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파이프도 '싹싹' 자른다는 그 칼, 다 어디로 갔을까?

조회수 2020. 9. 22. 21: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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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ssul]'쇠 파이프도 싹싹' 자른다는 그 칼,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과장 광고와 품질 불량으로 소비자들 외면
탁월한 마케팅과 홍보로 주목받아도
기본기 없는 제품은 결국 도태당하기 마련

2010년대 초반을 한국 땅에서 살아온 분이라면, 대부분 ‘장미칼’을 기억할 것이다. 소뼈도 ‘싹싹’, 쇠 파이프도 ‘싹싹’, 장미칼도 ‘싹싹’ 잘라내던 그 칼 말이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화려한 광고와 인상적인 성능으로 상당한 관심을 끌었지만, 지금은 눈에 띄는 곳이 몇 없다. 그 많던 장미칼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바꿀 일이 없다


써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장미칼은 ‘칼’보다는 ‘톱’에 가까운 물건이다. 정확히는 ‘서레이션 나이프(Serration Knife)’라는 톱니 달린 칼의 일종이다. 이런 칼은 단단한 건 잘 썰어도 무른 재료는 깨끗이 자르질 못하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김밥을 장미칼로 썰면 김밥은 뭉개지는데 아래에 깐 도마는 반 토막이 나기 일쑤다.


물론 딱딱한 물건을 썰 땐 보통 칼보다야 쓰기 좋긴 하다. 하지만 가정에서 흔히 쓰는 식재 중 톱을 써야 할 정도로 단단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신기한 마음에 하나 사 두더라도, 꺼내 쓸 일이 좀처럼 없다. 나이 드신 분들 휴대전화는 아예 고장 날 때까지 바꾸는 일이 드물듯, 장미칼도 한 번 장만해두면 새로 살 일이 별로 없다. 쓸 곳이 잘 없어 망가지지도 않으니 말이다.


광고에 못 미치는 품질


더 큰 문제는, 그 ‘톱’으로서 지녀야 할 성능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광고에 상당한 과장이 담겨 있던 것이다. 고기는커녕 야채나 과일도 제대로 썰지 못했고, 냉동 고기에 칼을 대자 표면의 장미 문양이 벗겨져 나갔다. 광고 속 장면은 팔 힘이 센 남성이 미리 잘라둔 자물쇠나 볼링공에 시늉만 한 것으로, 그나마도 연습을 거듭해 나온 연기였다. 이 모든 사실은 장미칼 열풍 후 방영한 ‘불만제로UP’이나 ‘채널A뉴스 소비자 리포트’ 등에서 밝혀졌다.

더군다나 그렇게 거짓으로 쪼갠 골프채나 자물쇠에도 속임수가 있었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1월, ‘100년 장미칼’을 판매한 쇼핑 업체 ‘제이커머스’가 광고에서 자른 골프채나 자물쇠는 티타늄이나 무쇠보다 무른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이었다고 밝혔다. 덤으로 이들은 장미칼 품질 보증기간이 100년인 것처럼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품질 보증기간이 없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출처: 조선DB

사실 당시 난립한 장미칼 브랜드 중엔 멀쩡하고 성능 좋은 제품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품질 나쁜 중국산 제품의 가격 공세와 광고 폭격에 밀려 제 힘을 쓰질 못했다. 딱 맞는 비유까진 아니지만, 나쁜 화폐가 좋은 화폐를 몰아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미지 장사는 한철


2018년 5월 현재 시점에선, 장미칼 인기와 거래량은 전성기 대비 지리멸렬한 수준이다. 유치원 다니는 애들마저 ‘장미칼’ 하면 ‘싹싹’ 소리가 절로 나오던 때가 불과 5년 전이었는데 말이다.


그런 면에서 장미칼은 기업 마케팅이나 홍보에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을 만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아무리 특출난 광고로 소비자를 사로잡는다 해도, 결국 품질과 성능이 받쳐 주지 못하면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제품 관리보다는 이미지를 더 신경 쓰는 기업이라면 꼭 새겨 볼만한 일이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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