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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짜리 '한국편' 광고에 현빈 3초만 등장시켜 대박

조회수 2020. 9. 23. 15: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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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함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사람을 앞세워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KT의 ‘피플. 테크놀로지’(People. Technology) 광고 시리즈 첫 편인 ‘한국편’엔 현빈이 나온다. 그러나 30초 광고에서 현빈이 나오는 시간은 겨우 3초. 목소리만 나오던 현빈 얼굴이 8초쯤 지난 뒤 잠깐 보인다. 광고가 거의 끝나가는 28초쯤 다시 현빈이 등장한다. ‘빅모델’을 썼다면, 그를 잔뜩 등장시켜야 ‘본전’을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영상을 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출처: 유튜브 캡쳐
유튜브에 달린 댓글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피플. 테크놀로지 '사람편' 영상 아래 붙어 있는 댓글이다. 사람편은 현빈이 나오는 시간이 한국편보다 길다. 그래도 현빈이 적게 나와 아쉽다고 한다. 그러나 이 광고 시리즈는 작년 가장 성공한 작품 가운데 하나란 평가다. 유튜브 사람편 조회수는 200만, 한국편 조회수는 180만이 넘는다. 작년말 각종 광고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출처: 유튜브 캡처
'피플.테크놀로지' '한국편'에서 광고 시작 후 8초가 지나서야 현빈의 모습이 등장한다(좌) 광고가 끝날 무렵인 28초에 다시 등장하는 현빈(우)

KT와 함께 이 광고를 기획한 제일기획 SOUTH1팀의 임천학(40) 프로는 “현빈씨를 모델로 기용했지만, 현빈보다는 기술을 직접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이 같이 연출했다"고 말했다. 그 대신,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 등의 내레이션을 맡아 '호소력 짙다'는 평을 받은 그의 목소리를 광고 전반에 담았다고 했다.


광고 즐겨보던 아이, ‘광고장이’ 되다


2000년대 초 대학을 졸업한 임프로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중소 웹에이전시에서 기획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경력을 살려 종합 광고대행사 오리콤으로 자리를 옮겼고, 글로벌 광고대행사 BBDO를 거쳐 2013년 제일기획에 들어갔다.


그는 오리콤 시절 가수 이효리씨를 모델로 내세운 소주 ‘처음처럼’ 기획에 참여했고, BBDO 시절엔 헤라, 아이오페, 설화수 등 화장품 광고를 담당했다. 제일기획에선 KT 광고를 맡고 있다. 광고장이는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업 가운데 하나다. 그는 어떻게 광고 만드는 일을 시작했고, 광고장이인 지금은 어떻게 일할까.

출처: jobsN
제일기획 SOUTH1팀 임천학 프로

임프로는 어렸을 때부터 광고를 즐겨봤다. “보통 드라마가 끝나면 채널을 돌리잖아요? 전 드라마가 끝나고 나오는 광고를 열심히 봤어요. 이상하게 광고를 보는 게 재밌었어요. 업계에 들어와서 선배들이 ‘옛날 그 광고 있잖아’라고 얘기하면 ‘아 그 광고요’라고 대꾸하는 저를 신기해할 정도였죠.”


정작 대학에서 광고·홍보나 마케팅이 아닌 무역학을 전공했다. “저희는 광고주에게 시안을 ‘판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노력해서 만든 상품을 제값을 받고 판다는 측면에선 전공과 아예 연관이 없진 않겠죠. 물론 체감상 선배들은 절반 이상이 방송, 광고, 커뮤니케이션 등 관련 전공자인 것 같은데, 요즘 후배들은 전공이 다양해요. 전공은 장애가 아닙니다. 도리어 다양한 시각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주는 물론, 시장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는 필수”


광고대행사의 직군은 크게 광고기획(AE·Account Excecutive)과 광고제작(CW·Copy Writer, AD·Art Director, CD·Creative Director)으로 나뉜다. AE는 광고주와 협의해 전체적인 프로젝트의 방향을 기획한다. 이렇게 큰 방향을 잡고, 광고에 나오는 문장을 담당하는 CW, 눈으로 보이는 부분을 담당하는 AD, 그리고 이를 총괄하는 CD가 광고를 제작한다. 임프로는 AE다.


통신기업 광고는 만들기 어려운 광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기술이 바뀌는 주기가 짧고, 최신 기술로 보이지 않는 전파를 이용해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이동통신사들이 5세대 이동통신(5G)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담론을 소비자들에게 알기쉽게 전달할지 고민한다. AE로서 임프로도 문제풀이에 동참했다. 

출처: 유튜브 캡처
가수 겸 배우 김창완씨가 해설을 맡아 화제가 된 '기술.들어갑니다'시리즈의 '배터리 절감기술편'

“KT와 함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사람을 앞세워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다소 차가운 느낌의 기술을 따뜻한 감성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람들이 기술로 어떻게 일상이 바뀌는지를 표현했어요.”


그렇게 ‘피플.테크놀로지’ 캠페인을 시작했다. 시작인 ‘한국편’과 ‘사람편’은 유튜브에서 각각 180만, 20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후 ‘피플.테크놀로지’ 캠페인은 가수 겸 배우 김창완씨가 해설을 맡아 화제가 된 ‘기술.들어갑니다’ 시리즈로 이어졌다. ‘5G-평창편’, ‘배터리 절감기술편’, ‘기가지니편’ 등이 유튜브에서 각각 300만~40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광고도 잘 만들면 드라마나 예능과 같은 콘텐츠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출처: SBS캡처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LED 촛불로 구현한 ‘평화의 비둘기’. 공연자 1200여명이 LED 촛불로 두 마리의 비둘기를 만들고, 다시 대형 비둘기 한 마리로 변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퍼포먼스가 완벽하기 위해선 LED 촛불이 실시간으로 제어돼야 하는데, KT가 평창에 구축한 5G 네트워크가 활용됐다.

"KT에 취업하고 싶은 ‘취준생’처럼 관련 기술을 공부했습니다." KT는 물론 경쟁사를 포함한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의 상황을 조사했다. “5G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눈을 확 끌기가 어렵죠. 그런 면에서 KT는 다른 회사에 비해 강점이 있습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세계 최초로 5G 네트워크를 시범 서비스하고, 이걸 활용해 개막식 때 '평화의 비둘기'도 만들었잖아요, 5G 네트워크 기술로 구현되는 첨단 '5G 버스'도 선보이는 등 눈에 보이는 콘텐츠가 있어요. 이걸 보여주면서 소비자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거죠.”


“No input, No output"


그는 광고장이가 갖춰야 할 자질과 능력으로 ‘협력’을 꼽았다. “광고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다양한 주체들과 잘 협력해야 하죠. 광고주와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면, 현빈씨의 얼굴을 ‘아껴쓰는’ 전략을 쓸 수 있었을까요?"

출처: jobsN
임천학 프로

체력도 중요하다는 게 임프로의 얘기다. “마감 날이 정해지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밤을 샐 때도 많고요. 체력이 달리면 머리를 마구 돌려야 할 때 멍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전 점심때를 이용해 꾸준히 요가를 하고 있습니다.”


제일기획은 점심시간을 ‘크런치 타임’이라고 부른다. 과자 이름처럼 들리지만 전혀 다른 뜻이다. 창조적이란 뜻의 ‘크리에이티브’(creative)와 점심을 뜻하는 ‘런치’(lunch)가 합친 말이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점심시간을 여유 있게 운영한다.


주변 사람들이 '이번 광고 괜찮던데'라는 말을 들을 때 희열을 느낀다는 임프로, 그는 광고장이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No input, No output”(들어가는 게 없으면 나오는 게 없다)이라는 말을 전했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야 하죠. 계속 쏟아내다 보면 고갈되고 말 겁니다. 계속 관찰하고, 생각하고, 탐색해서 자꾸 채워넣어야 합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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