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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 이성민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구한다"

조회수 2017. 5. 8. 17: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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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관> 에 나온 캐릭터들은 한마디로 '기장 어벤져스'이지만, 시골 아저씨처럼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이성민이 한국형 히어로 영화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5월 3일(수) 개봉한 코믹 수사극 <보안관>에서 고향 부산 기장을 지키는 전직 형사 대호를 맡아 슈퍼히어로, 스파이 영화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성민이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평범함’이다.

출처: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보안관>은 이른바 로컬 수사극으로, 코미디가 주가 된 영화입니다. 현장에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나요?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과 장난도 많이 치면서 연기했는데, 영화도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부산 기장에서 된장을 베이스로 만든 프랑스 요리를 먹는 느낌이었죠. 제가 좋아하는 유럽 코미디 영화와 비슷해 보였습니다. 배우들이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다’고 생각하며 촬영한 건 아니었지만, 촬영장은 늘 ‘코미디’였습니다.



<보안관>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든 건 당연했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에 출연한 첫 번째 이유는 김형주 감독 때문입니다. 감독님이 <군도: 민란의 시대>(2014) 찍을 때 조감독이었는데, 제가 그 당시에 바라본 감독님의 작업 방식을 100% 신뢰했습니다. 김형주 감독님을 믿고 바로 “OK”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보안관>이 저의 처진 살을 빼주고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는 젊음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해줄 것 같았습니다.



대호는 고향인 부산 기장에서 ‘보안관’ 노릇을 하는 전직 형사입니다. 대호가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여서 끌렸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호는 한때 형사였지만, 지금은 고향을 지키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 ‘평범함’이 대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기장 안에서 역사를 바꿔 나가고, 경찰도 못하는 큰일을 해결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만약 대호가 처음부터 끝까지 형사였다면, 막무가내로 기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았겠죠.



대호는 어떻게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기장에 대한 애정이 가득합니다.



대호가 기장을 범죄 없는 도시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영화 초반부에 대호가 대전에 있을 때, 국내 최대 마약 거래상 ‘뽀빠이’의 아지트를 찾아 윗선의 명령도 없이 막무가내로 후배 형사와 쳐들어갑니다. 그곳에서 후배 형사는 한 마약 거래상에게 칼을 맞죠. 그 이후에 후배 형사가 어떻게 됐는지 나오지 않습니다. 편집됐지만, 후배 경찰은 사망했고, 대호가 후배 가족에게 도움을 주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실수로 동료가 죽은 것에 대한 트라우마인 거죠. 마약은 대호의 핸디캡인데, 기장에 마약 관련 사건이 터져버렸죠. 그래서 범인을 찾을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출처: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업가 종진(조진웅)이 비치타운 건설을 위해 기장에 온 시점과 동네에 마약이 거래되기 시작한 시점이 일치합니다. 그래서 대호가 종진을 마약 거래상으로 의심하는데, 조진웅이 연기한 종진은 티 하나 없이 맑은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조진웅 배우가 연기를 아주 잘했습니다. 종진이 반전의 키를 쥔 캐릭터이거든요. 대호와 종진이 학교 운동장에서 한판 벌이는 장면까지 극을 잘 이끌었습니다. 종진을 의심하는 대호, 자신을 의심하는 대호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종진. 조진웅 배우는 종진을 더 착하게 보이려고 시나리오에 없는 손 하트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저거 진짜 확!’(웃음), 분명 연기인데 종진이 너무 착해 보이니 짜증이 나더라고요. 이 영화가 대호의 의심에서 출발하는데, 어느 순간 관객이 ‘종진이 아니라 대호를 의심 하겠구나’ 싶었죠.



대호의 조건 없는 의심, 종진의 조건 없는 이해가 충돌하는 현상을 현실에서 느낀 적이 있습니까?



오늘날 한국 정치사에 갑작스런 일들이 많이 생겼잖아요. 착하게만 보이는 종진의 행동이 정치와 맞닿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예측하고 <보안관>을 만든 건 아니지만, 관객이 종진에게 마음을 줬다가 나중에 배신당한다고 생각해보면, 국민을 위해 일할 것 같던 사람들이 어느 날 국민을 배신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경상북도 봉화군이 고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경상도 사투리 대사여서 다른 영화에 비해 연기하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나요?



사투리만 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영화 자체가 건강하고 밝은 분위기여서 촬영장에서도 배우와 스태프가 모두 친한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촬영이 없을 때도 술자리를 가지고, 자주 만났습니다. 현장이 즐거우니까 촬영이 힘든지도 몰랐습니다.



사투리 억양과 발음이 관객에게 잘 들릴 수 있을지 연기하면서 각별히 신경을 썼을텐데요.



서울 분들에게 물어보니 쉽게 이해가 안 되는 사투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보안관>은 처음부터 100% 사투리를 하는 영화이니, 그런 문제를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우 모두 경상도 출신인데, 강곤을 연기한 (임)현성이만 서울 압구정 출신이었습니다. 현성이가 서울말을 쓰니까 귀에 쏙쏙 박히고, 논리적으로 들리더군요. 하지만, 다른 배우들이 사투리로 애드리브를 할 때는 현성이가 알아듣지 못하니 받아치질 못했죠.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는 현성이를 보는 게 웃겼습니다.

출처: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대호는 부산 기장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오지라퍼’입니다. 오지랖 넓은 대호를 연기하면서 참고한 모델이 있었나요?



저는 그런 성격이 아니지만, ‘아재’들이 모이면 오지랖 넓은 행동들을 하는 게 보입니다. 실제로 부산 송정해수욕장 근처에서 그런 분들을 봤습니다. <보안관> 촬영이 없는 날에 배우들과 낚시를 하다가 구멍가게에서 라면을 먹을 때였어요. 마을에 광케이블이 깔린다고 어르신 세 분이 막걸리를 드시면서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광케이블이 깔리는 게 마을에 좋은 일이라고 바람 잡는 어르신, 반대한다는 기 센 어르신, 두 분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어르신. 영화 캐릭터, 상황과 아주 비슷해서 세분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습니다. 지방 사람들은 어디서나 한번쯤 봤을 정겨운 장면이죠.



운동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 <보안관>을 위해 특별히 몸 관리에 신경 썼다고 들었습니다.



평소에 운동을 멀리하고 삽니다. 김형주 감독이 원하는 몸은 울퉁불퉁한 복근이 아니라 탄탄한 ‘아저씨’ 몸이었습니다. 그 정도도 저에겐 많은 운동량이 필요했습니다. 운동보다는 식단 조절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한동안 탄수화물을 먹지 말아야 했죠. 개인 트레이너를 두기보다는 혼자 운동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군도: 민란의 시대> <보안관> 그리고 현재 촬영 중인 <공작> 모두 영화사 월광과 사나이픽처스 작품입니다. 세 영화에 모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두 제작사가 좋은 시나리오를 줘서 인연이 된 것 같습니다. 세 작품 모두 같은 제작사와 한 것은 어떻게 보면 우연의 일치입니다. 현재 촬영하고 있는 <공작>은 월광 제작사 대표이자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님이 오래전에 시나리오를 준 작품이거든요. 그들과 작업하면서 좋았던 것은 작업 방식이 ‘패밀리’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촬영 현장은 활기찬 기운으로 넘치죠. 그게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도 대호라는 캐릭터를 연기했고, 사나이픽처스가 제작한 <대호>와도 이름이 같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김형주 감독한테 물어봤습니다. “대호가 <군도: 민란의 시대>의 대호야? 아니면 영화 <대호>의 대호야?” 김형주 감독은 어떤 의미를 담아 캐릭터 이름을 만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이미 한번 맡았던 캐릭터 이름을 다시 만나게 돼 놀라웠습니다.

출처: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보안관> 오프닝과 엔딩 장면에 <영웅본색>(1986)의 테마곡이 흐릅니다. 대호가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다니는 모습, 처남 덕만(김성균)과 <영웅본색>을 보는 장면 등 영화 곳곳에 <영웅본색>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이 있습니다. <영웅본색>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까?



고등학생 딸에게 “엄마, 아빠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지?”라고 물으면 “아니”라고 바로 안 하더군요. <영웅본색>이 나왔을 때가 제가 딸의 나이와 비슷했던 때였습니다. 그 시절엔 부모님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중요했죠. 친구들과 <영웅본색>을 본 기억이 납니다. 주윤발이 나온 영화 중에서는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1989)을 제일 좋아합니다.



<보안관>에서 <영웅본색>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중년 ‘아저씨’들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로망 같은 존재 아닐까요? <영웅본색>을 보면서 중년 관객들은 심장이 계속 뜨겁다는 것을 자각할 겁니다. 저도 영화를 찍으면서 젊은 시절을 돌아봤습니다. 저와 같은 중년들도 제 기분에 동감하길 바랍니다.



평범한 중년 남성 캐릭터가 범죄를 소탕하는 이야기는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뭅니다. <보안관>이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고 보십니까?



조진웅 배우가 <보안관>은 히어로 영화라고 했습니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처럼 강철 슈트, 진짜 검은색 슈트를 입지 않지만, 영화 분위기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더군요. <보안관>에 나온 캐릭터들은 한마디로 ‘기장 어벤져스’이지만, 시골 아저씨처럼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만약 검은 슈트 입고 권총만 들었다면 홍콩 액션 영화 느낌이 났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안관>은 한국적이고 서민적인 히어로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호는 고향을 지키기 위해 ‘보안관’ 노릇을 합니다. 배우 이성민이 지금 가장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나이가 들고, 어디를 가도 선배이니 여러 가지로 신중해지고 책임의 무게가 더 커졌습니다. 솔직히 젊었을 때가 좋았습니다. 연기를 잘 못해도 다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이제는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아직도 연기를 즐길 경지까지는 아닌가 봐요.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오직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제 연기를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싶었죠. 지금은 사람들이 저를 많이 알아봐주니, ‘배우 이성민’이란 이름값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이름값을 지키고 싶습니다.



글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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