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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쓰던 대학생, 1600만원 떼이고 바꾼 직업은?

조회수 2020. 9. 25. 20: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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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전문 변호사 강정규
부당함 겪고 변호사 돼
내 콘텐츠 지키는 방법 알려

밤새워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었는데 누군가 허락없이 베끼고, 돈까지 번다면 기분이 어떨까. 변호사 강정규(35)씨는 그런 일을 겪었다. 몇 달 간 공들여 완성한 작품에 대한 권리를 어느날 갑자기 빼앗겼다. 그는 대학생이던 2003년부터 무협 소설 쓰기에 푹 빠져 있었다. 현실을 재구성해 환상의 세계를 만들 수 있어 좋았다. ‘기신’이란 필명으로 온라인에 연재도 했다. 글쓰기를 시작한지 1년만에 ‘중개인(전5권)’이란 작품을 책으로 출판했다. 첫 책이라 그에겐 의미가 남달랐다. 그러다 출판사가 갑자기 망하는 바람에 책 판매 수익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때의 경험이 저작권(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독점적 권리) 전문 변호사가 된 결정적인 이유다.


억울했습니다


“책 출간 후 입대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출판사가 부도가 났습니다. 출판사가 없어졌으니 출판권을 누가 가질 것인지가 문제였습니다. 부도난 출판사와 출판사의 채권자가 출판권을 두고 다투었는데 정작 글을 쓴 저는 제외되더군요. 계약서에 이런 경우를 대비해 창작자가 최종 권한을 가진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출판권은 출판사의 채권자에게 넘어갔고 저는 인세의 90%는 받지 못했습니다. 한 편에 4000부를 찍었는데 1권에 대해서만 인세(계약에 의해 저작물을 발행하여 판매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판권 소유자인 저작자에게 저작물이 팔리는 수량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치르는 돈) 300만원 정도만 받았습니다. 나머지 네 권에 대한 인세 1600만원 정도는 받지 못했습니다. 몇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돈을 잃은 거예요.


‘저작권 분야를 알고 조금만 세심하게 챙겼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라는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몇 달 후 전자책으로 새로 출간했지만, 그 경험으로 저작권 문제에 눈을 떴습니다. 저작권은 남에게 맡길 문제가 아니라 창작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중요하단 것을 알았어요. 법률에 따라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권 정책에 관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2010년 한양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3년간 저작권, 콘텐츠 업계 관련 법률 공부와 활동을 했다. 2013년 4월 변호사시험에 합격했고 그해 11월부터 EBS 조직법무부에서 일하고 있다. 저작권 침해 단속, 계약서 검토 등을 한다. 카카오 브런치에 ‘당신의 콘텐츠를 지키는 방법’을 주제로 연재중이다. 자신이 당했던 경험을 토대로 콘텐츠 제작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저작권 관련 내용과 사례를 알린다. '볼빨간 사춘기, 저작권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대통령의 연설, 누구의 것일까', '당신의 콘텐츠를 지켜야 하는 이유' 등이다.


“모두가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SNS에 올리던 글을 책으로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SNS 콘텐츠만으로도 크리에이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자신의 창작물을 지키기 위해선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중요합니다.”


내 콘텐츠 지키기


나영석 PD가 CJ E&M에서 만든 ‘윤식당’을 중국 방송사에서 표절해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CJ E&M은 해당 방송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아이디어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저작권 분야는 아이디어 보호에 취약하다. 그런만큼 자신의 아이디어와 창작물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글, 사진 등 내 콘텐츠를 다른 사람, 웹사이트, 언론사 등이 도용한 경우 대응하기 위해선 증거 수집이 중요합니다. 도용한 흔적을 날짜를 명시해 캡처(필요한 부분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따로 떼어두는 것)해 증거를 확보하세요. 차단만 원하면 상대방에게 교섭이나 저작권 침해 중단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나 검찰에 형사고소할 수도 있어요. 저작권위원회의 조정절차를 이행해도 됩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땐 기록, 채록(필요한 자료를 찾아 모아서 쓰거나 녹음), 등록 세 가지를 명심하세요. 초안과 기획안, 과정을 모두 데이터의 형태로 기록해두어야 합니다. 날짜를 증명하기 쉬운 이메일이나 온라인 기록으로 남겨두세요. 완성된 창작물을 숨겨두지 말고 출판,방송, 온라인 게재 등의 방법으로 공표해야 합니다. 자신이 창작했다고 입증할 필요가 있거든요. 공표가 싫다면 최소한 저작권위원회에 등록이라도 해두세요.


이런 준비를 해도 아이디어가 완전히 보호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안에 따라 판결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준비는 해둬야 하는 이유는 다툼이 생겼을때 최소한의 권리라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노력 있어야


그는 요즘도 무협 소설을 쓴다. 지금까지 쓴 작품은 총 5편. 주로 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도시의 판타지와 역사를 담는다. 모바일 웹소설 앱 ‘북팔’에 연재중이다. 대표작은 ‘서울마도전’, ‘천룡회’로, 편당 구독자수는 3만명 정도다. 2010년부터 연재한 ‘천룡회’는 누적 구독자수가 75만명을 넘었다.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여전히 만들고 싶은 세계가 있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창작을 할 때도 창작물을 지킬 때도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디어로 수익을 얻고 싶다면 원천 창작을 하세요. 소설이나 웹툰을 연재하거나, 해외 이미지 사이트에 사진을 업로드하거나, 유튜브를 통해 방송을 시작해 꾸준히 공개하세요. 꾸준함이야말로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저작권은 원래 영국의 출판업자들이 만들어낸 권리입니다. 창작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었죠. 하지만 시대의 변화로 이제는 창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자기 것을 아끼고 지키고 싶은 마음은 사람의 본능이니까요. 창작자는 저작권을 공부하고, 사용자 역시 함부로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글 jobsN 김민정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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