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구역'넘었다..이 수많은 출입증 가진 그녀 직업은?

조회수 2020. 9. 21. 17: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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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사무국 첫 여성 홍보팀장 남정연
한국야구위원회 남정연 홍보팀장
“달라진 KBO 홍보팀 보여줄 것”
초봉 4000만원, 덕업일치 가능

3월 24일, KT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개막전이 열린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 3회 초 KT 신인 강백호 선수가 방망이를 휘두르자 공이 담장을 넘었다. 2018시즌 KBO리그 첫 홈런.


홈런이 터짐과 동시에 남정연(41) KBO 홍보팀장은 ‘신인 선수가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사례’ ‘신인선수가 개막전 1호 홈런을 친 사례’를 찾아 기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직 기자들이 묻기 전이지만 18년 경력의 홍보 베테랑인 남 팀장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날 수많은 기자들이 과거 기록을 문의했다. 원하는 것 이상의 답을 들은 기자들은 “역시 기록을 알고 싶으면 남 팀장님께 물어야 한다”고 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남 팀장은 KBO가 출범한 지 37년 만에 처음으로 배출한 여성 홍보팀장이다.

출처: 본인제공
남정연 팀장

야구만 보는 게 불만이었던 어린 시절


남정연 팀장이 중학생 때 삼성 라이온즈 팬인 아버지는 항상 야구 중계를 시청했다. 다른 걸 보고 싶어도 채널을 돌릴 수가 없었다. 선택권은 아버지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남씨에게 야구는 따분하기만 했다.


그런 그녀가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생겼다. "중학생 때 LG트윈스 야구 중계를 보고 있었습니다. 당시 LG트윈스 포수가 2루로 공을 던져 도루를 막았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홈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그 포수에게 반했습니다. 김동수 선수였어요. 그 후 김동수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를 찾아봤습니다."


야구 중계를 보는 횟수가 늘었다. 그때만 해도 야구를 좋아하는 또래 여자친구들이 적었다. 경기를 보려면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남자친구들과 같이 움직여야 했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처음부터 KBO입사를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엔 다른 친구들처럼 일반 기업에 취직했다. 잠깐 다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갔다.


그때 남씨의 아버지가 KBO를 추천했다. “아버지가 야구를 좋아하니 KBO에 지원해보라고 추천해주셨습니다. 사실 KBO가 뭐하는 곳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평소 야구를 즐겨보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해서 찾아봤습니다.”


KBO 입사..자신만의 영역 만들어


지금은 공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지만 그때만 해도 결원이 생기면 1명~2명을 따로 채용하는 방식이었다. 남씨는 1년 정도 취업준비를 하다가 기획팀에 결원이 생겨 지원했고 2001년 3월 입사했다. 타이틀 스폰서, 후원업체 관리가 주 업무였다. 유소년 야구 등 KBO 사업추진을 도왔다. 1년 정도 기획팀에서 일하다가 홍보팀으로 옮겼다.


이후 운영팀에서 1년 정도 근무한 걸 제외하면 16년 동안 홍보팀에서 일했다. 기자나 팬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했지만 그 외에 보도자료 작성, 야구 기록 찾기 등 새로운 일을 맡았다. 3년~4년 차에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자신만의 특기를 만들기도 했다. 바로 기록 찾기다. KBO는 연도별 우승팀, 최다 홈런, 최소 실점 등 리그의 모든 기록을 서고(書庫)에 보관하고 있다. 기자들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면 홍보팀이 관련 기록을 찾아준다.


“지금은 기록을 전자화하고 있어서 빠르게 찾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일일이 손으로 찾아야 했습니다. 기록 요청을 받으면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줘야 합니다. 하지만 옛날 기록이다 보니 한자표기가 많아 처음엔 빨리 찾기가 쉽지 않았죠. 선수들 이름에 모르는 한자가 등장할 때면 당황스러웠죠.”


기록 찾기가 남팀장 전담은 아니었지만 애착이 생겨 누구보다 열심히 임했다. 자신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경기를 보고 필요한 기록을 예상해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 라이온즈의 고졸 신인 양창섭 선수가 데뷔 첫 경기에 선발로 나와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이때 고졸 신인인 점을 보고 혹시 최연소 선수가 아닐지 유추해서 과거 기록을 검색해 미리 찾아 놓는 것이죠." 

출처: 본인제공
남정연 팀장과 국내외 야구 행사 출입증

라커룸 서있다 혼나기도..“달라진 KBO홍보팀 보여줄 것”


예전엔 여성이라는 이유로 현장근무를 하다가 혼나기도 했다. “더그아웃이나 라커룸은 ‘금녀의 구역’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라커룸 앞에 서 있다가 관리인한테 혼나기도 했어요. 여성 사원은 일을 잘 하다가도 결혼하면 그만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절이기도 했죠. 2000년대 후반 KBO에 여자 아나운서가 등장하고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 역시 현장에서 일하기가 편해졌고 전보다 많은 여성직원을 현장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홍보팀장으로 승진한 지 두 달 남짓. 팀장이라는 호칭이 익숙하기보단 아직 부담스럽다고 한다. 팀장으로서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중이다. “다들 팀장할 만한 연차라고 말해주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또, 첫 여성 팀장으로서 주변에서 기대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좋은 본보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까지 홍보팀은 미디어 홍보쪽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팬들과의 소통을 조금씩 늘려가고 싶어요. KBO홍보팀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출처: 조선DB
잠실 경기장

KBO 초봉 4000만원, 비정기적 공채 진행


KBO는 한국 프로 야구를 총괄하는 단체다. 각 구단이 매년 20억원 정도 내는 회비로 운영한다.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는 중계권료와 타이틀 스폰서 후원금으로 연간 6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회사는 서울 강남 도곡동 한국야구회관건물에 있다.


KBO는 신사업팀·관리팀·재무팀·홍보팀·운영기획팀·육성팀과 클린베이스볼센터로 이뤄져 있다. 현재 43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정기 공개 채용은 없다. 결원이 생기거나 조직을 확장할 때 비정기적으로 공채를 진행한다. 그만큼 경쟁률이 높다. 2016년의 경우 KBO와 마케팅 자회사 KBOP에서 총 3명을 뽑는데 지원자 430이 몰렸다. 당시 경쟁률은 143대1이었다. 신입사원 초봉은 4000만원 수준이다.


채용과정은 그때그때 다르다. 서류전형은 공통이지만 필기시험을 볼 때도 있고 필기시험 대신 면접만 3차에 걸쳐서 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홍보팀은 보도자료 작성 시험을 보기도 한다. 한국 프로 야구를 총괄하는 곳이기 때문에 야구 관련 상식은 필수다. 2017년 면접에선 ‘2016년 홈런왕은 누구인가’ ‘리그 평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원한 직무에서 본인의 역할은 어떨 것 같나’ 등 간단한 야구 상식부터 업무 관련 질문도 나왔다.


4년제 대학 졸업자 혹은 졸업 예정자만 지원할 수 있다. 모집 분야에 따라 추가 자격조건이 다르다. 단, 외국어 능통자 우대는 공통사항이다. 국내 리그뿐 아니라 미국, 일본 프로야구에 대해 연구하고 해외 구단으로 출장 갈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KBO의 가장 큰 장점은 좋아하는 야구를 원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원증만 있으면 모든 야구장 출입이 가능하다. 흔히 말하는 덕업일치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KBO 사무국 직원들은 야구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근무하기 때문에 야근을 자주 한다. 한 달에 일주일씩 야간당직도 선다. 홍보팀은 취재 지원을 위해 밤 11시 30분이 넘어서까지 기자실에서 일한다. 기록 관련 문의에 실시간으로 답을 하거나 기록을 검토하는 것이다.


남팀장은 “기자와의 소통은 물론 기록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홍보팀은 센스있는 사람이 지원하면 좋다”고 말했다. “기록 하나를 찾더라도 다른 기록도 연관 지어 찾을 수 있는 센스와 관심이 있다면 홍보팀에서 일하면 좋을 것입니다. 또, 미디어 소통이 주가 되는 일이다 보니 SNS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 혹은 글 작성 능력이 뛰어난 분들도 지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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