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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버리고 돈번다’ 유명회사 전직 CEO의 승부수

인공지능 쓰레기통 '네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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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1.13. | 64,767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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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빈 김정빈 대표
인공지능 쓰레기통 '네프론'
실패 인정하는 용기있을 때 창업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앞, 웬만한 어른 키보다 큰 기계 앞에 캔과 페트병을 든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순서대로 기계 오른쪽 구멍에 빈 캔을 넣는다. 캔이 찌그러지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기계 화면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포인트가 적립된다. 캔은 10포인트, 페트병은 15포인트다. 1포인트 당 1원에 해당하는 포인트는 홈페이지에서 본인 인증을 거쳐 돈으로 바꿀 수 있다.


쓰레기 버리면서 돈도 버는 이 기계의 이름은 '네프론'. 네프론을 만든 '수퍼빈'의 김정빈(46) 대표는 연 매출 5000억원대 철강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그 전에는 삼정 KPMG, 한국섬유기술연구원 등에서 일했다. 화려한 경력의 그가 쓰레기통 만드는 작은 스타트업을 차린 이유는 뭘까. 

수퍼빈 김정빈 대표

출처 : jobsN

그의 학창시절 꿈은 명문대에 진학해 취업 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입시에 실패했다. 지방의 한 사립대학에 들어갔다. 만족할 수 없었다. 군대를 다녀와 미국 유학을 떠났다.


-어디로 유학을 갔는지

"지도 교수님께 추천서를 받아서 1997년 오리건 대학에 갔어요. 수학을 전공했습니다. 학교 주변에 나무 밖에 없었어요. 할 수 있는게 공부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어요. 논문을 보통 4년에서 길게는 9년까지 씁니다. 오랜시간 논문을 써서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는 것이 제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조금 더 실용적인 학문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행정학으로 진로를 변경했어요.”


-졸업 후 원하는 곳에 취업했는지

"2003년 4월 졸업 후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삼성에서 해외 인재 영입이 가장 활발하던 시기였습니다. 시기를 잘 타서 운좋게 삼성화재 전략기획팀장으로 입사했습니다. 이후 제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곳들에서 일했어요. 삼성화재에서는 사내 컨설팅팀 보조를 하다가 컨설팅 업무를 알았습니다. 컨설팅 회사라면 전략기획팀에 있을 때보다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직했습니다. 최근까지 있던 곳은 철강업체 코스틸입니다. 2013년 CEO 스카웃 제의를 받아 2년 정도 있었어요."


-남부러울것 없는 자리일텐데 왜 그만뒀나요

"2003년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CEO까지 오르면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제 딸을 포함한 다음 세대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기 보단 도전하는 자세로 살기를 바랐습니다. 자신의 삶을 살수 있는 선택지가 더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선택지 중에 하나가 창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창업에 더 과감히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엑셀러레이터(신생 벤처 발굴·육성 전문 회사)를 차리고 싶었습니다.”


-바로 시작했나요

"엑셀러레이터를 하겠다고 하니까 주변에 창업한 사람들이 '김정빈 대표는 창업해본 적이 없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그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창업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2015년 6월 수퍼빈을 시작했어요."

인공지능 쓰레기통 네프론

출처 : 수퍼빈 제공

-왜 쓰레기통이었는지

"제가 만든 제품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여러가지 사회 문제 중 환경에 눈이 갔어요. 지금 분리수거 체계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실제로 일반 가정집에서 나온 분거수거 폐기물 중 대부분은 재활용하지 못해 버려진다고 합니다. 가령 어린이 음료병은 몸체와 뚜껑, 음료 입구에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사용합니다. 다 따로 분리해야 재활용이 가능한데 일반 가정집에서는 모두 페트병으로 보고 분리수거를 하죠. 사람들이 쓰레기의 가치를 알면 조금 더 신경써서 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인공지능인가요

"정확하게 분리수거를 하면 조금 더 많은 생활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어요. 그 분리를 바코드를 통해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바코드가 없거나 훼손된 제품 등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더군요. 유럽엔 분리수거가 가능한 폐기물을 수거하는 리버스 벤딩 머신(reverse vending machine)이 이미 있습니다. 폐기물을 인식해서 선별하는 형상 매칭 프로그램이 들어있어요. 수십년의 노하우와 기술로 만든 것이죠.


우리는 그럴 시간도 자본도 없었어요. 그때 알고 지낸 투자사 대표가 인공지능 로봇 '휴보'를 만든 카이스트 권인소 교수를 추천해줬습니다. 공공기술 사업화 제도(공공기관이 개발한 우수 연구성과를 사업화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에게 일정 투자금을 받고 사용권을 인수하는 제도)를 통해 받은 투자금으로 기술을 인수했어요. 휴보의 3D 물체인식기술을 기반으로 폐기물을 선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바로 네프론을 만들었나

"2016년 8월까지는 구상만 했습니다. 마침 인터브랜드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투자 형식으로 돈을 받지 않고 네프론 외관과 브랜드를 만들어주기로 했어요. 그때 본체 제작도 함께 시작했습니다. 3개월 후인 11월 완성했어요. 경기도 과천 시민회관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생각한대로 작동하던가요

"1년 정도는 잔고장을 고쳤어요. 네프론 옆에서 불침번을 서면서 이용자들의 불편한 점도 파악했죠. 네프론 안에 폐기물 부피를 최소화 하는 파쇄기가 있는데 소음이 너무 컸습니다. 소리를 줄이려고 온갖 방법을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본 결과 이용자들은 오히려 그 소리를 좋아했습니다. 쓰레기를 넣었을 때 반응하는 쓰레기통이 신기했던거죠."

실제 사용 장면과 한 이용자가 네프론에 놓고 간 한라봉

출처 : jobsN

수퍼빈은 네프론이 모은 페트병과 캔을 폐기물 공장에 판다. 이때 수익을 다시 사용자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 현재 과천시, 어린이대공원 등 전국에서 총 17대를 운영중이다. 올해는 서울 동대문구와 용산 CGV, 일본 등에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가장 힘들었던 적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사기를 당했습니다. 돈은 돈대로 들었지만 원하는 프로그램은 얻지 못했습니다. 1억 5000만원 정도 손해를 봤어요. 창업한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창피했던 적은 있어요. CEO로 근무할 때는 소득세로 800만원씩 냈는데 월 수익이 그 세금만큼도 안됐을 때 힘들었죠. 창업을 위해 그동안 모은 돈을 다 쓰고 대출을 받아 지내다보니 수퍼빈을 처음부터 함께 시작한 친구 결혼식에 낼 축의금이 없을 땐 정말 씁쓸했어요."


-기억에 남는 이용자가 있을까요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 투입구에 한라봉을 놓고 가셨어요. 폐지를 팔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셨다면서 주셨습니다. 폐지는 kg당 70원에서 100원정도 받는데 네프론은 갯수만큼 일정한 포인트를 쌓기 때문에 더 받아가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폐지를 주으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어르신은 8개월 정도 이용하시고 최대 50만원까지 받아가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뿌듯하죠."


-앞으로의 목표나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2017년에는 2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네프론 대부분 무상으로 시범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2018년엔 시범운영 하는 곳을 유상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또, 새로운 지역 설치와 해외 판매로 연매출 20억원 예상하고 있습니다. 매출 증가뿐 아니라 수퍼빈이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으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됐으면 합니다. 창업은 정말 힘든 길입니다. 누군가에 떠밀려서 하면 안됩니다. 잘 실패하고 그 실패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창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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