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모두가 '미쳤다'고 말한 직업 택한 이 사람, 지금은..

조회수 2020. 9. 22. 21: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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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1세대 스타강사 김대균씨
토익 1세대 스타강사 김대균씨
22년 전 주변 반대 이겨내고 강사 직업 택해
지금은 아프리카TV까지 활동 영역 넓혀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석사과정을 다니던 한 청년이 종로YBM에 입사해 전업 토익(TOEIC) 강사를 하겠다 밝혔을 때, 주변 사람 대부분이 그를 만류했다. 미친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까지 있었다 한다.


때는 1996년도 9월이었다. IMF 사태가 나라를 덮치기 전 시절이다. 과장이야 있겠지만, 명문대생은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동아리방 한편에 갖다 놓은 입사지원서에 이름 적어 내면 바로 합격한다는 말까지 돌던 시대였다. 학벌 이외 스펙은 입에 오르내리는 일조차 드물었으니, 토익으로 먹고살겠다는 말이 와닿을 리 없었다.


그러나 이후 토익 시장은 급성장했고,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그 청년 김대균(54)씨는 한국 토익계 전설 자리에 올랐다. 2000년대 초 그가 출연한 인터넷 강의는 이틀 만에 1억원 매출을 올렸다. 학원 소속 월급쟁이 강사였지만 연봉 10억이 넘었다. 전성기 때는 연 세금만 1억5000만원을 냈다. 20년 넘게 강사 생활을 하며 펴낸 토익 관련 교재는 총 300권이 넘는다. 과거 그를 말렸던 사람 중 지금 김씨보다 잘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다.

출처: jobsN
김대균씨(오른쪽)와 영어 강사 디바제시카.

한때 무시당하던 길일지라도


처음부터 강사를 지망했던 건 아니었다. 원래 꿈은 유학이었다. 하지만 학비를 벌기 위해 시작했던 영어 과외와 강의 일이 체질에 잘 맞아, 계속해 보기로 결심했다 한다. “대학원이야 교수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갔었죠. 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확실히 잘 하는 걸 쭉 해야 편하고 행복하겠다 싶더군요.”


새로 택한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별장학금 받고 입학한 우수학생이 당시로선 척박하기 짝이 없던 토익 강사 길을 걷겠다 나서니 말이 많았죠. 지금이야 저보다도 학벌 좋은 강사가 워낙 많으니 이야깃거리조차 아닐 일이지만요. 연애하다 여자 집안에서 ‘강사 따위 직업은 용납 못한다’며 반대해 물러선 적도 있어요. 토익 보는 사람조차 몇 없던 시절이니, 장래가 불안해 보일 수밖에 없었겠죠.”


그럼에도 1996년부터 지금까지 토익을 310여 회 응시하며 문제를 분석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한 끝에 스타 강사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한국인 중 처음으로 토익 ‘원조’ 국가인 일본에 교재를 수출하는 기록도 세웠다. “토익 자체가 원래 1970년대 일본 경단련(경제인단체연합회) 의뢰로 만들어진 시험이에요. 한국엔 한참 뒤인 1982년에야 들어왔고요. 하지만 제가 낸 토익 교재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도 있고, 일본 토익 강사가 저를 만나겠다며 찾아오기까지 했으니, 청출어람(靑出於藍)인 셈이네요.”

출처: 김대균씨 제공
한 일본 대형서점에서 현지 출판된 김대균씨의 책. 이를 들고 있는 점원과 함께 찍은 사진.

18년 만의 새 길


그는 2014년 즈음, 18년을 몸담은 YBM을 떠나 ‘김대균어학원’을 열었다. “학원 강사 일정은 굉장히 빡빡하죠. 제 마음대로 수정하기도 어렵고요. 슬슬 벗어나 보고 싶었어요. 2011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유언으로 ‘너도 이제 여유를 가져라’고 말씀해 주셨던 것도 영향이 있었고요.”


하지만 당초 기대보다는 여유가 많이 나지 않았다. 2003년부터 시작한 EBS 라디오 방송 ‘김대균토익킹’과 '김대균영문법'을 지금껏 계속하고 있는 데다, 인터넷 방송사 아프리카TV에서도 ‘김대균토익킹’ 방송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Best BJ로 뽑혀 2016 BJ 대상 프로컨텐츠 특별상까지 받은 탓에 대충 할 수도 없다 한다. 교재 출판도 계속하는 중이다. 지난 14일부터 ‘김대균 영문법’ 예약판매를 시작해, 이틀 만에 약 1200부가 팔렸다. 

출처: 김대균씨 제공
아프리카TV에서 일본어 통역사 함채원씨와 함께 진행한 토익 방송.

더불어 최근엔 그의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한 '동기부여 성공특강'도 시작해, 전국 대학과 기업체 초청을 받아 다니고 있다. "요즘 꽤 수요가 늘어서 불러주는 곳이 많아요. 멀리 다니는 게 좀 힘들때도 있지만, 지방에 내려간 김에 아프리카TV로 '현지인 추천 맛집 먹방'이나 '여행방송'을 하는 낙이 워낙 커서요. 이렇게 일과 재미를 함께 누리며 즐겁게 잘 지내고 있죠."


일은 전성기 시절만큼이나 번잡하지만 버는 돈은 줄었다. 토익 시장 자체가 감소 추세로 돌아선 영향도 컸다 한다. 그럼에도 그는 마음이 즐겁고 편하다 말한다. “상황이 어떻건 내가 재미있으니까요. 꾸준히 제 방송을 봐주고 소통해주는 팬도 생겼고요. 방송 전체를 다 따지자면 시청자 수가 엄청난 편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학습 방송 카테고리 내에서는 보는 사람이 많은 편에 꼽혀요. 충분히 행복합니다, 요즘.”

출처: 김대균씨 제공

그는 오는 22일 오후 9시에 아프리카TV에서 한·일 동시 생중계 방송을 한다. 아프리카TV 방송 1000일 기념이자, 일본에서 새 교재를 펴낸 것을 함께 기념하는 행사다. 일본어 통역사와 영어 통역사가 참석해 동시통역할 예정이다. “인터넷 방송이 참 재미있습니다. 현장 강의와는 맛이 또 달라요. 더군다나 이번에는 한·일 두 나라를 아우르는 방송이니, 그 재미가 한층 더할 듯싶습니다. 되도록 많은 분들이 방송 시청에 참여해 저와 즐거움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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