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밌다 | <어느날>이 동해 바다로 떠난 이유

조회수 2017. 4. 12. 1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어느날> 의 이야기는 바다에서 시작합니다.

영혼이 된 한 여자와 영혼을 볼 수 있는 한 남자의 판타지 감성 드라마 <어느날>(4월 5일 개봉). ‘치유’와 ‘희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관객의 감정을 때론 즐겁게, 때론 슬프게 만들 <어느날>의 뒷이야기를 알아본다.

출처: 이윤기 감독은 시나리오를 직접 쓰지 않고 각색과 연출에 참여했다. <어느날>은 남녀의 사랑보다 남녀의 공감과 이해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 오퍼스 픽쳐스

판타지 감성 드라마에 도전한 이윤기 감독



<멋진 하루>(2008)에서 헤어진 두 남녀가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에서 이별을 앞둔 두 남녀의 복잡한 감정을, <남과 여>(2015)에서 운명처럼 이끌린 남녀의 사랑을 그려내며 멜로 장르를 끊임없이 만들었던 이윤기 감독이 멜로가 아닌 <어느날>로 판타지 감성 드라마를 선보인다. 이윤기 감독은 한 사람에게만 영혼이 보인다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과거의 아픔을 가진 영혼과 사람이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면서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강수에게만 미소의 영혼이 보이는 이유



아내를 잃은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는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미소(천우희)의 보험을 담당하게 된다. 강수는 미소의 병실을 찾아가 상태를 확인하는 도중,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미소의 영혼을 만난다. 이윤기 감독은 자신이 가진 아픔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강수가 미소의 영혼을 볼 수 있고, 영혼이 강수와 대화할 수 있다는 설정을 넣었다고 한다.



천우희의 첫 블루 스크린 연기



천우희가 연기한 미소라는 캐릭터는 시각장애인이자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됐다. 사고와 동시에 영혼이 몸에서 분리된 미소는 식물인간 상태와 영혼의 상태로 존재한다. 천우희는 두 모습이 모두 드러나는 장면을 위해 블루 스크린에서 연기했다. 천우희가 블루 스크린을 사용해 연기한 것은 처음. 병실에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미소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미소의 영혼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 미소가 병원 옥상 난간에 매달려 경치를 바라는 장면에 블루 스크린이 사용됐다.

출처: <어느날> 촬영은 강원도 고성과 속초 일대에서 진행됐다. 특히, 강수와 미소가 바닷가에서 오열하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장면은 고성의 아야진 해수욕장에서 촬영됐다. 사진 오퍼스 픽쳐스

동해 바다로 떠난 <어느날>



이윤기 감독은 바다와 인접한 곳에서 <어느날>의 이야기가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바다가 주는 공허한 이미지가 강수와 미소의 슬픔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강수와 미소는 바닷가에서 오열을 하며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보고 서로의 아픔을 감싸준다. 이윤기 감독이 선택한 곳은 강원도 고성 아야진 해수욕장이었다. 아야진 해수욕장 이외에 영화 속 배경은 강원도 고성과 속초 일대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벗어나 인적이 드문 강원도 도시의 공간은 두 남녀의 공허한 감정과 조용한 영화 분위기를 내기에 알맞았다.



단벌 의상의 비밀



영혼이 된 미소가 입고 나오는 라벤더 색의 니트는 이윤기 감독과 천우희의 선택으로 정해졌다. 미소의 의상을 단벌로 가기로 결정한 다음, 환자복과 평상복 중 하나를 선택했다. 이윤기 감독은 미소가 강수랑 있을 때 영혼이 아닌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평상복을 골랐다. 천우희가 여러 옷을 입어본 결과,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라벤더 색 니트를 미소의 의상으로 결정했다. 니트를 여러 벌 준비해 촬영했지만, 세탁의 문제인지 촬영할 때마다 점점 늘어나서 무릎까지 오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천우희는 작품마다 입은 의상을 꼭 한 벌씩 소장한다. 이번에 입은 라벤더 색 니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윤기 감독을 놀래킨 김남길, 천우희



이윤기 감독은 <어느날>의 강수와 미소 역을 김남길과 천우희에게 제안했다. 두 배우는 처음에 모두 거절했는데, 그 이유는 ‘어른 동화’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부담스러웠다는 것. 이윤기 감독은 두 배우를 직접 만나 설득했다. 그 이후 김남길은 시나리오를 다시 읽고 처음 읽었을 때와 마음이 달라져 그 변화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고, 천우희는 판타지 장르에 대한 도전을 이유로 <어느날>에 참여했다. 이윤기 감독은 처음에 “두 배우가 모두 말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만나고 보니 1분 만에 생각이 바뀌었다. 너무 말이 많다”고 김남길과 천우희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고 말했다. 그는 두 배우가 촬영장에 트레이닝복만 입고 와 옷이 한 벌밖에 없는 줄 알았다고 한다.

출처: 김남길은 아내를 떠나보낸 아픔을 가진 강수 역을 맡아 감정의 폭발을 물론, 영혼이 된 미소가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사진 오퍼스 픽쳐스

김남길의 ‘모노드라마’



강수 역을 맡은 김남길은 아내를 잃고 초췌해진 강수를 외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꾸미지 않은 얼굴과 일부러 축 늘어뜨린 몸으로 연기했다. 그리고 영혼이 보이는 연기를 해야 했다. 강수는 영혼과 대화하며 행동하지만, 병원 곳곳의 CCTV에는 영혼이 찍히지 않아 혼자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남길은 영혼이 곁에 있다고 가정하고, 홀로 연기를 했다. 그는 연기하면서 민망했고, 모니터로 봤을 때 우스꽝스럽다며 당시 촬영 상황을 설명했다.



‘치유와 희망’의 플래카드



영화 후반부에 병원 내부에 ‘치유와 희망’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린 장면이 나온다. 이윤기 감독은 그 장면에 나오는 플래카드가 연출 의도와 상관없이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걸린 플래카드라고 답했다. 그는 “촬영하면서도 몰랐는데, 우연히 영화와 맞아떨어졌다. 지금 얼마나 나라가 힘들지 않냐. 이 영화를 통해 ‘힐링’ 됐으면 좋겠다”며 <어느날>이 모든 사람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 박경희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