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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스도 캘빈클라인도 아니다..국내 청바지 1위는?

조회수 2020. 9. 23. 15: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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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에서 배우는 경영전략
'뱅뱅'에서 배우는 경영전략

국내 청바지 업계 매출 1위는 미국산 청바지 원조 브랜드 ‘리바이스(Levi’s)’도,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 캘빈 클라인의 청바지 라인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도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 토종 청바지 브랜드 ‘뱅뱅’이다. 뱅뱅은 지난 2016년 기준 매출 1146억원, 영업이익 63억원을 기록했다. 참고로 같은 해 리바이스 매출은 500억원대에 그쳤다. 

출처: 뱅뱅어패럴
뱅뱅 광고모델 박형식&유이 화보.

한국인 보기에도 뱅뱅이 업계 1위인 게 꽤 의외인지, ‘뱅뱅 이론’이라는 정치 용어가 있을 정도다. 한 언론인이 만들어낸 말로, “나나 내 주변 사람들은 A 후보를 싫어해 B 후보가 대세인 줄 알았더니, 오히려 실제 인기는 A 후보가 훨씬 높은 상황”을 뜻한다. 즉, 정치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무리 짓고 커뮤니케이션하다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한 꼴을 일컫는 것이다. 그는 본인 주변인들 중 뱅뱅을 입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이미 끝난 브랜드 취급을 했는데, 알고 보니 뱅뱅이 국내 매출 1위라는 걸 깨닫고 이 용어를 고안했다 한다.


뱅뱅이 한국선 업계 1위라는 것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회사가 언론을 이용한 홍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예를 들어 뱅뱅 측에 작년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을 문의했지만 "우리는 매체에 매출 등 경영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뱅뱅 경영지표를 보려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이트를 찾아봐야 한다. 3월말이 지나야 작년 자료가 올라오기 때문에 작년 실적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게스, 리, 누디진, 에드윈 등 전 세계 유수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한국 청바지 시장에서, 뱅뱅이 왕좌 자리를 차지한 비결은 무엇일까.


①한국 특화 전략


뱅뱅은 기본적으로 ‘한국인 체형’을 공략한다. 이 때문에 디자인을 너무 스키니하거나 길게 뽑지 않는다. 패션 브랜드 아베크롬비&피치(Abercrombie&Fitch)가 “우리는 백인을 위한 브랜드”라 말하며 한국 진출 이후에도 디자인을 바꾸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덕분에 뱅뱅 청바지는 패션 아이템으로서야 좀 밀렸을지라도, 청바지 기능을 ‘일상복’ 영역까지 확장해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람들이 꾸미고 나가야 하는 잠깐 순간엔 다른 청바지를 걸치더라도, 편히 보내는 일상 시간엔 결국 뱅뱅을 꺼내 입는다는 것이다.  

출처: 인터넷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82cook'에 올라온 댓글.

②빠른 홈쇼핑 진출


다른 청바지 브랜드보다 앞서 홈쇼핑 쪽 판매 활로를 개척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뱅뱅은 21세기 초부터 일찍이 홈쇼핑 업계에 진출해, 2007년 4월엔 CJ홈쇼핑 방송 45분 동안 ‘블루웨이 뱅뱅 청바지 3종’을 6000세트 팔아치우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6년 11월엔 K쇼핑에서 ‘뱅뱅 남녀 데님본딩팬츠 3종’을 방송 판매하며 60분간 주문액 기준 1억원(총 1억10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출처: K쇼핑
K쇼핑 뱅뱅 청바지 광고 화면.

③무난한 디자인과 가성비


뱅뱅 청바지는 유행을 잘 타지 않는 편이다. 화려하고 세련된 라인은 드물지만, 그만큼 큰 기복 없이 꾸준히 팔린다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뱅뱅은 스키니진, 워싱진, 롤업진 등도 만들기야 하지만, 유행을 덜 타는 일자핏 청바지, 색이 진한 기본 스타일 청바지가 주력이다.


고급이나 최신 유행 디자인 라인이 적은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대체로 좋은 편이다. 홈쇼핑 채널에서 부르는 뱅뱅 청바지 가격은 대략 3벌에 6만9900원 정도다.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등 경쟁사 바지는 보통 인터넷 판매가 기준 4만~5만원 선부터 시작한다. 좋게 말하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판다는 것이다. 반면 나쁘게 생각하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싸구려란 의미다.


 ④다수 눈높이에 맞추기


물론 늘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시절, 대리점 300곳 중 절반 이상이 장사를 접었다. 권종열(85) 뱅뱅어패럴 회장은 ‘박리다매’로 위기를 돌파했다. 가격을 낮춘 기획상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외환위기에 움츠러든 소비자를 공략했다. 그 결과 20세기 말 700억 원까지 떨어졌던 매출이 2000년대 들어 다시 1000억원대로 늘었다.


권 회장은 훗날 한 언론과 인터뷰하며 “뱅뱅은 1%가 아닌 99%가 부담 없이 합리적으로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자세로 만든다”고 말했다.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한 상품 생산과 마케팅을 고집하는 대신, 시장 내 소비자 대다수의 니즈(needs)를 따라 유연하게 굽히는 방식도 의미 있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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