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대박 난'카페인 없는'100% 국산 콩 커피..맛은?

조회수 2020. 9. 23. 15:1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작두콩 커피 개발한 그린로드 김지용 대표

그린로드 김지용 대표는 국내산 작두콩으로 커피 대용 음료를 개발한 청년 창업가다. 그가 만든 ‘킹빈’은 작두콩을 로스팅하고 분쇄해 커피 원두 가루처럼 만든 제품으로, 뜨거운 물을 부어 내려 마시면 콩 특유의 은은하고 구수한 향과 쌉쌀한 맛이 마치 순한 아메리카노 같은 음료가 된다. 김 대표는 특용작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이끌어내며 우리나라의 6차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는 대부분 수입 원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작물로 커피를 대체할 음료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개발한 것이 ‘작두콩 커피’입니다. 고서에 보면 ‘작두콩을 태워 가루를 내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어 커피를 떠올렸죠.”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만난 그린로드 김지용(34) 대표는 ‘킹빈’을 소개했다. 킹빈은 작두콩이 국산 콩 중에서 가장 크다는 점에 착안해 ‘콩 중의 왕, 건강에 최고’라는 뜻으로 지은 대표 브랜드명이다. 100% 작두콩알만을 볶아(로스팅) 분쇄한 것으로, 원두커피처럼 뜨거운 물을 부어 내려 마시면 콩 특유의 구수한 향과 쌉쌀한 맛이 순한 아메리카노 같다.


작두콩의 효능은 여러 고서에도 기록되어 있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는 ‘단맛과 독이 없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작물로 소개했고, 《동의학사전》에는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위장, 대장경에 작용, 신장의 기운을 보한다. 거무스름하게 볶아 가루 내 먹는다’면서 작두콩을 이용한 다양한 음용법과 효능을 소개했다.


작두콩의 효능과 킹빈이 온라인에서 소개되며 ‘카페인 없는 커피’로 입소문이 나 임신부, 수유부, 갱년기 여성, 비염과 천식, 아토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커피 대용 음료로 주목받고 있다.


작두콩 찌꺼기는 화농성 질환에 효과가 있어 따뜻한 물에 풀어 씻으면 아토피나 무좀, 치질, 화농성 여드름 등 피부 질환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작두콩을 볶았을 때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일반 콩보다 월등하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어요. 플라보노이드는 신체의 면역력을 강화해 항염증 작용을 높여 갱년기 증상 및 비염, 축농증, 아토피, 치질 등 화농성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작두콩을 볶는 과정에서 벤조피렌 같은 발암물질이나 카페인이 나오는지도 검증했죠. 모든 성분에서 기능성 검증을 마친 상태입니다.”


농사에 뜻을 품고 서른 살에 수능을 치러 한국농수산대학교 특용작물학과에 입학한 김지용 대표는 농부의 길을 준비하던 중 가공에 눈을 돌리게 됐다.


“농업이라 하면 다들 밭매고 흙 가는 것만 생각하는데, 농업의 범위는 1차 농산물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 관광, 체험, 스마트팜까지 넓고 다양합니다. 뒤늦게 농업에 뛰어들다 보니 기반 없이 1차 생산만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해 농산물 가공에 주목했습니다.”


김지용 대표가 특용작물 가공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광주에서 나고 자라 조선대 영문과에 진학했으나 자퇴하고 절에 들어가 경찰간부 시험을 준비했다. 6년간의 도전에도 번번이 낙방한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야생화 농장에 취업했는데, 여기서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전북 정읍 두승산에 있는 유선사에서 8명의 고시생과 동고동락하며 지낼 때 매일 아침 정신을 맑게 하려고 녹차와 보이차를 마셨어요. 그때의 기억이 남아 심심할 때마다 콩이나 여주, 오미자 등 먹을 수 있는 종자들을 볶아 차로 우려봤습니다.”

김 대표가 처음 가공한 상품은 해바라기 씨를 갈아서 만든 두유였다. 이 제품으로 2016년 8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6차산업 공모전에서 장관상을 받았다. 하지만 해바라기 씨 두유는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1억 원이라는 시설투자 비용이 들었다. 투자 대비 수익이 날 것 같지 않아 구상 단계에서 사업을 접었다.


킹빈은 2016년 11월 농협중앙회가 주최한 농식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처음 세상에 나왔다. 커피 대용 음료라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사업 실현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후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사업화했다.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에서 사업화 전반에 걸쳐 컨설팅을 받았어요. 또 농협이 주최하는 박람회와 행사 때마다 시음회를 열어 소비자 반응을 직접 살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공장이 없어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저에게 농림수산식품부가 운영하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공장에 입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어요. 그 덕에 지금의 그린로드가 설 수 있었습니다.”


‘작두콩 커피’의 사업화를 결심하고 처음 반년은 작두콩 로스팅에 몰두했다. 시음회를 통해 가장 맛과 향에서 이상적인 로스팅 단계를 찾아갔고, 이를 위해 100kg 이상의 작두콩을 썼다.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로스팅과 분쇄, 추출, 포장 등에 필요한 기계가 필요했어요. 외부에 제작을 맡기려고 해도 소량 생산이라 모두 거절당했죠. 기계다 보니 담보를 받기가 어려워 대출이 힘들었는데, 다행히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사업비 4000만 원을 지원받았고, 지난해 12월 장비를 갖춰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습니다.”

그린로드는 ‘농로’, ‘녹색길’이라는 의미다. 녹색은 자연친화적이고, 정직해 보이는 색상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직한 길을 걷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두콩 커피를 만들 당시 저는 학생이었고, 여자친구의 건강상 이유로 병원비가 필요했습니다. 간절한 에너지가 통했나 봐요. 때마침 농협 공모전의 최우수상으로 당선됐고, 그 상금으로 병원비를 해결했습니다. 여자친구와는 작년에 결혼해 지금은 함께 그린로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김지용 대표는 당시의 기억을 항상 마음에 담고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크라우드 펀딩’에 글을 올렸어요. 워낙 생소한 상품이라 반응이 적을 거라 예상하고 목표 금액을 300만 원으로 잡았죠. 그런데 이게 대박이 났어요. 작년 12월에 시작해 50일간 모금해 18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 모였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내와 약속한 게 있어요. 우리가 간절하게 바랐던 것처럼 병원비를 내지 못하는 환우를 위해 기부하자고요. 그래서 제 돈 200만 원을 보태 2000만 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전북대 병원에 기부했습니다. 남는 건 없지만 뜻깊었어요. 앞으로도 돈이 모이면 작은 정성이라도 남을 돕는 데 보태고 싶습니다.”


이들의 기부 덕분에 전국 8개 CGV 영화관에서 어린이재단 소속 어린이들이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작은 움직임은 더 큰 선물로 돌아왔다. CGV에서 전국 영화관에 배너 광고를 실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어린이재단도 상품에 로고를 넣어서 홍보해준다는 얘기를 먼저 했다. ‘베풀면 돌아오는구나’라는 생각에 김 대표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현재 킹빈의 판매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펀딩이 끝나고 알음알음 알려져 재구매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그린로드의 ‘킹빈’은 로스팅 후에 분쇄한 작두콩 가루를 100g 단위로 포장해 판매한다. 최근에는 필터에 작두콩 가루를 넣어 물을 부어 먹는 형태가 불편하다는 후기를 보고 액상 형태의 캡슐이나 스틱으로 판매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제 과제는 소비자를 위해 먹기 쉽게 제품을 만들고 포장과 디자인, 작두콩의 기능적인 면을 부각해 홍보하는 일입니다. 성공 확신이 있어요. 이거 하나만 끝까지 밀고 가자. 기능성을 더 강화해 상품을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련하게 한길을 달려보려 합니다.”


글·사진 jobsN 서경리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