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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우주전자공학→판소리→음악감독 박칼린, 이번엔..

조회수 2020. 9. 23. 16: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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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51)이 배우로 무대에 섰다

첼리스트, 우주전자공학도, 국악전공자를 거쳐 20년 넘게 음악감독으로 일한 박칼린(51)이 배우로 무대에 섰다. 그녀는 지난 5월부터 뮤지컬 ‘시카고’ 주연으로 활약 중이다. 2000년부터 시카고 음악감독을 맡아 온 그녀다. 이제 감독이 아니라 주연으로 시카고를 맡는 그녀에게 공연업계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출처: 신시컴퍼니 제공
박칼린

 판소리 전수자 될 뻔한 첼리스트


-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1972년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왔다. 부모님이 첼로 학원에 보낸 것을 계기로 클래식 공부를 시작했다. 열살 때 미국 LA로 돌아가 1986년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첼로를 전공했다.”


- 우주전자공학을 전공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시간 날 때마다 우주에 대한 책을 읽었고, 알람시계를 개조해 방문이 열리면 종이 울리는 장치를 만들 정도로 손재주도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공학이 적성에 맞을 거라 생각해 다시 대입시험을 쳐서 우주전자공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예대의 자유로움이나 감수성이 그리워져 다녔던 예대로 반년 만에 돌아왔다.”


- 예대 졸업하고 한국에서 국악 배운 이유는.

“다섯살 때 첼로와 함께 배웠던 한국무용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작곡할 때 한국적인 리듬이나 음을 자주 사용했다. 국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흉내만 내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1991년 서울대 대학원 국악작곡과에 들어갔다.”


- 판소리 명창이었던 박동진 선생의 제자였다고 들었다.

“대학원에 들어간 해에 박동진 선생님의 하와이 공연에 따라가 통역을 했다. 선생님께서 내 목소리를 듣고 ‘넌 소리를 해야 쓰것다’며 ‘판소리를 가르쳐주겠다’고 하셨다. 4년간 매주 3~4일씩 선생님께 판소리를 배웠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가사를 외우고, 밤엔 자취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연습했다. 선생님께서 전수자로 삼고 싶어 하셨는데, 내 국적(미국) 때문에 인간문화재재단 측에서 거절했다고 들었다.”

출처: jobsN
박칼린

연극에서 애드리브로 노래하다 뮤지컬 ‘명성황후’ 음악감독 맡아


- 긴 길을 거쳐 뮤지컬 음악감독 일 시작한 이유는.

“미국 학교에 다니면 뮤지컬 무대에 설 기회가 많다. 교내 합창단, 뮤지컬 동아리, 밴드 활동 등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학생 때 작곡, 연출, 연기 등을 맡아 공연업계 일이 익숙했다.”


“1989년 한국 연극에 출연했다. 같이 공연했던 남자배우가 대사를 까먹을 때마다 연기인 척하며 무대에서 퇴장해 대본을 보러 갔다. 난 무대에 혼자 남아 즉흥으로 대사를 하거나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이 장면을 뮤지컬 ‘명성황후’ 제작진이 보고 보컬 트레이너를 맡겼다. 1992년부터 명성황후 팀에서 연주·보컬 트레이너, 음악감독으로 일했다. ”


- 그 뒤로 맡았던 작품은.

“뮤지컬 렌트, 시카고, 맘마미아 등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2010년 TV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을 지휘했고, 2011년 영화 ‘고지전’에서 병사들의 합창 장면을 지도한 적도 있다.”

출처: 신시컴퍼니 제공
시카고 주연을 맡은 아이비와 박칼린

- 감독 경험이 대부분인데 어쩌다 주연을 맡았나.

“뮤지컬 시카고는 2000년 한국에서 첫 공연을 했다. 그때부터 약 20년간 음악 감독을 맡았다. 대본 번역도 내가 했다. 그런데 올해 2월 제작사 대표께서 갑자기 주연을 부탁하셨다. 공연을 시작하는 5월까지 준비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3년 전 근력 운동을 하다가 어깨 부상을 입고 오랫동안 몸 관리를 못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주연을 맡기로 한 날부터 매일 근력 운동과 필라테스, 러닝을 했다.”


- 체중감량도 많이 한 것 같은데.

“2월부터 지금까지 몸무게가 고작 2kg 줄었다. 시카고 주연은 활동량이 많아 특별히 체중감량을 할 필요가 없다. 대신 몸에 있던 지방을 모두 근육으로 바꿨다.”


뮤지컬 배우 꿈꾼다면, 현재에 충실하기를.


- 다양한 일을 새롭게 시도하는 이유가 있다면.

“맡은 일을 잘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을 배운다. 작곡을 더 잘하기 위해 국악을 배운 식으로. 일부러 도전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기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할 순간이 온다.”


- 배우로서 무대에 설 때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나.

“연습할 때만 받는다. 최선을 다해 연습해도 무대에서 실수할 때가 있다. 노력은 실패할 확률을 줄일 뿐, 완전히 막진 못한다. 대신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할 만큼 했으니 어쩔 수 없지’라며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무대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다. 실수가 많은 날에도 집에서 마음 편히 잔다.”

출처: jobsN
박칼린

- 뮤지컬 배우나 음악감독을 꿈꾸는 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기본적인 공부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재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절은 지났다. 발레, 노래, 연기의 기본부터 익혀야 한다. 내가 음악감독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의 기본인 클래식을 공부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연기나 연출을 하려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처음 작품을 분석하고 구상할 때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배우나 감독만의 특색은 완벽한 분석을 끝낸 뒤에 생각할 일이다. 개성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작품을 잘못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jobsN 주동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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