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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망스·폴킴을 점찍은, ‘이상한’ 기획사를 아시나요?

소속 가수 한명 없이 스타 키워내는 음악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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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5.18. | 47,328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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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콘텐츠 스타트업 '스페이스 오디티'
뮤지션, 크리에이터들 연결해 콘텐츠 제작
폴킴·멜로망스 음원 강자로 만든 주역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스타 가수를 만드는데 소속 가수는 없는 이상한 기획사가 있다. 직접 뮤지션을 키우는 대신 콘셉트에 맞는 가수, 작사·작곡가, 영상 감독을 한데 모아 팀을 꾸린다. 이들과 함께 음원을 내고 영상을 제작한다.


이상한 콘셉트의 회사지만 대형 기획사 못지 않게 성과가 좋다. 이 회사에서 가수와 작사·작곡가를 섭외해 만든 노래 ‘짙어져’는 8개월째 멜론·벅스 등 주요 음원사이트 차트 100위권 안에 머물러 있다. ‘짙어져’를 부른 멜로망스는 무명가수에서 대세 그룹으로 떠올랐다. 가수 폴킴, 윤딴딴, 1415도 이 회사와 손잡고 음원을 발표한 뒤, '나만 알고 싶은 가수'에서 '모두에게 사랑 받는 가수'가 됐다.


이 회사의 이름은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 ‘음악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포부 아래 2017년 4월 김홍기(42) 대표가 창업했다. 김 대표는 공연기획사 좋은콘서트, 서울음반(현 카카오M), 네이버뮤직, 카카오뮤직, 딩고뮤직을 거친 음악 업계 베테랑이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지난 1년 동안 22개곡을 만들었다. 창업 첫해 매출액은 13억원, 직원수는 8명이다. 창업 첫해부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을 들었다. 

공유오피스 위워크 광화문점에서 만난 김홍기 대표.

출처 : jobsN

아직 수면 아래 있지만 앞으로 빛을 볼 가수 발굴


스페이스 오디티가 주목 받는 이유는 음악 시장에서 저평가 된 가수를 찾아내는 능력 때문이다. 지금 인지도는 없지만 앞으로 뜰 것 같은 가수를 찾기 위해 ‘소셜 데이터’를 이용한다.


“수면 위로 올라오진 않았지만 충분한 지지세력이 있다는 여러 증거가 있었습니다. 그 증거는 SNS 버즈량, 아티스트 개인의 SNS 팔로워 수, 음원차트 순위 등입니다. 증거가 충분히 모여 있는 상태에서 계기만 있으면 빵 뜨는 가수나 노래들이 있어요. EXID의 ‘위아래’가 그랬고, 윤종신의 ‘좋니’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음반을 기획할 때는 오로지 기획자의 감(感)에만 의존했다. 김 대표도 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그 ‘감’을 지지할 만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자세한 알고리즘은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


스페이스 오디티가 제작한 폴킴과 멜로망스의 음원은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 OST다. 연플리는 전세계 조회수 3억뷰를 기록한 인기 웹드라마.


스페이스 오디티가 ‘폴킴’을 가창자로 제안했을 때 일부 관계자는 무명가수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데이터를 근거로 밀어부쳤다. “몇몇 가수의 데이터를 모아서 최신 1~2개월치를 봤더니 폴킴의 데이터가 상승세였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바람을 넣어주면 뜰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폴킴은 데뷔 후 처음으로 실시간 음원 차트 TOP100에 올랐다. 

멜로망스를 역주행 후보로 꼽은 것도 스페이스 오디티의 선구안을 증명한다. “사실 멜로망스와 짙어져를 작업하고 있을 때, 멜로망스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가 ‘선물’을 불러 역주행이 시작됐어요.”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이름은 1969년 발표곡 데이비드 보위의 동명 노래에서 따왔다. 처음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간 비행사를 위한 곡이다. “죽을지도 모르는 도전에 나선 이들을 응원하는 노래예요. 저희도 외롭게 유영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서로 연결해, 그들이 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쉽게 말해 일거리를 찾아준다는 뜻입니다.”


음악업계 이직의 신(神)이 창업하기까지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95학번인 김 대표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 스타트업까지 모든 회사를 두루 거쳤다. 대학교 3학년 때 좋은콘서트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문세와 싸이의 콘서트 브랜드를 만드는 데 참여했다. 늘 새로운 시도를 했다. 서울음반에서는 신인 상상밴드를 5톤 트럭 위에 태우고 크리스마스 날 내내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다. 네이버 뮤직에선 가수들의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달리는 버스, 영화관, 폐교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메이크어스에선 ‘세로라이브’와 ‘이슬라이브’를 기획해 히트 상품으로 만들었다.


김 대표가 데이터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카카오뮤직에 있을 때였다.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고 EXID가 역주행할 때였어요. 모두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고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앞으로 소셜미디어가 전통 미디어만큼, 혹은 그보다 더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진 사건을 데이터로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메이크어스의 음악 채널 딩고뮤직에서 ‘세로라이브’를 시작할 때, 가수 백아연을 섭외한 이유도 소셜 데이터 때문이었다.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도 아니고, 직접 그려서 갖고 다녔어요. 예를 들어 조회수가 100만뷰씩 나왔던 커버 영상과 음원 차트와의 움직임을 분석했죠. 백아연씨 노래가 조금씩 올라오는 추세였어요.”


늘 새로운 도전을 향해 이직을 했지만 그의 선택지에 ‘창업’은 없었다. 마흔 넘어 사업을 한다는 게 두렵기도 했다. 사업을 하는 지인이 김 대표를 영입하려다 오히려 창업을 제안했다. “소셜 데이터를 이용해서 음원을 만들고 싶다고 하니 차라리 창업을 해보라 하더라구요.”


창업을 결심한 그는 사업계획서를 쓰기 위해 경영·창업 공부를 했다. 과거 음악 업계 시스템과 역사도 다시 공부했다. 이전 회사에서 함께 일을 하던 후배 2명이 함께하기로 했다. “후배들은 한달 동안 여행을 보내고 저는 집안에만 있었습니다. 개인사업자와 일반사업자 차이도 몰랐어요. 지인에게 사업계획서를 가져가 여러번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선잠을 자다가 뭔가가 떠오르면 일어나서 끄적이다 다시 자고 하는 생활을 반복했어요.”


창업 자본은 달랑 노트북 몇대 뿐. 공유오피스 위워크에 운좋게 한자리를 얻어 일할 장소를 해결했다. 창업 후 첫 작품은 배우 이성경이 출연한 뮤지컬 형식의 화장품 광고다. 뮤직비디오 감독 디지페디, 작곡가 박근태, 작사가 겸 보컬 요조를 한팀으로 묶었다.  

라네즈 비비쿠션 X 이성경 "나를 빛내줘" 미니뮤지컬

출처 : 스페이스 오디티 제공

스페이스 오디티는 음악을 중심으로 한 모든 콘텐츠를 기획한다. 음원사이트 멜론의 광고이자 웹드라마인 ‘우리 지난날의 온도’는 공개 6주만에 조회수가 700만건을 넘었다. 프리스타일 ‘Y’, 키네틱 플로우 ‘몽환의 숲’ 등 2000년대 싸이월드 미니 홈피 배경음악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곡들을 넣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작곡·작사가 등 크리에이터들을 강사로 초대해 매월 ‘오디티 토크’ 행사를 한다. 5월 ‘오디티 토크’는 5월 30·31일 위워크 서울역 4층 라운지에서 열린다. 엠넷 ‘고등래퍼2’ 전지현 PD,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조영철 대표, 콧수염필름즈 이상덕 감독, 박찬일 셰프 등이 연사로 나선다.


일이 즐거워야만 하는 회사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시도를 한다. 말 그대로 직원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굳이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노래를 추천해주고 몰랐던 이야기를 알려주는 뉴스레터를 보내고, 스티커를 만드는 이유다.


“동료들에게 오히려 제가 그랬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하기 힘들지 않겠냐고. 그런데 ‘덕업일치’라고 괜찮대요. 저희 회사 직원들은 일은 재밌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재밌어야 시너지 효과가 나요. 뉴스레터를 보고 스페이스 오디티 팬이 됐다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회사 브랜딩이 되는 겁니다. 스티커도 재밌어서 만들어봤어요. 앞으로 판매할 수도 있겠죠.” 

(왼쪽) 에릭남과 치즈가 부른 'perhaps love' 뮤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스티커로 만든 모습. 일러스트레이터 섭섭 작가가 함께했다. (오른쪽) 브라운 아이드 소울 'pass me by' 뮤비 속 장면을 엽서로 만들었다.

출처 : 스페이스 오디티 제공

모든 복리후생은 전직원이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케이트, 애슐리 등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 출근 시간은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에 자유롭게 정한다. 한달에 한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후 2시에 퇴근할 수 있다. “오래 회사를 다니고 창업을 해보니, 회사 다닐 때 불합리하다 생각했던 것을 절대 답습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서비스 기획자’와 ‘데이터 관련 개발자’를 채용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spaceoddity.me/join)를 참조하면 좋다.


“일할 때 짜릿했던 순간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을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 답변으로 일에 대한 가치관과 성향이 저희와 맞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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