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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1위 BTS 앨범 참여 작사가는 '대기업 과장님'이었다

조회수 2020. 9. 23. 00: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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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앨범 작사 참여, 한국대중음악상만 세 번 받은 그의 반전 직업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 송재경 과장
밴드 ‘9와 숫자들’ 리더, BTS 작사 참여
‘장기하와 얼굴들’ 발굴한 음반사 창립 멤버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 앨범에 참여한 작사가이자,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등을 데뷔시킨 ‘붕가붕가 레코드’ 창립 멤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부문에서 세 번 수상한 밴드 ‘9와 숫자들’의 리더. 화려한 이력의 주인공은 아침마다 음반사가 아닌 건설회사로 출근한다. 바로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 송재경(37) 과장이다. 송 과장을 만나 음악과 대기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송재경씨 제공
송재경씨

중학생 때 밴드 '퀸' 노래 듣고 시작한 음악


- 언제부터 음악에 관심 가졌나.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라디오로 영국 록 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노래를 들었다. 듣는 순간 음악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았다. 평소에 영화와 시를 좋아하는 편이라 직접 작사를 하고 작곡까지 해보고 싶었다. 기타를 배워 록 음악을 좋아하는 여느 학생들처럼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 음반사 차린 계기는.

“예술과 인문학을 좋아해 서울대 서양사학과에 2000년 입학했다. 전역한 후에 학교 커뮤니티에서 ‘함께 노래를 만들고 음반을 낼 사람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거기서 만난 세 명과 함께 2005년 음반사 ‘붕가붕가 레코드’를 세웠다. ‘브로콜리 너마저’, ‘장기하와 얼굴들’ 등 유명 인디밴드를 배출한 음반사다. 난 프로듀싱과 녹음을 맡았다.”

출처: '장기하와 얼굴들' 공식 홈페이지
붕가붕가 레코드에서 낸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 '싸구려 커피'

- 학생 신분이라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텐데.

“자본금 100만원으로 시작했다. 돈이 없어서 제작을 중단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공 시디로 직접 앨범을 굽고, 사무용품점에서 파는 종이 케이스에 CD를 손수 포장했다.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 등의 곡으로 히트를 쳤던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1집 앨범도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 앨범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재밌어서 시작한 일이라 즐거웠다.”


취업 전 마지막으로 녹음한 앨범이 ‘9와 숫자들’ 1집


- ‘9와 숫자들’로 데뷔한 계기는.

“2006년 붕가붕가 레코드를 나와 ‘튠테이블’이라는 음반사를 차렸다. 돈은 학원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 벌었다. 하지만 음악으로 생계를 잇기 어려워 2008년 곳곳에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취업하기 전 마지막으로 음반을 내고 싶어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9와 숫자들’이라는 밴드를 만들었다. 멤버들 예명을 짓기 어려워서 숫자로 부르기로 했다. 난 9라는 이름을 썼다. 밴드 이름 역시 리더인 나를 중심으로 ‘9와 숫자들’이라고 지었다.”

출처: '9와 숫자들' 공식 페이스북 캡처
9와 숫자들

- 취업은 언제 했나.

“2009년 1집을 내고 2010년 대우엔지니어링에 입사했다. 포스코에 인수·합병돼 지금은 포스코건설으로 이름을 바꿨다.”


- 마지막이라던 음악을 계속한 이유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평론가들이 우리가 쓴 곡에 대해 평론하고, TV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을 했다. 첫 앨범을 내고 두 달쯤 지나 공연을 했는데 객석이 가득 찼다. 큰 공연장은 아니었지만, 그런 풍경은 처음 봤다. 그걸 보고 조금만 더 해보자고 생각했다.”


“직장생활 2년 차 때만 해도 일과 음악을 병행하는 게 힘들어 한 가지는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생활 3년 차부터 시간을 관리하는 데에 능숙해졌다. 3년 동안 버티지 않았다면 한국대중음악상 모던록 부문을 세 번 수상한 10년 차 밴드로 성장하진 못했을 거다.”


음악 하고 싶은 직장인, 시간 관리는 필수

출처: '9와 숫자들' 공식 페이스북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노래로 선정된 9와 숫자들의 앨범

-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을 세 번째로 받았을 때 기분은.

“안도감이 가장 컸다.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던 신인 때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우리 밴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 앞으로 꿈이 있다면.

“올해 방탄소년단 앨범의 ‘낙원’이라는 곡을 공동 작사했다. 작곡보다는 작사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참여한 앨범의 두 곡이 빌보드차트 1위를 했을 땐 놀랍고 기뻤다. 인디밴드로 활동하는 데에 아쉬움은 없지만, 글로벌 아이돌의 파급력을 느낄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다. 앞으로도 다양한 가수들의 곡을 작사하고 싶다.”

출처: '방탄소년단' 공식 홈페이지
방탄소년단

- 음악활동과 직장생활을 함께 하는 게 힘들진 않나.

“둘은 상호보완적이다. 직장생활에서 느낀 아쉬움은 서정적인 음악으로 달랜다. 반대로 밴드 리더로서 받는 스트레스를 회사에서 낸 성과로 잊기도 한다. 직장생활이 음악적 영감을 줄 때도 있다. 사무실이 있는 인천 송도의 해무를 보면서 ‘안개도시’라는 곡을 만들었다. ‘높은 마음’이라는 곡 역시 직장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만들었다.”


- 직장 때문에 음악을 포기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내려놓지 않아도 되는 것을 포기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음악에 뜻이 있다면 꿈을 접지 말고 천천히 해나가길 바란다. 오래 걸려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매일 떠오르는 곡을 기록하고 퇴근한 뒤에 조금씩 작업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는 부지런해야 한다.”


-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팁을 준다면.

“평소에 틈틈이 구상하고 기록해두면 작곡엔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퇴근한 뒤에도 시간을 정해 작사와 작곡을 한다. 밴드활동에선 이동시간을 없애기 위해 메신저로 회의하고, 합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만나기 전에 연습을 해둔다. 음악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회사에서 일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는 것도 중요하다. 나를 제외한 밴드 멤버들이 모두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직장인인 날 배려해 합주 시간을 줄이고 주말에만 만나는 거다. 멤버들에게 가능한 폐를 덜 끼치기 위해서라도 음악 외 업무는 되도록 빨리 끝낸다.”


글 jobsN 주동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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