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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광탈' 취준생이 울었다..예상 깬 이 '문자' 때문에

조회수 2020. 9. 25. 22: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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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수억 써서 광고하는 것보다 '사소한 이것'이 기업 이미지 바꾼다
진정성 없는 불합격 통보 벗어나
불합격 사유·전형 점수 알려주는 기업들
취업준비생 “기업 이미지 좋아진다”

“귀하의 우수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여건상 금번에 모시지 못함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취업준비생이라면 흔히 받아 봤을 불합격 통보입니다. 마치 단체 스팸 메일처럼 아무에게나 보낼 법한, 진정성 없는 내용이죠. ‘훌륭하다면서 왜 데려 가질 않냐’는 허탈한 마음이 듭니다.


실제로는 불합격 사유를 알려주기는커녕, 통보조차 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17년 8월 '불합격 통보'를 주제로 인사담당자(530명)에게 한 설문조사에서 58.9%가 탈락자에게 불합격 통보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통보한다 해도 '정확하고 구체적인 탈락 사유를 알려준다'는 응답은 14.7%로, 조사 대상 인사담당자 중 6%에 그쳤는데요. 하지만 지원자들은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합니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를 보면 구직자 1526명 중 89.3%는 '면접 후 탈락 사유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출처: MBC '무한도전' 캡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지원자 탈락 이유 공개법’을 만들어 달라는 취업준비생이 있었습니다. ‘탈락 이유를 공개하면 효율적이고 내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들어 지원자에게 불합격 사유를 친절히 알려주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문자 한통으로 취업준비생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금호석유화학’이 대표적입니다. 2017년 하반기 채용에서 금호석유화학은 서류전형 발표 후 불합격자들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지원자님께서 부족하고 모자라서가 아닙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지원자수(4611명)와 합격자수(760명)를 알린 대목이 눈에 띕니다. 금호석유화학처럼 불합격 사유를 친절히 알려주며 지원자를 배려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흔치 않은 일이기에 지원자에게 ‘감동’을 줬는데요.


금호석유화학이 보낸 불합격 문자는 연봉·복지 못지 않게 기업 이미지를 개선했습니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금호석유화학 떨어졌지만 회사 인식은 좋아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댓글에서도 ‘문자 한두번만으로 취준생 마음을 흔드는 거 보면 참 효율적인 방법인 것 같다', ‘진짜 친절하고 회사 이미지 완전 좋아졌다’고 회사를 칭찬했습니다.

한 취업 카페에 올라온 금호석유화학 불합격 문자와 그 게시물에 달린 댓글 일부.

감동적인 불합격 통보의 원조는 중견기업 ‘이수그룹’입니다. 2014년 하반기 채용 때부터 불합격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수그룹 HR팀 홍도기(30) 대리가 처음 기획했죠. 홍 대리는 첫 편지에서 ‘우연한 기회에 서로를 알게 되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늘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한다’는 점에서 채용을 연애와 비교했습니다. 편지 마지막에는 "한 번의 어긋남에 기운 잃지않는, 항상 자신감 넘치는 매력남녀이시기를 기원한다"고 썼죠. 이 메일에 감동 받은 불합격자들이 인터넷에 자발적으로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습니다. ‘기분 좋은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함을 뜻함)’이라는 표현도 나왔죠. 이후에도 이수그룹은 불합격자에게 진정성을 담은 편지를 썼습니다.


2016년 이수그룹 상반기 채용에 지원한 적 있는 정용수(29)씨는 “채용담당자가 실명을 밝힌데다 ‘나도 취준생 시절 수차례 고배를 마셨다’고 말해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이어 “돈 수억원을 써서 광고하는 것보다 이런 배려가 기업 이미지를 바꾸는 것 같다” 덧붙였습니다.


다만 2017년 채용에서는 지원자를 위로하는 '힐링형' 편지는 보내지 않았습니다. 메일로 '선발기준'을 안내하되, 간략하게 보냈다고 합니다. 이수그룹 김정희 홍보팀 대리는 "진심으로 시작했지만 홍보로 비추어지다보니 의미가 퇴색되는 거 같아 HR팀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습니다. 이외 면접 등 전형 과정에서 채용담당자들이 지원자에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네요. 

과거 이수그룹 HR팀 인사담당자가 쓴 불합격 통보 편지 전문

불합격한 지원자에게 직접 전화를 한 회사도 있습니다. 대학교 4학년 주모(26)씨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라는 시사잡지에 인턴으로 지원을 했다 불합격 했습니다. 지원해줘서 고맙지만 다른 사람을 뽑아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내가) 낙담한 목소리로 답하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적은 내용을 읽으면서 칭찬해줬다”며 “6분 정도 통화했는데 떨어졌지만 이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불합격 사유를 알려주는 기업이 늘자 다른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불합격 사유를 알려줘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불합격 사유를 자세히 알려주는 방법을 고민한 적이 있지만 결국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통보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사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 난다”며 “불합격 사유를 꼬집어 말하는 것도 불합격자에게 좌절감을 준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기업 인사팀 직원은 “기존 불합격 통보도 몇날 며칠 고민 끝에 나온 것”이라며 “‘불합격’이란 단어보다는 ‘모시지 못하게 됐다’며 돌려 말하는 이유”라 했습니다. 

출처: MBC '무한도전' 캡처
한 자영업자는 불합격 한 지원자에게 전화로 알려줬더니 지원자가 “저도 그런 작은 회사 다니고 싶지 않다”고 말해 상처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불합격 사유를 상세히 말하지 않더라도, 필기시험 점수를 알려주는 기업도 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원자의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성적을 알려줍니다. 롯데그룹은 인적성 검사인 'L-TAB'과 면접 전형 점수를 지원자에게 알려줍니다. 토론·PT·인성 면접 점수 뿐만 아니라 지원자 평균, 합격자 평균, 지원자 점수를 비교해 그래프로 보여줍니다. 롯데그룹 인재확보위원회 관계자는 “2014년 국내 기업 중 처음 시작한 걸로 안다”며 “회사마다 인재상과 기준이 다르지만 지원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했습니다.


2017년 공채에 지원한 적 있는 오미선(28)씨는 “다른 회사에서는 떨어져도 뭐가 문제인지를 몰랐는데, 롯데에서 보내 준 분석 덕분에 내가 PT가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며 “다른 기업을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됐고 결국 최종합격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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