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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은 사람일까요, 봇(bot)일까요?

조회수 2020. 9. 25. 20: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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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가요, 봇(bot)인가요" 이런 질문 받는 이 여성의 직업은?

“사람인가요, 봇(bot)인가요?”


카카오뱅크 ‘모바일뱅커’들이 고객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지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상 카카오뱅크는 전화나 카카오톡 등 얼굴을 맞대지 않고 고객과 소통한다. 전화로 상담할 땐 이런 질문이 나오지 않지만, 메신저로 상담할 땐 어김없이 이런 질문이 나온다. 카카오뱅크 모바일뱅커 Eva(30·본명 김진주)씨는 “얼굴을 직접 보면서 상담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진정성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면서 “특히 카카오톡 상담의 경우 스마트폰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jobsN
카카오뱅크 모바일뱅커 Eva

모바일뱅커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새로 생긴 직종이다. 단순하게는 기존 은행의 전화상담원 역할에다 지점 창구에서 직접 고객을 대하는 ‘텔러’의 역할이 합쳐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 때문에 기존 은행에서는 하지 않는 일을 추가로 하기도 한다.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모바일뱅커가 된 Eva를 통해 모바일뱅커에 대해 알아봤다.


“스타트업 지원하는 마음으로 카카오뱅크 왔다”


2016년 카카오뱅크는 9월과 11월 2차례에 걸쳐 모바일뱅커 60명을 공개채용했다. 당시 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는 “모바일뱅커의 역할이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의 핵심 역량”이라면서 “은행 실무 경험이 풍부한 뛰어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규직 고용과 함께 금융권 경력단절자를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조선DB
이용우(왼쪽),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기존 은행은 물론, 증권회사, 저축은행 등 금융권 경력자들이 대거 몰렸다. 1200명가량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은 200대1에 달했다. Eva 역시 금융권 경력자다. 2011년 농협에 입사해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에서 개인고객과 수신사업부문 등을 거쳐, 2016년 11월 카카오뱅크로 옮겼다.


“농협은 이미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안정적인 직장이라 재밌게 다녔습니다. 하지만 5년 정도 일하니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주위에서 ‘그 좋은 회사 왜 그만두느냐’고 걱정도 많이 했지만, 새로운 은행이 만들어지는데 그 과정에 참여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과감히 카카오뱅크에 지원했습니다. 제 주위 동료도 마찬가지죠. 다들 괜찮은 직장을 관두고 새로 시작하는 곳으로 옮겼으니까요. 저희끼리는 ‘스타트업 지원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올해 7월말 카카오뱅크가 고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까진 정말 스타트업 구성원처럼 일했다. “이것저것 가릴 새 없이 모든 일을 다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은행권이 아닌 다른 금융권에서 오신 분들에게 은행 관련 업무를 교육하는 일도 했고, 고객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일도 했습니다. 고객이 물어볼 수 있는 질문들을 만들고, 이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일이었죠. 이때도 바쁘긴 했지만, 서비스 시작 후에 닥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서비스 시작 직후는 전쟁…자정 넘어 퇴근하는 날도 부지기수


서비스 시작 후 Eva는 대출 관련 상담 업무를 맡았다. 올해 7월 27일 오전 7시 서비스 시작 후 만 24시간 만에 30만개의 계좌가 개설됐고, 예·적금 740억원, 대출 500억원가량이 몰렸다. 고객이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오류가 발생하는 등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카카오뱅크의 구성원 모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Eva를 비롯한 모바일뱅커도 마찬가지였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었죠. 기존 은행의 전화 상담원은 관련 절차 안내, 근처 지점 안내 등을 주로 하지만, 저희 모바일뱅커는 예·적금, 대출 등 은행 고유의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저희 고유의 업무보다는 접속지연이나 오류 등 서비스 관련 문제에 대해 상담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전문성을 발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화가 난 고객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게 당장 닥친 일이었죠. 기계적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고객 응대 메뉴얼대로 대하는 것 외에 ‘사람 냄새’를 풍기니 고객이 누그러지더라고요.”


하루에 전화·메신저 상담을 수백건씩 처리하고, 업무시간이 끝나면 그날 있었던 이슈들을 정리해서 공유하는 등 자정 넘어 퇴근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두 달을 버텼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하다’는 카뱅의 원칙 덕분에 폭언이나 성희롱을 하는 고객들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돼 그나마 버틸 수 있었습니다. 고객이 정당한 사유로 항의하는 것은 당연히 저희가 잘 받아줘야 하지만, 정도가 심하면 끊어도 문제를 삼지 않거든요.”


9월말부터는 시스템 관련 이슈가 해결되면서 어느 정도 안정됐다. 11월초에 카카오뱅크 고객센터 인원이 150명가량 늘면서 현재 고객이 모바일뱅커과 통화, 메신저 등으로 상담에 성공하는 확률을 의미하는 ‘응대율’이 80~90% 선까지 올라왔다.


얼굴 안보이는 ‘카뱅’의 얼굴


은행에 대한 고객의 인식은 그 고객이 만난 은행원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이다. Eva를 비롯한 모바일뱅커들은 비록 고객과 마주할 수 없지만, 카카오뱅크를 제대로 알리는데도 집중했다.


“지금이야 카카오뱅크가 많이 알려졌지만, 출범 당시엔 인터넷전문은행이 뭔지, 카카오뱅크가 뭔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진짜 은행이 맞느냐’, ‘카카오페이와는 무엇이 다르냐’는 문의는 수없이 많았고, ‘대부업체 아니냐’는 질문까지 받았어요. 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배경부터 그간의 경과, 현재 상황 등을 수없이 반복해 학습하고 고객들에게 전달해주기도 했어요. 저희는 카카오뱅크에서 고객과 최전선에서 만나는 ‘얼굴’인 셈이죠.” 

출처: jobsN
신분증 모니터링 업무 중인 Eva

Eva는 상담부서가 안정된 이후 신분증 위·변조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일을 맡고 있다. 기존 은행에서는 대부분 고객이 자신의 신분증을 들고 직접 지점을 방문하기 때문에 신분 확인이 비교적 쉽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거래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신분 확인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신분증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는 하루에 1000장 이상의 신분증을 모니터링 한다. 단순히 살펴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보안상 공개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신분증 위·변조 여부를 확인한다. 그를 'CSI'라고 부르는 동료도 있다.


“카카오뱅크 면접 때 ‘만능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앞으로 카카오뱅크가 취급하는 업무가 늘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모바일뱅커의 업무 영역도 늘어나겠죠. 카카오뱅크의 ‘얼굴’이자, 어떠한 고객의 문의도 해결할 수 있는 ‘슈퍼맨’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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