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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래희망 본 친구들이 “문과생이 무슨” 비웃었지만…

22세에 공부시작해 세계적인 기업 들어간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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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1.14. | 111,217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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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랍어과 자퇴 후 유학행
22세 시작한 애니메이션 공부로
드림웍스에서 꿈 이룬 박소연씨

수내고등학교 1학년 박소연 학생은 장래희망 칸에 적을 말이 없었다.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뚜렷하지 않았다. 문득 초등학생 때 봤던 만화영화가 떠올랐다. 귀여운 노란 아기 새 트위티, 키 작은 대머리 사냥꾼 퍼드···. 표현해본 적은 없지만 만화영화 속 캐릭터를 그리는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었다. ‘드림웍스 입사’ 단번에 적어낸 장래희망이었다. 친구들은 “문과생이 무슨 드림웍스냐”며 웃었다. 기회만 있으면 여러 미술 경연 대회에 출전했던 그녀였다. 학교 다닐 때는 미술에 재능을 보인 적이 없어 공부에 전념했다.


지금 박소연(26)씨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드림웍스 스튜디오(DreamWorks Animation TV)에서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visual development artist)로 일한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설립한 드림웍스 스튜디오는 슈렉, 쿵푸팬더, 드래곤길들이기 등을 제작했다. 그가 미술을 본격적으로 배운 건 20대가 넘어서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입사할 수 있었는지 들었다.

장난감 총싸움을 하는 드림웍스 이벤트. 맨 왼쪽이 박소연씨

출처 : 본인 제공

꿈은 허무맹랑하게, 행동은 현실적으로


“초등학생 때는 커서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현실적으로 화가를 직업으로 갖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일반 중학교에 진학했죠. 그때는 진로를 바꾸는 게 늦었다 생각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 장래희망 적는 칸에 ‘드림웍스 입사하기’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도무지 뭘 적어야 할지 몰라 고민 끝에 쓴 거였죠. 어렸을 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꼽으라면 애니메이션을 봤던 일이었어요.”


그는 무엇이든 성실히 해내는 성격이었다. 무난하게 대학 입시를 준비해 2010년 한국외대 아랍어과에 입학했다. 미술과 상관없는 전공에 진학하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가장 먼저 신청한 과목은 미술 교양 수업이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상학 수업을 들었어요.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죠. 학교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서점에 들러 미술 관련 전공, 애니메이션 관련 직업들을 모두 찾아봤어요. 애니메이션을 배울 수 있는 국내외 학교들을 리스트로 만들었어요. 졸업생들의 직업 경로 등도 분석해 적었습니다. 정말 미술이 하고 싶다면 최대한 실패 확률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 졸업하면 후회만 남겠다는 생각에 2학년 때 휴학한 뒤 유학을 준비했습니다” 

유학생활 중인 박소연씨의 모습

출처 : 인스타그램 캡처

아메리칸드림 꿈꾸며 떠난 스물둘


미국 대학 입시에는 포트폴리오, 토플 어학성적이 필요했다. 포트폴리오는 동네 미술학원에서 준비했다. 1년간 미술 기초를 다지며 약 20개의 포트폴리오 작품을 만들었다. 토플 성적은 80점 이상이면 지원 가능했다. 2012년 1월부터 3월까지 10여 개의 대학에 입학원서를 냈다.


“유학을 결정했을 때 가장 큰 고민은 돈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위치한 아트센터 칼리지에서 합격 통지서가 왔어요. 한 분기에 학비가 1만7000달러(약 1800만원)인 곳이었죠. 기숙사가 없는 곳이라 합격 후 인터넷을 통해 룸메이트를 구했어요. 외국 친구들 다섯 명이서 주택 하나를 나눠 사용했습니다. 월세는 600~700달러(약 63~74만원) 정도였어요. 최대한 아끼면 생활비까지 합해 1년에 약 5000만원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패서디나 아트센터 컬리지(Art Center College of Design in Pasadena) 일러스트레이션 학과에 입학해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패서디나 아트센터 컬리지는 3학기제로 교과 과정을 구성한다. 빠르면 3년 내에 졸업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 작업은 크게 3단계다. 스토리와 콘티를 정하고 시각적으로 디자인하는 프리 프로덕션,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드는 프로덕션, 편집·더빙 등의 작업을 하는 포스트 프로덕션. 그가 세부전공으로 정한 비주얼 디벨롭먼트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캐릭터들이 사는 세상을 그린다. ‘겨울왕국’의 안나가 살던 성,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몬스터들이 다녔던 회사 등을 창조하는 일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300개 따라 그리며 연습하기도 했다

출처 : 본인 제공

“장학금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성적은 하위권이었어요. 학기 내내 밤을 새웠죠. 언어는 둘째치고 대학에서 처음 미술을 배우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인물 형태 그리기가 미숙했고 원근법 같은 기초 실력조차 없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어요. 마치 캐릭터들이 제 옆에서 말을 걸면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이 보는 하늘은 어떤 모습일까’, ‘톰과 제리에서 제리가 숨었던 벽난로는 어떻게 생겼을까’를 상상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어린 시절 꿈을 이뤄가는 기분이었어요”


창작자 권리 보장하는 미국 애니메이션 노동조합


2016년 5월 ‘톰앤제리 쇼(Tom and Jerry Show)’를 만드는 리네게이드(Renegade) 제작사에 디자인 인턴으로 약 2개월 근무했다. 2017년 4월 3.7의 학점으로 졸업했다. 졸업하며 지원서를 낸 곳은 드림웍스였다. 12주 수습 과정을 통해 정규직원을 선발하는 드림웍스 트레이닝 프로그램에는 약 400명의 지원자가 모인다.


“공고에 자격 조건이 쓰여있었어요. 창작자 관점이 들어간 개성 있는 작업물을 보내달라는 말이었죠. 제가 학교를 다니며 제작했던 포트폴리오와 성격이 비슷했습니다. 4월 중순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관은 제 작품을 설명해보라고 했어요. 작업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애정을 갖고 있는지 묻는 것이었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어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은 평생 간절히 바랬던 일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학도 그만두고 여기까지 왔다’고 했죠”

박소연씨의 일러스트 작품

출처 : 본인 제공

결과는 합격이었다. 소연씨를 제외한 3명의 동기들과 2017년 6월부터 12주간의 수습기간을 거쳤다. 그녀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은 ‘보스베이비(The Boss Baby)’, ‘스피릿 라이딩 프리(Spirit Riding Free)’라는 프로그램이었다. 2017년 5월 국내 개봉해 200만명 이상의 관객 수를 기록한 ‘보스베이비’는 드림웍스의 인기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영화를 텔레비전 시리즈물로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것. ‘성실하고 열정적이다’는 평을 받은 그녀는 2017년 9월 드림웍스의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로 일을 시작했다.


미국은 ‘애니메이션 길드(The Animation Guild)’로 창작자들의 근무시간, 근무환경, 최저임금, 해고수당 등을 보호한다. 일종의 협회 개념이다. 디즈니, 드림웍스, 워너브로스 등 메이저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작은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는 창작자들은 ‘애니메이션 길드’에 가입한다. 소속 회원들은 길드가 정한 최소 금액 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 스튜디오 규모에 따라 금액이 다르지만 그녀는 세전 연봉 7만5000달러(약 8000만원) 이상 받는다.

드림웍스의 소연씨 책상

출처 : 본인 제공

“흩어져 있던 제 꿈의 퍼즐을 한 조각씩 맞춰가는 기분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만화영화뿐만 아니라 코 끝 찡해지는 따뜻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요. 어른들이 한 번쯤 어린 시절 순수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준비했지만 간절한 마음 하나로 시작해 지금은 세계 최고의 동료들과 일하고 있어요. 아직 신입이라 배울게 너무 많아요. 시작 단계에서는 누구나 꿈이 무모해 보일 겁니다. 하지만 단계를 차근차근 밟다 보면 언젠가 바라는 모습으로 성장한 스스로를 발견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해요”


글 jobsN 김지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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