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경험도, 영어도 유창하지 않은 그녀의 반전 직업

조회수 2020. 9. 25. 22:3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토종 한국인 은행원이 영국 런던에 진출하기까지
작년 청년실업률이 9.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지만 최악의 고용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국내 대신 해외에서 기회를 찾은 청년들이 있습니다. 국제기구 입성에 성공한 젊은이들의 성공 비결을 소개합니다.

2014년 9월 EBRD(유럽개발부흥은행)에 합격해 4년째 일하고 있는 김효주(32) 씨. 1990년대 유럽 나라들이 동구권 개발을 위해 만든 EBRD는 동구권 외에 중앙아시아, 구소련연방, 북아프리카, 몽골 등에 진출해 있다.


김효주 씨는 원래 은행원이었다. 남들처럼 열심히 취업 준비해 대학 졸업 후인 2010년 KB국민은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곧 회의가 밀려왔다. 그는 “한 기업금융지점에 발령받아 일했는데, 내가 진정 하고 싶던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 1년 반 정도 일하다 퇴사했다”고 말했다.

출처: 김효주씨 제공

김 씨는 환경 관련 일을 해보기로 했다. 그는 “은행 다닐 때 한 기후변화 예방 행사에 들른 일이 있는데 기분이 무척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고 했다. 곧 환경부가 주관하는 환경전문가 양성 과정에 2개월 간 참여했다. 이후 스위스에 본부가 있는 ‘유엔환경계획’에 지원해 6개월간 인턴십을 받았다. 유엔환경계획은 주로 석사 학위 보유자를 인턴으로 받는데, 환경전문가 과정 경력 덕에 합격할 수 있었다. 김효주 씨는 “환경부 뿐 아니라 기재부, 외교부, 여성부 등 많은 부처들이 국제기구 취업에 도움되는 인턴십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했다.


이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김씨는 흔히 말하는 ‘금수저’는 아니다. 영국 정부 장학금인 ‘쉐브닝 프로그램’에 합격해 다녀왔다. 그는 “형편이 안된다는 이유로 포기할 필요 없다”며 “본인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해서 길을 찾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했다.


2013년 석사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자리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그러다 바라던 채용 공고가 떴다. EBRD(유럽부흥개발은행)의 지속가능발전 관련 애널리스트 채용. 여러 단계의 심사를 거쳐 최종면접 3인까지 들었다. 그러나 최종 불합격. 정말 가고 싶던 직장이라 실망이 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채용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EBRD 채용 담당 직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등 꾸준히 연락했다. 자리가 날 때마다 자신을 기억해 달란 뜻이었다.

출처: 김효주씨 제공

면접 때 만났던 EBRD의 독일계 직원이 인천 송도에 있는 ‘녹색기후기금’ 방문차 한국에 왔다가 김 씨에게 만날 수 있느냐고 연락을 해왔다. 그는 “당연히 서울에 있겠거니 하고 연락을 해왔는데, 당시 부모님 뵈러 고향인 부산에 있었다”며 “하지만 주저없이 기차에 몸을 실었다”고 했다. 뒤늦게 사정을 들은 독일계 직원은 “이 정도로 적극적이면 뭐든 할 수 있다”며 “자리가 나는 대로 연락하겠다”고 했다.


곧 정식 채용은 아니지만 EBRD 인턴십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영국 런던 본부에서 10개월 근무한 후 성적에 따라 최종 입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국제기구 인턴십은 젊은층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김 씨는 “사회 초년생부터 중견 직장인까지 많은 분들이 지원한다”며 “늦은 나이에도 합격하는 사례가 꽤 있다”고 전했다.


국제기구도 인턴의 역할은 한정적이다. 김 씨는 프리젠테이션(PT) 자료 작성을 본인의 경쟁력으로 삼기로 했다. EBRD는 투자금을 모집하거나, 사업을 설명하면서 PT를 할 일이 많다.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김 씨는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인포그래픽스에 관심이 많았다”며 “PT 자료 작성 오더가 떨어질 때마다 창의적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했다.


인턴 생활을 잘 마치고 2014년 9월 EBRD에 최종 합격했다. 현재 기후변화팀 소속으로, EBRD 소속 국가들이 녹색 분야 투자를 할 때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고 기술적 조언도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입사 전 가졌던 다양한 경험이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대단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인턴십 등을 통해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는 점을 어필하면 좋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 자세를 보여주세요.”

출처: 김효주씨 제공

김 씨는 성장기 외국에 거주한 적이 없다. 흔히 말하는 ‘순수 토종 국내파’다. 대신 대학 시절 2년간 외국인의 국내 정착을 돕는 봉사 활동을 했다. 김 씨는 “단순한 의사소통 뿐 아니라 나라별 영어 발음 특색까지 이해할 수는 기회가 됐다”며 “학부 때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골라들은 것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간혹 영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국제기구에서는 큰 문제가 안된다고 한다. 그는 “우리 팀에 이탈리아 사람이 있는데 그분도 영어도 유창하지 않지만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통하도록 얘기할 수 있으면 된다. 한국인의 영어실력 정도로도 국제기구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고 했다. EBRD에는 한국인 직원이 10여명 있는데, 이중 40% 정도가 국내 대학 출신이라고 한다.


업무는 자율적이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어떻게 투자금을 모아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업무 환경도 유연하다. ‘유연근무제도’가 있어 사전에 알려주기만 하면 그날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김씨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하건 성과만 내면 된다”고 했다. 그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기회가 되면 EBRD가 진출해 있는 국가에 나가 파견 근무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글 jobsN 박유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