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 걸린 연봉 1억6000만원 치과 의사의 '반전'

조회수 2020. 9. 25. 22: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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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가운 벗고 영어 방송 아나운서로
의사 가운 벗고
영어 방송 아나운서로
실어증 극복하고 이룬 꿈

영어방송 전문 아나운서 서미소랑(32)씨가 전직을 이야기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녀는 호주에서 연봉 20만 달러(한화 1억6000만원 정도)를 받던 치과의사였다. 의사 생활을 그만두고 아나운서가 된 계기를 알면 더 놀란다. 실어증. 말을 못하는 증상 때문에 의사를 그만두고 말하는 것이 전부인 직업을 얻었다. 

출처: jobsN
서미소랑 아나운서

“성공하려고 공부를 열심히 했고 연봉이 높아서 치과의사가 됐어요. 아픈 사람들에게 건강과 웃음을 찾아드리는 일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일에만 몰두한 탓인지 2년이 지나자 실어증에 걸렸습니다.


3개월간 말을 못했어요. 일도 그만두고 입원해 치료만 받았습니다.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살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뭘까’ 고민해봤어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한단 결론을 얻었습니다.


실어증에 걸린 이유는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말하기를 두려워했다는 데 있었고, 그럼 반대로 ‘말하는 일을 해서 상처를 극복해보고 싶었어요. ‘방송인’이란 꿈이 생겼습니다. 치과의사란 안정된 직업을 포기하기 쉽지 않았고, 20대 후반이란 나이도 마음에 걸렸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인만큼 젊을 때 해야 더 효율적이라 판단해 도전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치과의사 시절 세미나 참석한 모습(왼쪽부터), 멘사 회원증

호주 치과의사 초봉은 5만 호주달러(한화 약 4100만원), 평균 연봉은 9만 6000 호주달러(한화 약 7900만원)정도다. 한국 치과의사 평균 연봉이 1억 5000만원, 미국은 17만 달러(한화 1억 8천여만원)임에 비해 낮은 편이다. 기술등급, 경력, 고용주에 따라 임금 차등이 있고 국립·주립 병원에서 일하면 연봉은 높지 않지만, 준공무원 대우를 받는다.


호주는 규정상 치과의사직을 일정 기간 중단하면 1년 이상의 직업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 서씨는 그런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실어증이 낫자마자 한국으로 왔다. 드라마 단역 출연, 모터쇼 부스걸 등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다면 작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영어 방송 전문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녔고 6개월 후 아리랑TV에서 첫 방송을 했다. 4년차인 지금은 아리랑TV, EBSe에서 ‘돈워리 렛츠고’, ‘이지 라이팅’이라는 영어 방송을 한다. 정부나 기업행사에서 진행과 통역도 한다. 하루 평균 일하는 시간이 12시간이라는 그녀는 프리랜서의 장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출처: 서미소랑씨 인스타
'지스타' 진행 준비하며 그린 마인드맵(왼쪽부터), 아리랑TV '머니매터스' 출연

“프로그램 개편 시기엔 불안할 때도 있습니다. 노력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게 프리랜서입니다. 여러 방송국을 경험할 수 있고, 소속 아나운서가 아니다보니 행사 섭외가 오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요.


저는 ‘죽기살기로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최선을 다합니다. 여자 아나운서치곤 나이도 많고, 인지도도 부족하니 일 하나를 맡아도 절실합니다.


준비하는 데 방송 시간의 3~4배를 쓰고, 프로그램 기획부터 대본 쓰기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해요. 행사 진행 하기 전에는 돌발상황에 대비해 4~5개의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합니다.”


노력은 결실을 가져왔다. 그녀가 진행하는 ‘돈워리 렛츠고’는 2017년 8월 첫방송 이후 EBSe채널에서 신규 프로그램 중 1위, 기존 프로그램을 포함해선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2만명이 다녀간 ‘2017 지스타’의 VIP 행사 사회도 봤다. 2시간 행사에 보통 3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일반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연수입은 평균 2000만~4000만원 정도이고 서씨는 그의 5배를 벌고 있다. 

출처: 서미소랑씨 인스타
방송 진행하는 모습

2018년 1월 ‘왕초보 여행영어’란 책도 출간했다. 책으로만 영어를 배운 사람들이 해외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영어 표현을 모았다. 국내 가장 많이 팔린 영어책 30권을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앞으로도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적의 방송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아리랑TV의 영어 방송은 한국어로 이미 접해본 뉴스를 영어로 소개하기 때문에 이해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일부러 CNN 방송에 비해 말하는 속도도 느리게 합니다. 영화 회화 프로그램에선 한국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영어표현을 바로 잡아주는 걸 해요. 선생님처럼 ‘해보세요’보다는 친구와 대화하듯이 말합니다.


예능프로에서 섭외가 가끔 오지만 대부분 거절해요. ‘영어 방송 전문 아나운서’란 본업이 가장 소중합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때 ‘유명해지려고 방송은 취미로 하는 거다’, ‘의사로 편하게 먹고살면 되지’란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럴수록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방송이 좋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단 생각에 보람을 느껴요. 말하는 게 가장 무서웠는데 이젠 아나운서인 제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글 jobsN 김민정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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