개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완공 두 달 뒤 패망했고, 한국전쟁으로 생긴 피란민들이 이 도로에 판잣집을 지었습니다. ‘종삼’이라고 불리는 사창가도 생겨났습니다.

1960년대 도심 재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던 정부의 눈에 이 빈민가는 눈엣가시였고, 건축가 김수근의 제안으로 서울의 랜드마크를 짓기로 했습니다. 처음 설계한 세운상가는 건물과 건물을 잇는 보행 덱, 공중 정원, 1층 주차장 등 시대를 뛰어넘는 개념과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민간 업체로 사업을 전담하면서 도시 경관이나 첨단 건축 기술보다는 분양과 임대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수정되어 현재의 건물들이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살던 수천 명의 빈민은 당연히 외곽으로 쫓겨났습니다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다
이렇게 생겨난 세운상가는 경제성장과 맞물려 1980년대까지 전기·전자의 메카로 승승장구했습니다. ‘세상의 기운은 이곳으로 모여라’라는 뜻의 ‘세운’이라는 이름처럼 세상의 기운이 다 모이는 듯했습니다.

“구하지 못하는 부품이 없고, 조립하지 못하는 게 없었어요. ‘세운상가에선 잠수함과 미사일도 만든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죠.”
강남 개발과 용산전자상가 건설로 쇠락
하지만 세운상가는 198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고 1990년대 용산과 강변에 대형 전자 상가가 들어서면서 쇠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층부에 살던 주민들은 강남으로 이주했고, 상인들도 용산전자상가로 흩어졌습니다. 여기에 건물까지 낙후되면서 재개발 논의가 거론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입주민과 상가 운영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진척되지 못하다가 2008년 당시 서울시가 세운상가를 전면 철거 하고 세운상가 주변 지역을 전면 재개발해 거대한 도심 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대상가부터 철거를 시작, 본격적 재개발이 시작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금융 위기와 종묘 문화재 심의에 부딪혀 진척이 없다가 결국 2012년 12월에 이르러 철거 계획이 전면 취소되었습니다.
돈 없는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
그런 세운상가가 올 2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시 재생에 들어갔습니다. 이름하여 ‘다시‧세운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상가끼리 덱(난간)을 연결해 사람들이 지나는 길을 만들고, 녹지를 조성해 젊은 사람들이 찾기 좋은 관광 명소가 될 것입니다. 또 제조업 기지로 부활하기 위해 5월부터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창업자를 돕는 ‘세운리빙랩’이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11월에는 ‘다시세운협업지원센터’가 문을 엽니다. 세운상가의 상인과 장인을 발굴하고 외부의 창작자, 창업자와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입니다.사실 세운상가는 이미 젊은 예술가들의 터전이 되고 있다. 임대료 싸고, 교통 편하고, 재료도 구하기 쉬워 주머니 가벼운 예술가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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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
서울시는 세운상가를 재개발이 아닌 도시 재생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기존 상인, 입주민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주민, 전문가, 공공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초록띠공원과 세운상가 연계, 청계천에서 엘리베이터 등을 통한 수직동선체계 구축, 보행교 신설, 을지로 지하상가와 연결, 공중화장실 설치 등에 대한 주민의견을 국제설계공모 지침에 반영했습니다.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며, 시민의 일터릴 지키고 살릴 새로운 곳, 걷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할 세운상가 일대의 변신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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