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종이백 들고다니던 CF모델, 쪽방 생활끝에 '일 냈다'

조회수 2020. 9. 25. 22: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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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전문 브랜드 '존규' 이대공(37) 대표
가방 디자인, 아이디어로 퍼스트 펭귄 자격
창업교육 들으려 6개월간 쪽방 고시원 생활
반짝 하기보다 유니크 브랜드 만들려 노력

가방 전문 브랜드 '존규'의 이대공(37) 대표는 대학 시절 쇼핑백이나 종이 상자를 기워 만든 종이 가방을 들고 다녔다. “가방을 직접 디자인하고 평가도 받고 싶은데 가진 재료나 돈이 없었어요.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가 쇼핑백이나 상자였죠.”


가위로 오리고 테이프로 붙여 만든 종이백에 책을 담아 수업에 들어가면 많은 학생들이 쳐다봤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세상에 하나 뿐인 가방 브랜드를 만들었다. 2017년 매출은 4억원 수준, 누적 판매량은 5000여개다. 이탈리아와 유럽으로 수출을 확대하면서 2018년에는 약 1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출처: 존규 제공
이대공 존규 대표

가방 디자인, 아이디어로 퍼스트 펭귄 자격


존규는 2015년 대구·경북지역 처음으로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 기업'에 선정됐다. 퍼스트펭귄은 신용보증기금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아이디어가 좋거나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보증해준다. 퍼스트펭귄 스타트업은 담보가 없어도 은행에서 저리(低利)의 창업 자금을 3년간 최대 30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이 대표는 20대 시절, CF 모델로도 활동했다. 2006년 삼성의 최신 노트북 센스의 광고를 배우 임수정과 함께 찍었다. 그밖에 자동차, 휴대전화, 은행 광고도 여러 편 찍었다.


-가방 사업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내 브랜드를 갖고 싶다’,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 컸습니다. 제가 유명하지 않았던 것도 어느정도 작용한 것 같아요.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저를 기억하는 분들은 많지 않거든요. 평소 가방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럼 가방으로 내 브랜드를 알려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동국대 연극영학과 출신이다. 모델 활동을 하느라 2002년 입학 후, 11년 만인 2013 겨우 학사모를 썼다. 서른 한 살에 대학교 4학년이었다. 마지막 학기에 들었던 교양과목 '스타트업 캡스톤'이란 수업이 그를 사업가의 길로 이끌었다.


“비즈니스 관련 수업이었어요. 제 아이디어는 가방이었죠. 하지만 만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업성이 있는지 교수님께 평가받으려면 대략적인 시제품이라도 보여드려야 했습니다.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종이로 가방을 만들었죠.”


창업 교육 들으려 6개월간 쪽방 고시원 생활


자르고, 찢고, 붙이길 수십 번 반복하며 너덜너덜해진 종이 가방을 가방공장에 가져갔다. 밑그림과 종이로 만든 가방을 보여주면서 가방 전문가에게 설명해야 겨우 견본품을 만들 수 있었다.


-가방 한 개 만들어보는 것과 창업은 다른 차원의 일이었을 텐데요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죠. 하고 싶다고 무작정 뛰어들었으니까요. 자금을 구하려고 각종 공모전이나 정부 사업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대구에서 삼성이 지원하는 창업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대구까지 내려갔습니다. 수차례 면접을 거쳐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15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할 수 있었습니다.”

6개월간 창업 교육을 받으며 3평이 채 안되는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시제품 하나 만들어 볼 때마다 100만원씩 들었는데 수십개를 만들어 여유가 없었습니다.” 모델활동을 하면서 벌었던 돈을 모두 쏟아부었다. 한 편당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받은 광고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돈이 모자랐는데 신용보증기금과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2015년 1월 회사가 문을 열었다. 제품 가격은 10만~40만원. 먼저 아는 사람들에게 팔아 숨통을 틔웠다. 가방의 겉가죽을 교체하며 쓸 수 있는 백팩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 "다행히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가 늘었어요." 하지만 알음알음 파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죽 제품인데 사진으로만 보고 사기엔 한계가 있죠. 손으로 만져보고 들어볼 수 있어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사동에 매장을 차리고, 지하에서 가방 디자인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온라인으로도 판매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사 가고, 단골도 생겼습니다.” 자신감을 얻어 해외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출처: 존규 홈페이지
존규의 필백, 겉 가죽을 교체하는 모습(가운데)

반짝 하기보다 유니크한 브랜드 만들려 노력


-어려운 일은 없었습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제 손으로 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디자인, 영업, 마케팅, 판매까지요. 한 이태리 업체에서 저희 가방 디자인을 베껴 제품을 출시했는데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씁쓸했죠.”


가죽을 바꿔 입힐 수 있는 가방 디자인을 도용당했다. 국내에서는 실용신안을 등록해 존규만의 아이디어로 인정받았지만, 해외까지 실용신안을 등록하기엔 자금이 부족했다. “어떻게 보면 괜찮은 디자인이라고 인정받은 셈이어서 좋기도 하지만, 안타까운 건 사실입니다.”


-배우나 모델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요즘 해외 전시회에 출품할 제품을 디자인하느라 하루 3~4시간밖에 못 자고 있어요. 가능하면 모델 활동도 하고 싶지만, 사업 하나만으로도 힘이 들어서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목표가 있다면

“‘가방’하면 ‘존규’를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인기가 많아지면 당연히 좋겠지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브랜드가 되기보다 오래도록 기억되는 유니크한 브랜드로 키우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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