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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이 주는데도 매달 '도망가는' 직원이 나오는 이유

조회수 2020. 9. 23. 16: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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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이 줘도 도망가는 직원들..사장님이 할 일은?
<노무사가 말하는 취업∙퇴사 이야기>

어떤 일이 벌어졌나?


경기도 일산의 모 중식당은 장사가 잘된다. 상시근로자만 14명. 돈을 많이 버니 월급도 비슷한 업소에 비해 많이 준다. 그런데 매월 ‘도망가는’ 직원이 한 둘 씩 나온다. 장사가 잘 되도 너무 잘 되는 탓이다. 그만두는 사람은 일이 힘들어 몸이 버티지 못하겠다며 떠난다.


이 식당은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밤 10시까지 영업을 한다. 식당이 문을 열기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선다. 일찍 나와 준비하지 않으면 11시부터 아수라장이다. 직원들은 오픈 30분 전에는 나와 재료준비부터 테이블 셋팅까지 영업준비를 한다. 밤에도 마지막 손님이 나간 10시부터 청소에 뒷정리를 하면 밤 11시. 하도 손님이 많다 보니 휴게시간은 고사하고 직원들이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

출처: /사진 SBS 기름진 멜로 캡쳐

게다가 직원들은 한달에 4번 밖에 쉬지 못했다. 추석과 설 연휴에도 정상 영업을 해 돌아가며 하루밖에 쉴 수 없었다. 중국인 조리사가 많아 조리사 한 명이 고향에 보름간 다녀오면 한국인 직원들은 주 1회의 휴일도 반납해야 했다.


직원들이 지나친 격무에 피로를 호소하며 사장에게 근무시간을 줄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요식업 특성상 근무시간이 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일 시키고 돈을 안주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과연 사장의 주장은 잘못된 게 없을까?


노무사의 답변


원론적으로 보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1주 40시간이다. 여기에 연장근로를 1주일에 12시간까지 시킬 수 있다. 만약 법에서 정한 특별한 이유와 절차 없이 이를 초과해 연장근로를 시키려면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발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우선 사업장 특성 상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제한하면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업종은 예외다. 노사합의를 통해 주 12시간 이상 초과근무와 휴게시간 변경이 가능하다.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시간 특례를 적용하는 업종은 현재까지 26개로, 운수업, 의료 및 위생사업, 영화제작, 사회복지사업, 접객업 등이며 음식점도 들어간다. 이 식당도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하고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만 제대로 지급한다면 무제한 장시간 근로가 가능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식당 사장의 생각이 맞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진다. 휴식이 있는 삶, 일·생활 균형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을 기조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주 내용은 ① 연장·휴일근로를 포함, 1주 최대 근로시간 52시간으로 단축 ② 무제한 장시간 근로가 가능한 특례 업종 5개로 축소, 특례 사업장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 ③ 휴일근로 가산수당 할증률 명시 ④ 관공서 공휴일에 민간 사업장도 유급휴일 의무 적용 ⑤ 18세 미만 연소자 1주 최대 근로시간 40시간으로 단축 등이다.


새 근로기준법은 ‘1주’를 휴일을 포함한 7일로 명시했다. 종전에는 평일 12시간 연장근로, 휴일 근로 16시간 포함 1주 최대 68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했다. 즉 법 개정 전에는 1주를 근로일 기준 5일로 보고, 토일요일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것은 1주 노동시간에 넣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일주를 7일로 보고 토일요일 근무를 포함해 일주 최대 근무 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든다.


다만 소규모 사업장들의 현실을 고려해 개정 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되는 시점은 2021년 7월 1일부터다. 단 2022년 12월 31일까지는 상시근로자 30인 미만의 사업장에 대해 노사가 문서로 합의한 경우 특별 연장근로를 주간 최대 8시간까지 추가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직원이 14명인 이 식당은 주 52시간 적용이 2021년 7월부터다.


그런데 또 다른 변수다 있다. 시민 불편 때문에 장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특례업종에서 음식점업 등이 곧 빠진다. 적용 시기는 7월 1일부터다. 결론적으로 이 식당은 7월 1일 전까지는 특례업종이라 노사 합의만 하면 제한없이 일할 수 있지만 7월 1일 이후엔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장은 7월 1일부터 1인당 근로 시간을 줄여야 한다. 현재 직원들이 최소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1주에 하루 만 쉰다. 1주일에 총 일하는 시간이 68시간을 훌쩍 넘는다. ‘일한만큼 돈을 다 줘도’ 직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켰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업무 공백에 대비해 추가로 직원을 뽑는 것이 해결 방법이다. 다만 근로시간 줄이면 기존에 일하던 직원은 연장근로수당을 종전보다 못받게 되어 급여가 줄어들 수 있다.


글 jobsN 김용호 노무사(노무법인 더월드 대표)

디자인 플러스이십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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