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rl C+Ctrl V로 자기 홍보글 올리던 고수들 한 데 모았더니..

조회수 2020. 9. 25. 20: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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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주목한 한국 스타트업 '숨고'
숨겨진 재능·기술 고수와 고객 연결
한국 4번째 와이콤비네이터 스타트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숨고(soomgo·숨은 고수)’는 재능과 기술을 가진 전문가와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고객을 연결해주는 앱이다. 2015년 10월 김로빈(32) 브레이브모바일 대표가 만들었다. 고객은 원하는 서비스 종류·지역·가격·시간·횟수 등을 입력한다. 이때 고객은 숨고가 묻는 20여개 질문에 답하며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 범위를 좁힌다. 입력이 끝나면 해당 서비스 공급자들에게 ‘요청’이 간다. 레슨하길 원하는 서비스 공급자는 자기소개와 가격을 적은 ‘견적서’를 보낸다. 견적서가 마음에 든 고객은 공급자에게 연락해 거래한다.


가입자수는 40만명, 이중 8만여명이 고수로 활동한다. 외국어·운동·춤·노래·이사·인테리어 디자인 등 600여가지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다. 2017년 한해에만 거래액은 170억원(11월 기준)이 넘는다. 2017년 3월 와이콤비네이터 창업 육성 프로그램에 뽑혀 3개월 간 집중 교육을 받았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와이콤비네이터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회사다. 에어비앤비·드롭박스, 아마존이 1조원에 인수한 트위치가 이곳 출신이다. 김 대표는 미국 교포로 에모리대(Emory University)에서 재정학을 공부했다. 그에게 창업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숨고 제공
김로빈 대표.

숨은고수 발굴하고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그동안 소비자가 영어나 운동·악기를 가르쳐줄 전문가를 찾으려면 수십 곳의 카페나 커뮤니티를 돌아다녀야 했다. 전문가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재능이나 기술로 돈을 버는 프리랜서·1인 기업, 소상공인은 여러 커뮤니티나 사이트를 다니며 게시물을 올려야 했다. 숨고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서비스 방식을 바꿨다. “숨고는 많은 이들의 ‘생활 스타일’을 개선하는 걸 목표로 해요. 프리랜서·소상공인에게는 홍보 수단을, 고객은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전문가를 찾도록 돕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고수’라 부른다. 숨고에 고수로 등록하는 기준이나 제한은 없다. 고수는 월·연 단위로 숨고에 ‘멤버십’ 가입을 한다. 한달에 2만9500원을 내는 고수는 달마다 20개 크레딧을 받는다. 이 크레딧이 고객에게 견적서를 보내는 비용이다. 견적서 한개를 보낼 때 크레딧 2개가 든다. 만약 고객이 견적서를 열어봤음에도 고수에게 72시간 이내 응답을 하지 않는다면 크레딧을 돌려받을 수 있다.


고객 한명에게 고수 5명까지만 견적서를 보낼 수 있다. 한 고객에게 지나치게 많은 견적서가 몰리는 걸 막기 위해서다.


10월까지만 해도 숨고 서비스 방식은 지금과 달랐다. 고수는 고객에게 견적서를 보낼 때마다 1000원을 내야 했다. 고수들은 한달에 4만~5만건의 견적서를 보냈다. 비슷한 앱들이 소비자나 서비스 공급자에게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반면, 숨고는 공급자가 내는 견적료로 수익을 냈다. 이런 서비스 방식에 고수들이 숨고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고객에게 견적서를 보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거나, 고객이 응답하지 않아도 고수는 돈이 들었어요. 이런 부분에 피드백을 받아 환불제도를 시작했습니다. 만약 3개월 동안 거래가 없으면 모든 크레딧 환불해 드려요. ‘제대로 된 서비스일까’ 고민하는 고객분들을 위해서도 어떻게 고수를 선택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최근에는 고수의 실명인증을 시작했어요. 모든 분들의 피드백에 귀기울이고 있어요.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숨고 홈페이지 캡처
숨고는 고수로 활동하는 이들을 인터뷰 해 이야기를 공유한다. 서비스에 대한 신뢰와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실리콘밸리가 인정한 스타트업


김 대표는 어릴 적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2007년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왔다. LG전자 기획팀에서 1년 간 근무하다 퇴사했다. 영어 강사로 일하며 창업 기회를 노리다 2011년 요기요 공동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숨고’를 생각한 건 2015년 여름, 1년 전 창업한 청소도우미 서비스를 운영할 때였다. 미국에서 기업가치가 1조원으로 성장한 전문가 매칭 서비스 ‘썸텍’을 벤치마킹했다. “‘따라한다’는 걸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걸 압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성공했다고 한국에서 잘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월마트는 실패했고 구글이한국에서 낸 성과는 다른 나라만 못합니다. 창업가라면 ‘기회’를 찾아서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시장에서 기회를 보고 먼저 실행했어요.” 

출처: 숨고 공식 블로그
(왼쪽부터) 강지호 최고제품책임자(CPO), 김환 최고기술책임자(CTO), 김로빈 대표. 숨고 공동창업자들이다. 강 CPO는 SK플래닛·쿠팡 등에서 일했고, 김 CTO는 창업 경험이 2번 있고, 숨고에 합류하기 전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의 기술개발을 총괄했다.

고객이 요청하고 고수가 견적서를 보내는 방식은 한국에선 익숙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방법보다 효율적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숨고’에서 활동하는 고수와 이용자가 하루 아침에 모여든 건 아니다. 오픈 초기 여러 커뮤니티와 개인 블로그에서 흩어져 활동하던 수백명 과외 교사에게 연락해 숨고 서비스를 설명했다. 기존 비효율적인 방식에 공감하는 고수와 고객들 사이 입소문이 났다.


실리콘밸리 와이콤비네이터(YC)에 뽑힌 건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4번째다. YC는 경쟁률이 200대 1에 달할 만큼 ‘스타트업이라면 꼭 경험해보고 싶은 곳’으로 꼽힌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욕심과 생각이 많아요. 고객이 원하는 건 많고, 시간은 부족하구요. YC에 참여하며 핵심가치(core value)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고객이 뭘 원하는지, 왜 우리 서비스를 사랑해야 하는지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창업의 요건은 무엇일까. “창업은 굳이 원대한 비전이 아니더라도 내 주변, 내가 사는 동네부터 바꾸려는 생각이 창업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작은 아이디어를 실행해 사업으로 키우는 겁니다.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미션’이 필요해요. 종교나 신념과도 같은 건데 임직원에게 강한 동기를 줍니다. 스타트업은 어려운 일 투성이라 믿음이 있어야 해요. 회사는 그 미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구요. 숨고는 재능·기술을 공유하는 시장을 좀더 공정하고 만드는 게 미션입니다. 지금은 불완전하더라도, 이 미션을 향해 꾸준히 달려갈 겁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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