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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수입 20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었지만 행복해요

일용직 노동자부터 50대 사장님까지 빠져든 디제잉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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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2.12. | 156,789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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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건물 지하. 들어서자 신나는 음악이 귀를 파고들었다. 130㎡(약 40평) 정도 되는 홀 한쪽에 마련된 단상엔 각종 버튼과 음량 조절 장치가 가득한 기계가 놓여 있었다. 직장인 이모(33)씨는 버튼을 쉴새 없이 움직이며 몸을 흔들었다. 한참을 지나 음악이 멈추자 뒤에서 김경훈(37)씨가 “훨씬 좋아졌다”며 손뼉을 쳤다.


DJ 복합문화공간 ‘플라시보 스튜디오’ 대표, 공연 및 파티를 기획하는 ‘이지파티’ 대표, EDM 레이블 ‘더스레코드’의 운영이사까지 김씨의 현재 직함은 3개. 직업이 많아 보이지만, 3개의 직업은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디제잉’(DJing)이다.


디제잉이란 넓게는 노래를 틀어주거나 이에 대해 설명을 하는 행위, 좁게는 음원을 재조합하거나 선곡 등에 창의성을 갖춘 디제이(DJ)가 벌이는 예술행위를 뜻한다. (출처 : 대중문화사전)


직접 고른 노래 들려주고 싶어 창업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CD플레이어를 끼고 살았다. MP3플레이어가 보편화하면서 노래 수백곡을 넣고 다니며 한시도 쉬지 않고 들었다. 기타는 물론 클라리넷도 수준급으로 연주한다. 하지만 음악은 취미생활일 뿐이었다. 그는 수능성적에 맞춰 중앙대로 진학했고, 도시계획을 전공했다. 전공을 살려보려고 감정평가사 공부도 해봤지만, 영 재미가 없었다.

김경훈 대표

출처 : jobsN

2007년 그는 공부를 접고 ‘알집’(Alzip) 등 ‘알시리즈’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회사 이스트소프트에 입사했다. “공부는 뒷전이고, 게임에 빠졌었죠. 당시 제가 하던 게임이 ‘카발 온라인’이었어요. 그 게임을 만든 회사가 이스트소프트라 관심을 가졌고, 입사했죠.”


4년 뒤인 2011년 그는 이스트소프트를 그만뒀다. “다양한 일을 했지만, 행복하지가 않았어요. 뭔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친구와 함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바’(bar)를 열었다. 회사 다니면서 모은 돈에 퇴직금까지 더해 3000만원을 만들었다. 친구도 같은 금액을 내 총 6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7년 동안 비어 있던 곳이어서 비교적 싼 값에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워낙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 지인들에게 ‘노래 좀 추천해줘’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부탁한 사람의 취향에 따라 노래를 골라줬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나름대로 자부심도 생겼죠. 바를 열어 손님들에게 제가 선곡한 노래를 들려주면, 음악이 좋아서라도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죠.”


낮엔 홍보, 밤엔 엄선한 노래로 손님을 모았다. 사람들은 그의 바에서 나오는 음악에 열광했고, 그의 가게는 번창했다. “신림동에서 사업이 잘돼 2년 뒤엔 논현동에도 바를 하나 더 열었습니다. 잘될 땐 한 달에 2000만원을 벌 정도였죠.”


디제잉에 미쳐 ‘올인’


단순히 음악을 틀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더 다양한 음악을 듣고 싶고, 들려주고 싶었다. 디제이를 섭외해 공연을 해봤다. 그는 박자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노래를 섞었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의 심장도 비트에 맞춰 쿵쾅거렸다. 틈틈이 디제이를 찾아다니며 비법을 물었고, 유튜브에서 해외 유명 디제이의 공연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며 디제잉을 익혔다.


디제잉을 하면서 느꼈던 행복을 더 많은 사람이 느꼈으면 했다. 사업을 정리하고 2017년 6월 플라시보 스튜디오를 세웠다. 디제잉을 즐기는 사람들이 배우고,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낸 것이다.


“디제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면서 디제잉을 배울 수 있는 곳은 꽤 많아졌어요. 하지만 막상 디제잉을 배운 뒤 공연할 수 있는 곳은 마땅치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 스튜디오에 공연장을 만들었습니다. 지인을 불러서 공연할 수도 있고, 디제잉을 배우는 사람끼리 함께 공연을 하고 즐길 수도 있게끔 했죠.” 디제이들이 몰리니 외부 행사 초청도 많이 들어와서 디제이를 연결해주고, 행사를 기획하는 일까지 하게 됐다.

디제잉 공연 중인 김경훈 대표

출처 : 김 대표 제공

그에게 디제잉을 배우는 사람은 다양하다. 일용직 노동자부터 50대 중소기업 대표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디제잉을 즐긴다는 게 그의 얘기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도 사내 디제잉 동호회가 꽤 있더라고요. 그런 곳에서 강습 제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저에게 배운 제자 중엔 낮엔 회사 다니고, 밤엔 디제이로 활동하면서 한 달에 부수입으로 200만원 이상 버는 친구도 있습니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그가 버는 돈은 한 달에 200만원 남짓. 이전과 비교하면 수입이 10분의 1로 줄었지만, 그는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고 했다. “디제잉으로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경우를 자주 봤어요. 특히 직장인들이 그래요. 낮에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풀리니까 일도 잘되고, 건강도 좋아지죠.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이 일을 하길 잘했다’ 싶습니다. 돈이야 디제잉 문화가 확산하면 더 벌 수 있겠죠.”


6개월만 연습하면 디제잉 할 수 있다


디제잉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것 같다. 하지만 김 대표는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골라서 들려주는 것도 디제잉”이라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김경훈 대표

출처 : 김 대표 제공

“사실 6개월 정도 연습하면 기기 사용법이라든지, 기술은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노래를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죠. 공연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성해,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레퍼토리에 변화를 주는 게 디제이의 능력이죠. TPO(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따라 옷을 고르는 것처럼요.”


그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USB 메모리에는 3000곡 정도가 들어 있다고 한다. 새로운 노래가 나오면 들어보고, 써먹을 수 있겠다 싶으면, ‘라이브러리’에 담는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듣던 노래만 계속 들으면 ‘음악 꼰대’가 되기 십상이에요. 꾸준히 새로운 노래를 찾고 공부하고 연습해야 하죠.”

공연을 하면서 안타까운 순간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수능시험이 끝난 뒤 수험생들을 위로하기 위해 열린 ‘수능탈출 콘서트’에서 디제잉 공연을 했어요. 수능이 끝나 홀가분하니까 수험생들이 신나게 놀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얼어 있더라고요. 무엇이 저들의 흥을 가로막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는 직장인 취미 공유 네트워크 '2교시' 등 다양한 모임을 찾아다니며 디제잉을 전파하고 있다.


“우리 핏속엔 길에서 막걸리 마시고 탈춤 추던 우리 조상의 ‘흥’이 흐르고 있잖아요, 제가 새로운 삶을 찾았듯, 많은 사람이 디제잉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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