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전하 납시오? 800만원으로 3억 매출 '대박'

조회수 2020. 9. 25. 22: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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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말레이시아에서도 인기인 왕의 점퍼
‘곤룡포 항공점퍼’ 디자인한 송재석씨
800만원으로 창업…2017년 3억 매출
“역사책 보다 착안. 한국의 미 알릴 것”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정재 분)이 하면서 유명해진 대사다. 네티즌들이 신생 의류브랜드 '아시하'의 점퍼를 입고 이 대사를 하면서 브랜드가 입소문을 탔다. 아시하의 대표 상품인 '곤룡포 항공점퍼'는 왕이 집무를 볼 때 입던 정복(正服)인 ‘곤룡포’를 본 딴 무늬가 점퍼의 가슴, 등, 양쪽 어깨에 금실로 수가 놓아져 있다. 점퍼만 입고 고궁을 다니면 무늬 속 '오조룡(五爪龍ㆍ왕과 왕비의 옷에 수놓은 용으로, 왕의 권위를 상징한다)'포스에 깜짝 놀랄 정도다.


JobsN이 '주상전하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점퍼를 디자인한 송재석(26) 아시하 대표를 만났다. 

출처: jobsN
송재석 디자이너

군 전역 후 패션 관심…2015년 패션학교 입학


송씨가 처음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군대를 갔다. 전역 후 미국에 가게 돼 의류회사에서 유통 및 상품기획자(MD)로 일했다. 미국 매장에서 옷을 사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물론, 재고와 배송을 책임지는 것도 송씨의 몫이었다.


“저 많은 옷 중에 내가 만든 옷이 있다면, 그것도 인기가 많고 사랑받는 의상이라면.”


하루에 수천 장의 옷이 모이고 또 배송되는 과정을 보다가 든 생각이다. 이에 2014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직후 패션쇼를 보러 갔는데 심장이 뛰었다. 이듬해 라사라 패션학교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디자이너로서의 진로를 키워갔다. 패션 브랜드 시디즈 콤마를 런칭한 염홍, 김철민 디자이너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학교-동대문 오가며 종횡무진…“그림이 가장 어려웠다”


라사라 패션학교 입학 후 송씨는 동대문과 학교를 오가면서 현장을 누볐다. 동대문에서는 현장의 디자인 트렌드를 익히는 한편, 학교에서는 패턴에서 재봉, 마케팅, 디자인 등 모든 것을 배웠다. 입학 직후 동대문에 있는 한 옷가게의 디자이너로 일도 시작했다. MD경력을 살려서 들어갔지만, 스스로 “디자인을 배우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일하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현장에서 원단을 고르는 법 등을 몸으로 익힌 것도 이 때다.


하루 하루가 정신이 없었다. 낮에는 학교를 다니면서 디자인을 배웠다. 저녁에는 동대문에서 일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공장과 자수업체, 프린트 업체를 알아보려 발품을 팔았다.


결국 송씨는 2015~16년 한 해 동안 학교를 다닌 뒤 휴학했다. 자기 브랜드 한 가지가 머릿속을 꽉 채웠기 때문이다. “브랜드 런칭이 꿈이었고 배우기 위해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항상 런칭에 필요한 것만 머릿속에 넣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송 대표가 ‘꽂힌’ 것은 곤룡포다. 우선 역사를 테마로 잡은 이유가 있다. “한국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드라마도 사극을 주로 보죠. 역사덕후이신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 때문에 송 대표는 패션학교 강의시간에도 디자인을 하면 항상 동양적으로 스케치를 했고, 옷에는 동양적인 무늬를 넣거나 한복 디자인을 접목하기도 했다.

출처: 아시하 홈페이지 캡처
(왼쪽부터)곤룡포 항공점퍼, 한복 맨투맨, 벚꽃 자수 맨투맨

“다들 반대했지만, 2주 뒤 SNS에서 입소문”


송 대표가 아시하를 창업한 것은 2016년 11월이다. 하지만 곤룡포 항공점퍼가 히트하기 전까지는 인지도가 미미했다.


“벚꽃, 매화자수가 새겨진 후드 티셔츠, 한복 깃을 딴 맨투맨, 서양 모델이 하회탈 반쪽을 쓰고 있는 맨투맨 등의 옷을 만들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는 ‘왜 한국적인 디자인만 하느냐’는 핀잔도 들었죠. 출시 직후 대중들에게는 호불호가 나뉘었습니다. 안티도 있었겠지만, 그 덕분에 매니아층도 쉽게 확보할 수 있었죠.”


곤룡포 항공점퍼는 2017년 F/W 시즌상품으로 내놨다. 출시 전 송 대표는 ‘콘셉트’를 잡기 위해 역사책을 읽는 것에서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곤룡포라는 디자인이 떠올랐다고 한다. “많이 입는 겉옷, 그 중에서도 항공점퍼에 접목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주변에선 다들 별로라고 했고, 회사 소속 디자이너와 공장 사장님도 반대했었죠. 하지만 정작 출시되고 2주가 지나니깐 ‘주상전하룩’ ‘내가 왕이 될 상인가룩’ 등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죠.”


인기는 치솟았다. 빨간색ㆍ하얀색ㆍ 남색 세 가지 색상으로 100장씩 입고를 하면 2~3일만에 몽땅 팔렸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인기가 생겼다. 대만과 말레이시아에서 주문이 주로 들어오고, 프랑스ㆍ미국 등에서도 주문이 있다. 지금도 해외 결제가 안 된다면서 페이스북으로 구매 요청을 하는 해외 네티즌들이 꾸준하다.


”다음 작품은 훈민정음. 내 이야기 담는게 목표“


송 대표의 주변인들은 그의 성공 비결로 ‘장인정신’을 꼽는다. 함께 일하는 박연주 디자이너는 “송 대표는 자신의 디자인을 매우 아낀다”면서 ”벚꽃과 매화의 꽃잎 개수까지 신경 써서 함께 일해야 해 피곤하지만, 그 노력과 정성을 고객들이 알아주더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또 원하는 디자인이 나올 때까지 스케치를 무한 반복한다. 수십번씩 그리고 버리는 것은 예사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그제서야 원단을 보러 다닌다. 이 역시도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고 나서야 자수업체, 공장장과의 미팅 등을 거쳐, 샘플이 나온다. 이후 치열한 수정작업과 실제 제작까지는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출처: jobsN
곤룡포 항공점퍼 스케치(좌)와 오조룡 도안(우)

곤룡포로 인터넷을 열광시킨 송 대표의 다음 시즌 작품은 ‘훈민정음 비치웨어’다. 훈민정음에서 착안한 디자인과 한복 원단을 바탕으로 비치웨어를 만들겠다고 한다.


목표를 물었다. “한국적인 디자인이 들어간 옷이 보편화하도록 만들고 싶다. 한국의 미와 유구한 역사를 의상디자인을 통해 세계에 알리고 싶다. 한국의 자부심을 옷으로 만들어 보겠다. 그래서 패션쇼 데뷔를 꼭 해야 하니 관심을 가져달라.(웃음)”


JobsN을 즐겨 읽는 예비 창업가들을 위한 조언도 곁들였다. “창업 후배 여러분, 디자이너 여러분. 저도 지금은 창업 1년 만에 연 매출 3억원을 냈지만, 처음에는 800만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청년 창업 대출도 받았어요. 돈이 없다고 망설이지 마세요.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디자인으로 나타내는 게 진짜 디자이너라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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