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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들을 ‘귀엽다’는 말, 하루만에 다 듣게 해주는 알바

여름철 최악 알바로 손꼽히는 인형탈, 겨울엔 '꿀알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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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2.12. | 55,033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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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알바천국이 전국 알바생 9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형탈 아르바이트’(40.4%)가 여름철 최고의 극한알바 1위로 조사됐다.


30도를 넘나드는 야외에서, 무거운 인형탈 때문에 바람마저 쐴 수 없으니 체감온도는 40도를 넘는다는 게 경험자들의 얘기다. ‘그렇다면 겨울철에 인형탈 아르바이트는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인형탈이 칼바람을 막아주고 체온을 지켜주지 않을까. 의외로 겨울엔 ‘꿀알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오전 11시 명동 거리

직접 서울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고양이탈을 쓰고 인형탈 알바를 체험해봤다.


지난 2월 2일 금요일 오전 11시, 명동역 근처의 한 고양이 카페를 찾았다. 바로 알바가 착용해야 하는 ‘장비’에 대한 설명부터 들었다. 인형탈, 인형옷, 장갑, 목에 거는 현수막, 전단 가방 이렇게 다섯 가지다.


추가로 위생을 위한 마스크, 땀이 흐르지 않게 막아주는 두건, 수면양말, 핫팩도 준비돼 있다. ‘고양이놀이터’ 박예진(35) 사장은 “겨울엔 두꺼운 털 소재의 인형 옷을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눠 주고, 행인들에게 손을 흔들며 친근함을 표시하는 게 주된 임무다. 또 가게 위치를 묻는 손님은 직접 안내해주어야 한다. 단,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근무시간은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고, 쉬고 싶으면 언제든지 들어와 30분간만 쉴 수 있다.


평생 들을 ‘귀엽다’는 말 하루 만에 다 들었다


알바 당일은 낮 기온이 영상 1도 정도. 올겨울 험악한 추위를 생각하면 꽤 따뜻한 편이었다. 목에 현수막을 걸고, 전단 가방을 챙기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후 인형탈을 썼다. 그렇게 귀여운 한 마리의 대형 고양이가 됐다.

인형탈을 착용한 모습.

명동 중심거리인 명동8길 사거리 정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금요일 낮부터 명동엔 사람이 붐볐다.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어색하게 서서 손을 흔들었다. 장갑을 끼고 있다 보니 전단을 한 장씩 잡기가 어려웠다. 머뭇거리고 있던 찰나, 일본인 관광객이 말을 걸었다. “가와이”(귀여워). 평생 들을 ‘귀엽다’는 말을 이날 하루에 다 들었다. 그것도 일본어로.


사진을 같이 찍자는 요청도 잇따랐다. 주로 외국인 관광객과 어린아이들이다. ‘앙’ 고양이 자세를 취해봤다. ‘찰칵’ 인형탈 속에서 함께 웃음을 지었다. 알바 한 시간 만에 외국인 세 팀을 가게로 직접 안내했다. 박 사장은 “보통 알바가 5시간 동안 8~9팀 정도 데리고 온다”면서 “한 시간에 3팀은 훌륭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나가는 인파 속, 인형탈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

춥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웠다. 머리카락과 겨드랑이가 땀으로 축축해졌다.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인형탈에 유일하게 통풍이 되는 고양이 눈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를 마시는 게 전부였다. 2kg 정도 되는 인형탈이 장시간 머리를 눌러오니 목이 뻐근했다. 손을 쓸 수가 없으니 애꿎은 인형탈만 만지기를 반복했다. 알바생 김은비(19) 씨는 “겨울에도 추운 느낌은 별로 없고 오히려 격하게 움직여 덥다”면서 “하지만 날씨가 따뜻한 날은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칼칼하다”고 했다.


슈퍼 마리오와 강아지 등장… 명동 한복판 ‘인형탈 삼국지’

명동 한복판 '인형탈 삼국지'

오후 1시 30분, ‘슈퍼 마리오’ 인형탈이 등장했다. 근처 멀티방을 홍보하러 나온 마리오는 화장품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방탄소년단 노래 ‘불타오르네’에 맞춰 춤을 췄다. 전단을 나눠주지 않고 오로지 춤에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조금 훔쳐보았다. 인형탈을 썼지만 춤에선 스웨그(Swag)가 넘쳤다. 경쟁심이 느껴졌다. 나도 몸을 마구 흔들었지만, 막춤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마리오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2시가 되자 강아지 인형탈이 등장했다. 강아지 카페를 홍보하러 나온 것이다. 명동 중심 사거리에서 ‘인형탈 삼파전’이 벌어졌다. 강아지는 전단을 전투적으로 뿌렸다. 사람들은 “강아지랑 고양이 다 있다”고 웃으며 좋아했지만, 정작 전단은 받아가지 않았다. 이참에 쉬기로 했다. 카페로 들어가 숨을 돌리고 무료 음료를 마셨다. 쉬는 시간 30분이 금방 흘렀다.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을정도로 땀을 흘렸다.

복잡한 명동에는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웨얼이즈 자라?”라고 영어로 묻는 사람, 서툰 한국말로 “강호동백정 오디에요?”라고 묻는 사람들 각양각색이었다. 스마트폰 지도를 살펴보다가 길을 못 찾아 고양이에게 묻는 심정이 오죽할까만, 나 역시 명동 지리를 모르는 데다 말도 할 수 없으니 두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도 있었다. 50대 남성은 전단을 받더니 “야, ㅇㅇ 어디야”라고 반말로 물었다. 고양이 카페를 말하는 줄 알고 안내를 해줬더니 “아이씨 뭐라는 거야? ㅇㅇ어디냐고, 몰라?”라며 전단을 땅에 내팽개쳤다. 귀여운 고양이 탈에 가려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망각한 걸까. 한 알바생은 “반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 한 대 때려주고 싶다”고 토로했다.


힘든 와중에 힘을 주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고생한다’, ‘수고가 많다’라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풀렸다. 정신없이 전단을 돌리다가 고양이의 배를 만지며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들도 위안이 됐다.


최저시급이지만, 인기 알바

손수레와 이동 판매대가 많이 지나가는 명동에서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시야 확보가 어려워 위험에 빠지는 순간도 있었다. 명동 특성상 택배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자주 지나다닌다. 한 번은 오토바이 세 대가 모두 다른 방향에서 지나가 자칫하면 부딪칠뻔 했다. 그 뒤로 오토바이 소리가 나면 어디서 오는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오후 4시엔 이동 상인들이 장사 준비를 위해 중심거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게 ‘베테랑’ 알바들의 얘기다. 실제로 4시부터 이동 판매대 스무대가량이 지나갔다. 

알바가 끝난뒤,인형탈을 벗자 해방감을 느꼈다.

오후 5시, 드디어 알바가 끝났다. 허리, 어깨, 목이 아프고 다리 힘이 빠졌다. 다섯 시간 동안 일을 하고 받은 돈은 3만7650원. 최저임금이다. 그렇지만 인형탈 알바는 인기가 많다. “인형탈이 최악의 알바라고들 하지만 하려는 사람이 넘쳐나요. 지금도 여러 명을 뽑아 실습을 거쳐 고를 정도죠.” 사장 박 씨의 설명이다.


사람들은 인형탈 알바를 왜 하려고 할까? 박 씨는 “면접을 해보면 10명 중 일곱은 인형탈 알바가 버킷리스트라고 한다”며 “춤추길 좋아하거나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댄스팀 활동을 한다는 김은비 씨는 “고3이 되기 전에 버킷리스트 실현을 위해 알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접 경험해보니 인형탈 알바는 겨울에도 힘들었다. 그런데도 좁은 시야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춤을 추면서 즐기는 알바생들이 많다. 단순히 인형탈 알바를 ‘덥고 추운 것’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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