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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시장에서 힌트 얻었죠..그녀들의 '세계 최초' 서비스

조회수 2020. 9. 23. 15: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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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브릭타임' 정연미·오민지 대표
‘패브릭타임’ 정연미·오민지 대표
오민지 대표(왼쪽)와 정연미 대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려고 프랑스에 온 언니오빠들이 ‘동대문시장의 원단을 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아쉬워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귀국 후 동대문시장에 가보니 정말 다양하고 질 좋은 원단이 많아 외국 디자이너들도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대문시장 원단을 외국 디자이너들에게 팔기 시작했습니다.”


동대문시장 원단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외국 디자이너들에게 온라인으로 판매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패브릭타임’의 정연미·오민지 공동대표를 만났다. 오민지 대표가 먼저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카페 24’를 통해 동대문시장 원단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2017년 4월 정연미 대표가 합류해 본격적으로 DB화 작업을 하면서 ‘패브릭타임’이 출범했다. 어린 시절부터 프랑스에서 생활한 오민지 대표는 소르본 대학을 다니다 한국에 돌아왔고, 한국외국어대학 졸업 후 삼성엔지니어링과 패션디자인학교 ‘에스모드 서울’에서 일했다.


“에스모드에서 통역담당 교수로 일하면서 패션디자인에 대해 두루 섭렵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동대문시장을 그리워하던 프랑스 유학생들이 떠올랐죠. 동대문시장의 원단이라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디자이너들이 모두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민지 대표는 2015년 8월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자마자 프랑스의 패션박람회를 찾았다. 박람회에 참가한 각국 디자이너들을 찾아다니면서 동대문시장의 스와치(옷감 견본)들을 보여주었다. 디자이너들은 ‘생각보다 질이 너무 좋다. 한 번에 어느 정도 주문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중국 원단이 싸기는 하지만 한국 원단보다 질이 떨어지는 데다 대량 판매밖에 하지 않아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는 엄두를 내기 어렵던 터였다. 아시아의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곳으로 평가받는 한국에서 만든 원단이라 더욱 관심을 보였다.


오 대표는 그들의 필요를 하나하나 맞추어 나갔다. 디자이너들이 어떤 옷을 만들기 위해 어떤 소재, 색감, 질감, 패턴의 원단을 찾는다고 이메일을 보내면 동대문시장을 뒤지면서 찾아낸 원단들의 견본을 보내주었다. 그 디자이너 브랜드의 웹사이트를 뒤지며 특징을 파악하고, 그쪽 시장에는 없거나 관심 있어 할 만한 원단을 주로 보여주었다. 옷감 견본을 받아본 디자이너들의 70%가 주문을 했고, 한 번 주문한 디자이너들은 물량을 늘려가면서 다시 주문했다.


그가 판매한 원단으로 만든 옷이 《보그(VOGUE)》나 《엘르(ELLE)》 같은 유명 패션잡지에 실리고, 파리의 유명 편집숍에 걸렸다. 원단업체들은 뿌듯해하면서 견본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정연미 대표는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정연미 대표가 오민지 대표보다 세 살 많지만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절친한 친구가 되어 1주일에 서너 번씩 만났다고 한다. 정 대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과 대학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후 컨설팅 회사에 다니다 2013년, 유학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었다.


“장학금을 받으면서 미국 유학을 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회사입니다. 미국 유학을 가고 싶다는 동생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다 아예 창업했습니다. 왜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지 대학 담당자를 설득하려면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처음 접하는 사람은 쉽지 않아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죠. 저희 도움으로 학비뿐 아니라 생활비 보조까지 받으면서 유학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일이라 보람을 느끼죠.”


4년여 운영하자 그 회사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고 한다. 이때 오 대표가 정 대표에게 “함께 일해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오 대표는 맨땅에 헤딩하는 정신으로 똘똘 뭉쳐 추진력이 뛰어난 반면, 정 대표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꼼꼼하게 챙기는 성격이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 대표와 함께 동대문시장을 찾을 때마다 감탄했습니다. 5개 건물에 3000여 개 매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어떤 원단이든 찾아낼 수 있는 곳이죠. 빠른 속도로 변하는 패션 흐름에 맞추어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추고 있습니다. 중국 외에는 어느 나라에도 이런 대규모 원단 시장이 없습니다. 이 시장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시 석 달 만에 80여 개국 900여 브랜드 견본 박스 신청

그동안 해오던 일을 재정비한 후 이들은 온라인 원단 판매 플랫폼인 ‘스와치 온(swatch on)’을 새롭게 출시했다. 스와치 온에는 수많은 원단의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도 함께 올라 있다. 원단을 만지고 잡아당기는 동영상을 통해 소재의 특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직접 만져보지 않은 원단을 덥석 구매하는 디자이너는 많지 않다. 이들은 디자이너들이 우선 견본 박스를 신청하도록 유도한다. 디자이너가 어느 시즌을 준비하려고 어떤 옷감을 찾는지 밝히면 그 디자이너 브랜드에 어울리는 원단 수백 종류를 선별해서 준비한 견본 박스를 배송비만 받고 보내준다. 디자이너가 직접 플랫폼에 올라 있는 원단들을 선택해서 견본을 보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출시한 지 석 달 만에 80여 개국 900여 브랜드가 견본 박스를 신청했습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인도,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이 특히 많이 신청했어요. 패션 강국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관심을 많이 보여 힘을 얻었죠. 견본을 받은 디자이너의 70%가 주문을 했던 전례를 생각할 때 매출이 크게 늘어나리라고 기대합니다. 지금은 계속 견본 박스를 보내면서 주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원단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주문을 받습니다. 이런 점이 보통 1000야드 이상 주문해야 하는 중국과 다르죠. 고객이 원하는 원단에 원하는 이미지를 프린트해 주는 서비스도 시작했어요. 보통 한 시즌 앞서 디자인하기 때문에 디자인한 옷을 실제로 제작하려고 원단을 주문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립니다.”


두 사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이 그동안 데이터베이스화한 원단은 5만여 가지. 동대문시장에서 판매되는 원단은 200만 가지에 이르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디자이너가 어떤 원단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각각의 브랜드에 어울리는 원단을 골라주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한다.


“지금은 사람이 일일이 디자이너 브랜드의 웹사이트를 뒤지며 적당한 원단을 찾아냅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많은 주문을 한꺼번에 소화해내기 힘들지요.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훨씬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머신러닝 알고리즘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쌓아가고 있는 단계지요. 투자를 받아 개발팀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시작한 서비스는 세계 최초로, 아직은 따라올 수 있는 업체가 거의 없다고 한다.


“동대문시장은 원단과 부자재뿐 아니라 패턴이나 샘플 제작 등 모든 분야가 어우러져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곳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워요. 원단뿐 아니라 영역을 계속 확장해나가고 싶습니다. 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여오고 싶은 품목보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내보내고 싶은 품목이 훨씬 많아요. 사업성도 좋아 보이고요.”


글 jobsN 이선주 조선뉴스프레스 객원기자, 사진 김선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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