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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일하는데 '꿈의 직장' 칭찬듣는 부산 기업

조회수 2020. 9. 25. 20: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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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수 70명 규모 부산 예쁜미소바른이치과
직원수 70명 규모 부산 예쁜미소바른이치과
각종 우수 기업 문화 공모에서 상 휩쓸어
직원들의 꿈 존중하는 문화

2013년 어느 날, 부산 서면에 있는 예쁜미소바른이치과(이하 예바) 이형철(42) 원장은 경영지원본부 직원인 김모씨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김씨는 ‘원래 꿈은 치과의사’라 했고, 이 원장은 ‘늦지 않았으니 도전하라’고 했다. 며칠 후 김씨는 치대 입학을 꿈꾸며 퇴사했다. 이 원장은 김씨가 공부할 수 있도록 치과 내 세미나실을 빌려주고 수시로 연락하며 조언했다. 김씨는 2016년 조선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다.


이 원장은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직원을 위해 근무시간을 조정해주고 대회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금액을 지원한 적도 있다. 직원의 개인 꿈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는 이유를 묻자, 이 원장은 “각자의 삶이 커져야 조직도 커진다”고 했다.


2006년 치과의사 3명으로 시작한 예바는 직원수 70명의 치과로 성장했다. 근속연수 7.5년, 이직률 10% 미만. 업계 특성상 놀라운 수치다. 치과업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복지, 군대식 위계질서 때문에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국내에서 치과위생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7만5883명(2017년 2월 기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자료). 이중 치과위생협회에 가입한 회원 수는 4만6000여명이다. 면허 소유자 중 절반가량만 일하는 것이다. 평균 근속연수는 3년에 불과하다. 통계청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간호사·치위생사는 매년 필요인원보다 지원자가 적다.


예쁜미소바른이치과(예바)는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여가친화인증기업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또 여성가족부가 이 회사를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부산시가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중소기업 부문 대상으로 뽑았다. 12년차 치과가 ‘좋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봤다.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경영지원본부에서 일하다 퇴사해 치대에 합격한 직원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모습.

주 5일·주 1~2회 오후 2시 출근


치과는 주 6일 문을 열지만 직원들은 주 5일·40시간 근무한다.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은 오후 2시에 출근한다. 치과는 입원환자가 없어 일반병원처럼 교대 근무를 하지 않는다. 또 예바는 교정치료를 전문으로 한다. 하지만 주 5일 근무와 탄력근무제가 가능한 이유가 ‘업종 특성 때문’이라 볼 수만은 없다. 주 6일에 야간 근무를 하는 곳이 흔하다.


“모두 주말에 쉴 수는 없지만, 직원들이 서로 어느 요일에 쉬고 오후 출근할지를 정합니다. 실제 주 평균 근로시간은 38.5시간이에요. 환자분이 문 닫는 시간 직전에 오셔서 진료를 보는 경우에는 야근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눈치 보느라 퇴근 못하진 않습니다.” 경영지원본부 지인규 팀장이 말했다.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는 여성 비율이 높다. 결혼하고 출산하면 경력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예바에서는 임신한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출산 전·후 휴가를 독려한다. 법으로 보장하는 출산휴가(90일)와 육아휴직(1년)을 지킨다. 지금도 직원 3명이 출산휴가 중이다. 이 원장은 “출산 후 퇴사해 자녀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 키우다 복직한 직원도 있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직원은 회사 근처 원룸에서 살 수 있다. 회사에서 보증금을 지원하고 월세의 절반을 내준다. 현재 직원 15명이 살고 있다. 이형철 원장은 “1인 1실이기 때문에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스트레스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최초 3년 동안 근속한 직원에게는 100만원 경비와 일주일 유급휴가를 준다. 6년 근속한 직원은 2주일 휴가를 갈 수 있고 휴가비는 200만원이다. 9년 근속자는 3주일 휴가와 300만원 휴가비를 받는다. 연차와 별도다. 이 밖에 회사 제휴 리조트 시설, 외국어 공부나 학위 취득 시 필요한 비용도 지원한다.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17년 12월 8일 열린 '여가친화인증기업' 시상식에서 예바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아 우수 사례를 발표했다. 이 원장은 "저희가 특별한 것 아니다"라며 "잘하는 회사가 많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직원 개인의 삶이 커져야 회사가 큰다


이형철 원장은 개업 초기엔 직원을 구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하루는 안내데스크에 앉아있는 직원에게 앞으로 뭘 하고 싶냐고 물었어요. 다들 뚜렷한 꿈이나 목표가 없고 무기력해 보였습니다. 꿈이나 목표가 있어야 일이 재밌다고 생각해요. 각자 취미나 특기를 살리라 했습니다. 제가 ‘이런 건 어떠냐’고 제안도 했어요.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찾으니 얼굴에 생기가 돌고 일도 즐겁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제도를 바꿀 때는 전직원 익명 투표로 결정한다. 급여 제도·교육비 지원 같은 복리후생부터 워크숍 장소를 정하는 작은 일에도 투표는 필수다. 원장이 좋다고 생각하는 제도가 직원에게도 좋은 건 아니다. 이 원장은 “10년 전에는 경치 좋은 세미나실에서 전직원이 공부만 했는데 직원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며 “‘회사가 비용을 대주니까 직원에게는 무조건 좋겠지’라는 생각은 착각”이라 했다. 예바는 3년마다 해외 워크숍을 간다. 지금까지 전직원이 태국·세부에 다녀왔고 2018년에는 베트남에 갈 예정이다.  


워크숍이나 회식 같은 단체 생활은 ‘자율 참석’이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직원들이 ‘정말 회식에 안 가도 될까’며 불안해했다"라고 했다. “원장인 저부터 눈치 주지 않고, 인사평가나 승진에 불이익이 없단 걸 오랫동안 증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신 직원들이 흥미와 재미를 느껴 단합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영화나 연극 관람, 방탈출 게임을 한다. 송년회에는 시상식을 주제로 옷을 입고 클럽을 빌려 한해를 함께 마무리하기도 한다. 퇴사한 직원을 초대해 식사를 함께하는 행사인 ‘홈커밍 데이’도 연다. 지 팀장은 “지금까지 2번 정도 모임이 있었는데 10명 중 6명 정도 참석했다”고 했다. 

출처: 예바 제공
(왼쪽부터) 2016년 송년회 모습. '시상식'을 콘셉트로 차려입고 레드 카펫을 걸었다. 클럽을 빌려 전 직원이 노는 모습.

예바 직원들은 전국에 있는 다른 치과나 교육 기관에서 강사로 활동한다. ‘예바 아카데미’라는 강사 동호회에서 시작해 전문가급으로 수준이 성장했다. 지인규 팀장은 “억지로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취미로 한 일이 내 커리어와 회사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근무 환경을 바꾸고 직원 개인의 삶을 존중하면서 조직도 함께 컸다. 예바는 2017년 하반기 치위생사 6명을 뽑는데 12명이 지원했다. 매년 경쟁률은 2~3대1이다. 치과위생사 초봉은 2000만원 정도. 2016년 매출액은 58억원, 당기순이익은 8억 3432억원이다. 2013년부터 계속 성장세다. 하루 100~200명 환자가 이곳을 찾는다. 이형철 원장은 “우리가 행복해야 고객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다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일터를 꿈터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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