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가 꿈이 되어버린 당신을 위해

조회수 2017. 3. 6. 22: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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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인 삶에서 생산적인 삶으로



입사를 축하합니다!

기억나십니까? 수십 개의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며 그 지난한 복사하기와 붙여 넣기, 회사이름 찾기와 바꾸기 끝에 일궈낸 단 하나의 쾌거. 나를 받아주기로 큰 결심을 한 회사가 보내준 정성 가득한(?) 답변에 폴짝거리며 기뻐했던 날 말입니다.

 

퇴사를 축하합니다!

요즘은 퇴사한 사람에게 이렇게 인사를 한답니다. 핍박과 고통의 세월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출발을 감행한 이에 대한 경외심이 담겨있습니다. 이미 회사를 떠나 자리를 잡은 사람도 여전히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퇴사를 걱정하기보다는 일단은 축하하는 분위기입니다.

 

직장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절은 지나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일보다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고 조직보다 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특히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가정을 내팽개치고 일을 했고 조직을 위해서라면 희생도 불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일 없는 삶은 로망이 됐고 내가 없는 조직 공동체는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의 과거는 입사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퇴사를 꿈꿉니다. 단순히 지긋지긋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소모적인 삶에서 생산적인 삶으로의 전환을 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퇴사를 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시대의 직장인들은 비전보다는 꿈을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냅니다. 앞일에 대한 책임쯤 스스로 감당해내겠다는 강단이 있습니다.

 

다만 퇴사가 꿈이 된 현실의 이면에는 ‘탈출’을 감행하려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벗어나고 싶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퇴사라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퇴사를 갈구하지만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래서 퇴사한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하지만 탈출은 퇴사를 부러워할 만한 이유가 못 됩니다. 현실의 굴레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벗어나기 위한’ 퇴사는 실패로 끝나거나 미수에 그칩니다.

 






대안과 준비가 없는 퇴사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만 선사합니다. 그간 착실히 일하면서 모은 퇴직금을 몽땅 날려버리는 재정적 위험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진정 퇴사를 축하 받고 싶다면 사전에 대안을 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퇴사를 염려해야 할지 축하해야 할지는 바로 이 순간 결정됩니다. 그래서 퇴사는 ‘벗어나기’가 아닌 ‘뛰어들기’여야 합니다. 무엇으로부터(from)가 아닌 무엇으로(to)여야 합니다. 입사할 때는 목적지향적이었지만 퇴사할 때는 현실도피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우리의 선택은 신중해야 합니다. 그것은 섣불리 퇴사를 결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진중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삶의 국면이 바뀌는 중차대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 순간의 결단에 나의 의지와 무관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쳐서는 안됩니다. 오롯이 내 뜻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도적인 선택이 될 겁니다. ‘나의 선택’이라고 하겠지만 진정 그런 것인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될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퇴사는 다른 터(직장), 다른 삶으로의 ‘입문入門’입니다. 사실 과거의 입사도 그랬어야 합니다. ‘무엇을 배우는 길에 처음 들어섬’을 뜻하는 입문은 삶이 배움의 연속이라는 것을 곱씹게 합니다. 우리가 입사했던 건 돈, 사회적 지위 때문은 아니었을까? 견실한 대기업의 회사원이라는 말이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왜 나는 지금 퇴사를 꿈꾸고 있는 걸까? 그것은 삶에서 맞이하는 수많은 입문의 순간들을 폄하했기 때문입니다. 배움만이 아닌 입문한 삶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취지가 외면됐다는 뜻입니다. 애당초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회사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 된다 한들 이상할 것 없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여! 입사하지 말고 입문하시게! 비웃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입문할 마음이 없이 입사한다면 분명 퇴사가 꿈이 될 겁니다. 애써 들어간 회사를 나조차도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로 나가게 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퇴사가 새로운, 또 다른 ‘입문’의 순간이기를 원한다면 지금의 선택도 ‘입문’이길 기대해 봅니다. 입사한 사람은 열심히 일하지만 입문한 사람은 열심히 깨우칩니다. 입사한 사람은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입문한 사람은 새로운 출발을 원합니다. 그게 입사와 입문의 차이입니다.


 


퇴사를 꿈꾸는 나에게 묻습니다. 왜?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면 퇴사라는 대안은 나에게 적절한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앞으로의 담론에서 그 이유를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직장생활연구소 연구원의 첫번째 연재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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