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들고 현장에 있는 그녀, 누군가 했더니 베이비복스?

조회수 2020. 9. 25. 22: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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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복스 출신 심은진 인터뷰
베이비복스 출신 심은진 인터뷰
탈퇴 후 배우·사진작가 등 활동
실내건축산업기사 자격증 취득

"자꾸 떠오르는/ 그대의 웃음소리/ 잔인한 그 소리를/ 예예예~ 이젠 잊게 해줘/ 오 너만이 그대를 내 안에서 없앨 수 있어!"


베이비복스 노래 '킬러'다. 가사가 눈에 들어오면 당신은 1990년대 후반 한국을 뒤흔들었던 걸그룹 ‘베이비복스’를 기억하고 있는 게다. 상큼함을 앞세운 S.E.S와 핑클과 더불어, 걸크러시와 여전사 콘셉트를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사이트 나무위키에서는 베이비복스가 "1세대 아이돌 중에서 S.E.S와 핑클과 유일하게 대적 가능한 팬덤과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양강 구도 사이에서 전성기를 누린 카라나 2NE1 정도와 비슷한 위치"라는 것이다.


이른바 '리즈 시절'로 꼽히는 인기 절정기의 멤버는 김이지, 이희진, 간미연, 윤은혜 그리고 심은진이다. 그 중에서 심은진은 리드보컬로 활약하면서 인기를 견인했다. '야야야' '겟 업' '미싱유' '나 어떡해' '바램'등의 히트곡을 냈다. 그룹 해체 후에는 배우로 전업해 대조영, 노란복수초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러던 심은진이 최근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그는 2017년 8월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아우딘 스페이스와 협업해 옷 가게 쇼룸 인테리어를 내놨다. 같은 해 11월엔 실내건축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가수 출신 배우의 디자이너 전업 스토리를 jobsN이 들어봤다.

출처: jobsN
심은진씨

"디자인, 사실은 가수 이전부터 꿈"


사실 심은진이 처음부터 가수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고교 시절만 하더라도 심씨는 상업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컴퓨터 그래픽, 시각 디자인 등에 대해 배우면서 의상이나 실내디자인으로 관심을 키워갔다.


하지만 끼가 많은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그의 스타성을 눈여겨보던 지인이 자신의 소속사로 심은진을 초대했다.


"식사자리에 초대해서 갔는데 노래를 시켰어요. 가수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더군요. 저는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화성학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제가 밴드부에서 반주를 맡고 있었는데 솔깃했죠."


연습생 시절은 고되고 힘들었다. 처음에는 5명의 그룹을 준비하는 연습생 팀에 들어갔다. 하루 춤 연습 7시간, 보컬 연습 2시간, 새벽 귀가, 등교 이렇게 1년 동안 연습했다. 하지만 결국 데뷔를 못 했다. 이후 좌절한 심씨에게 다른 프로듀서가 "2집을 준비하는 그룹에 신규 멤버로 들어가지 않겠느냐"면서 다시 합류를 권유했다. 그게 베이비복스였다. "마지막으로 해보고 안 되면 가수의 꿈을 접으려는 심정이었죠." 이후 심씨는 베이비복스의 리드보컬로서 국내는 물론 해외 공연을 이어가며 한류 붐을 일으켰고, 평양에서도 공연을 해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베이비복스 탈퇴 후 배우ㆍ사진작가 등 활약


베이비복스 활동은 6년간 이어졌다. 심씨가 베이비복스를 탈퇴한 것은 2004년이었다.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고 한다. "춤 공부를 위해 해외로 나가고 싶었지만 집안의 가장으로서 결정이 쉽지 않았죠. 그래서 솔로 앨범과 연기를 병행했어요." 이후 심씨는 대조영, 노란복수초, 사랑이 오네요 등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도 섰다.


가수로서는 톱이었지만 연기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도 인정한다. "처음엔 연기에 대해 잘 몰라서 힘들었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무대가 그리워서 다시 음악을 하고 싶었던 적도 수백 번이 넘죠. 하지만 뮤지컬 배우를 하면서 어느 정도 음악에 대한 갈등을 풀었어요." 심씨는 "연기를 5년 정도 하면서 대본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배역에 몰입해야 하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연기가 재밌어진 것도 그때"라고 말했다.


심씨는 그림과 사진에도 재능을 보였다. 2013년 6월 첫 전시회 'share joy & sorrow with' 을 열었다. 연기와 솔로 앨범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그린 크로키와 여행 다니면서 찍은 사진, 짧은 글귀를 모았다. 총 60여 점의 작품을 삼청동 정암아트갤러리에 전시했다. 전시회 도록을 아트북처럼 만들어서 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그로부터 2년 후 전시 작품을 엮어서 아트북 'hello, stranger'를 출간했다.

출처: 방송화면 캡처
베이비복스 시절 심은진씨

다시 본래 꿈으로…학원 다니는 연예인


첫 전시회 이후 다음 꿈은 ‘미니어처 전시’였다. 생각하고 있는 공간을 작게 만들어 전시를 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면부터 그릴 줄 알아야 했다. 고교 시절 중단했던 디자이너의 꿈이 다시 떠올랐다. 이에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2016년 12월부터 학원을 다니면서 디자인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심씨가 딴 자격증은 실내건축산업기사다. 4년제 이상 대학교의 실내디자인·인테리어디자인·건축 등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한다. 경기대 다중영상 매체학을 전공한 심은진은 동일직무 분야로 인정돼 응시 자격을 얻었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가 있다. 필기는 4과목에서 80문제다. 과목당 40점, 평균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실기시험은 요구조건에 맞춰서 평면도, 천정도, 단면상세도 등을 그리는 것이다.


심씨는 합격 비결로 "대사 외우듯 외웠다"는 말을 했다. "스프링클러 설치 조건은 '수용인원은 100명 이상'이죠. 영화상영관은 바닥면적이 지하층 또는 무창층인 경우 500㎡ 이상이어야 해요. 그 외에는 1000㎡이상일 때에만 설치하면 됩니다." 같이 학과 내용을 대사처럼 만들어서 외웠다고 했다.


필기는 한 번에 붙었지만, 실기는 두 번 만에 됐다. 첫 응시에서는 드라마 촬영과 겹쳐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2017년 10월 재응시해 합격했다.


"디자이너로 인정받는 것 목표…동물교감전문가도 도전"


심씨는 2017년 8월 인테리어 회사 '아우딘 스페이스'와 협업해 작품을 내놨다. 의상실 쇼룸 인테리어였다. 제안을 받고 10여 가지의 인테리어 시안을 만들어 갔다. "연예인이 얼마나 하겠느냐"는 반응이던 디자이너들은 심씨가 만들어간 10여 가지의 시안을 보고서는 만족을 표했다.


아우딘스페이스 관계자는 "첫 번째 미팅에 심은진씨가 준비한 시안으로 직접 발표까지 했다"면서 "인테리어를 맡긴 고객사에서 만족했고, 이후 시공 단계에서도 디자이너로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심씨는 인테리어 시공에서 가구·조명·벽지 등을 직접 보러 다닌 것은 물론, 공사 시작 이후에는 직접 현장을 찾아 꼼꼼하게 살펴봤다. "포토존에 걸맞은 조명을 선택했는데 회사에서는 예산문제로 다른 종류의 조명을 설치했어요. 나중에 고객사에서 현장에 와서 보면서 조명을 갈아야겠다고 하면서 제가 당초 제안했던 조명으로 바꾸더군요. 뿌듯했죠."

출처: jobsN·심은진 인스타그램 캡처·아우딘스페이스 제공
자격증 실기 준비할 때 그린 도안(좌)심씨가 직접 그린 도안(가운데). 시공 현장에서 클라이언트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우)

심은진씨의 직업은 4개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가수·배우·작가·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녀는 지금 동물교감전문가에 도전 중이다. 직접 동물과 교감을 하면서 학대받은 동물을 치유해주고 싶다고 한다. 그동안 심씨는 꾸준히 유기견 보호소 등에서 봉사 활동을 해왔다.


"일단은 디자인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먼저죠. 베테랑 선배와 작업하면서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주말 드라마 촬영도 들어갑니다. 하지만 동물교감전문가 역시 이전부터 생각해 왔던 분야라 욕심을 안 낼 수는 없네요. 호호.(웃음)"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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