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셋 자체는 동일해도 플래폼 성격이나 가격 그리고 기능성에 따라 적게는 대여섯 개, 많게는 십여 개까지 제품 사양이나 구성을 차별한 메이커들이 있는데 그 대표 브랜드가 바로 ASUS다.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출시에 맞춰 ASUS가 준비한 Z370 메인보드만 무려 15가지다.
가성비가 뛰어난 TUF 시리즈, 기능성이 업그레이드 된 PRIME 시리즈, 게이밍 기능을 강화한 ROG STRIX 시리즈, 오버클럭과 최고 사양을 실현한 ROG 막시무스 시리즈 등 DIY PC 시장이 요구하는 모든 종류의 메인보드를 ASUS가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ASUS에서 준비한 15가지 Z370 메인보드 중 미처 소개하지 못한 ROG 막시무스 X APEX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ASUS Z370 시리즈 중 유일한 EATX
ASUS가 판매 중인 Z370 메인보드는 모두 합해 15가지다.
이 중 오늘 소개할 ROG 막시무스 X APEX는 최상위 스펙을 자랑하는 Z370 메인보드 중 하나이며 같은 ROG 막시무스 X 시리즈 중에선 EATX 폼팩터로 설계된 유일한 제품이다.
ATX 폼팩터로 설계된 다른 제품 보다 가로 길이가 2.8cm 정도 크다 보니 전체적인 크기도 큰 편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크기만 키운 제품은 아니라서 커진 크기 만큼 부품이나 회로 간격을 좀더 넓게 설계한 덕에 신호 간섭을 최소화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좀 더 높은 클럭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든 것이 ROG 막시무스 X APEX다.
이러한 주장은 HWBOT.Org에 기록된 코어 i7 8700K 오버클럭 랭킹만 봐도 알 수 있다.
6.1Ghz 이상을 기록한 상위 10개 기록 중 무려 4개가 ROG 막시무스 X APEX에서 테스트 된 결과 였다. 지난 10월 5일 유명 오버클러커 Der8auer가 기록한 7.3GHz도 있고 이를 제외하고도 3개 유저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려 ROG 막시무스 X APEX의 오버클럭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DIMM 슬롯 2개로 줄이고 속도는 UP
ROG 막시무스 X APEX는 DIMM 슬롯이 2개다.
ATX 폼팩터로 설계된 다른 제품들은 모두 DIMM 슬롯이 4개지만 그 보다 더 큰 크기인 ROG 막시무스 X APEX는 2개가 전부라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ASUS가 ROG 막시무스 X APEX의 DIMM 슬롯을 2개로 줄인 것은 극한의 오버클럭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모든 PCB 회로가 그러하듯 DIMM 슬롯도 신호 간섭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을 슬롯은 제외시켜 더 높은 클럭을 보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덕분에 ROG 막시무스 X APEX는 4500MHz 이상의 메모리 오버클럭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 됐고 실제 커세어와 Gskill의 DDR4 4500MHz 8GB x2 제품 5가지의 안전성 검증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필자는 아쉽게도 DDR4 4500MHz 메모리가 없어 4500Mhz 이상의 오버클럭 능력을 검증하진 못했지만 오버클럭이 어려운 양면 메모리, 그 것도 삼성 PC4-17000(2133) DDR4 16GB DIMM 모듈 2개로도 어렵지 않게 3500Mhz 오버클럭에 성공했다.
안정성 검증은 Memtest64를 사용했고 1시간 가량 테스트 후 성공 유무를 판단했다. 이때 사용한 전압은 1.35v 였으며 타이밍은 17-17-19-38 였다.
CPU 오버클럭도 남다르다
오버클럭을 위한 메인보드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메인보드에는 CPU 클럭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고 이 기능을 사용하면 CPU 마다 허용된 한계 내에서 정해진 속도 보다 빠르게 동작시킬 수 있다.
하지만, 오버클럭 시 요구되는 급격한 소비 전력 증가와 그로 인한 출력 안정성, 장시간 사용을 위한 높은 품질은 단순히 기능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서 그에 맞는 품질의 부품과 회로 설계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더 높은 클럭에 도달하기 위한 메인보드는 일반 메인보드 보다 품질 좋은 부품과 더 많은 VRM 페이즈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ROG 막시무스 X APEX는 그런 메인보드 중에서도 최고만을 위해 개발된 제품인 만큼 남다른 부품 품질을 자랑하는 제품이다.
최대 50A까지 감당할 수 있는 infineon의 OptiMOS 파워 MOSFET을 바탕으로, 8+2 페이즈 디지털 VRM을 완성했으며 입출력 버퍼에는 FP10K 블랙 메탈 캐퍼시터로 10,000 시간 이상의 긴수명과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을 보장하도록 만들어 졌다.
거기다 고주파 필터링을 위한 코일도 고밀도 몰딩 타입이라서 커버만 씌워 놓은 속빈 코일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도 없다. 이러한 타입은 다른 몰딩 타입 보다 투자율이 높고 히스테리시스 손실과 와전류 손실이 적은 특성이 있어 ROG 막시무스 X APEX 같은 오버클럭 메인보드나 고출력 고효율 VRM을 필요로 하는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필자는 ROG 막시무스 X APEX로 코어 i7 8700K를 5GHz까지 오버클럭 한 후 OOCT 1시간 안정화에 성공했다. 이때 사용한 코어 전압은 1.4v 였고 VCCIO와 VCCSA 전압은 1.25를 사용했다. 메모리 속도는 앞서 소개한 대로 DDR4 4500MHz로 셋팅 했다.
이 두 조합은 7616점 였던 3DMARK TimeSpy CPU 점수를 9290점까지 끌어 올렸으며 18,612점 였던 3DMARK FireStrike 물리학 점수를 21,870점까지 갱신한 바 있다.
ROG DIMM.2로 속도와 편의성 개선
PCIe NVMe 기반 M.2 SSD 출시가 본격화 되면서 SATA 6Gbps 보다 대여섯 배 빠른 스토리지를 사용하는 게이머들이 늘어나고 있다. SATA 기반 M.2 SSD 사용자까지 PCIe NVMe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메인보드에 온보드 된 M.2 슬롯 탓에 교체 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CPU와 PCI Express x16 슬롯 사이에 위치한 M.2 슬롯 탓에 그래픽카드를 분리한 후 드라이버로 풀어줘야 하는 경우도 있고 PCH 히트싱크와 결합된 구조 탓에 주변 부품이나 커넥터를 모두 분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M.2 SSD를 교체하거나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 했는데 ASUS가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ROG 막시무스 X APEX에도 적용된 이 해법은 DIMM.2 라는 라이저 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얼핏 보면 DIMM 슬롯 처럼 보이지만 DIMM 슬롯 형태의 라이저 카드일 뿐 M.2 스토리지를 DIMM 모듈로 사용하기 위한 제품은 아니다. ROG DIMM.2 라이저 카드에 M.2 SSD를 장착한 후 라이저 카드를 DIMM.2 슬롯에 장착하면 메인보드에 온보드 된 M.2 슬롯 처럼 일반 스토리지로 인식된다.
M.2 SSD 교체가 필요하면 다시 라이저 카드만 분리해 교체 할 M.2 SSD로 바꾸면 된다. DIMM 모듈 교체하듯 너무 쉬운 방식이어서 M.2 SSD 교체가 번거롭다 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 정도로 쉽다.
참고로, ROG DIMM.2 라이저 카드는 최근 업그레이드 된 신형 모델이다. 그래서 2016년 모델에는 없던 LED 튜닝과 2개의 온도 센서, 팬 홀더를 위한 고정 홀,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한 PCB 구조가 적용됐다.
4개의 PCIe x16 슬롯과 5G 이더넷은 덤
멀티 GPU는 하이엔드 게이머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과도 같다. 여러개의 그래픽카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압도적인 게이밍 퍼포먼스를 경험해 보면 반하지 않을 자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ROG 막시무스 X APEX 같은 하이엔드 제품에는 PCI Express x16 슬롯이 보통 3개까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도 최소 3개는 되야 하이엔드 제품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강한데 ROG 막시무스 X APEX 는 PCI Express x16 슬롯이 4개나 된다.
그렇다고 슬롯 4개 모두 x16 Lane은 아니지만 작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x16 슬롯 마다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면 x8 Lane과 x4+x4+x4 Lane 으로 동작하고 AMD의 4-Way 크로스파이어X를 사용할 수 있다. 듀얼 GPU 구성에선 x8+x8 Lane으로 동작한다.
ASUS는 ROG 막시무스 X APEX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기가비트 이더넷의 다음 세상이 될 5G 이더넷을 듀얼 이더넷 중 하나로 구성해 놨다.
인텔 I219V로 기가비트 이더넷을 지원하게 만들어 놓고 5G 이더넷 구성이 가능한 환경을 대비하거나 이런 환경에 사용하도록 Aquantia사의 AQC108 5G 이더넷 컨트롤러를 추가해 놨다. 이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CAT5e(30M) 등급 이상의 랜 케이블로 5Gbps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해 진다.
물론, 국내 ISP 밴더들이 제공하는 최대 속도가 1Gbps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실사용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미 10Gbps 인터넷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SKB 뿐만 아니라 KT도 10Gbps 인터넷을 상용화 하기 위해 준비 중인 만큼 전혀 혜택이 없다고는 보기 힘들다.
매체들에 따르면 SKB와 KT 모두 내년을 목표로 10Gbps 인터넷 상용화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5Gbps 이더넷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버클럭을 위한 Z370 메인보드를 찾는다면
ROG 막시무스 X APEX 처럼 오버클럭에 올인한 제품은 많지가 않다. 특히 EATX로 폼팩터 크기를 키워 놓고 DIMM 슬롯 2개를 없애 버릴 정도로 모험적인 설계를 시도한 제품은 진짜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렇게까지 해서 더 높은 클럭을 달성하겠다는 집념 없이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제품이라서 그러한 집념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이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ROG 막시무스 X APEX 같은 제품을 추천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그 특별한 목적과 가치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면 ROG 막시무스 X APEX가 최선의 선택임을 알아 줬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