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기사식당 동네'를 핫플레이스로 바꾼 주인공은 누구?

조회수 2020. 9. 25. 20:3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지역 재생 이끈 연남동 주민공동체
지역 재생 이끈 연남동 주민공동체
건물 임대료 동결 지역색 보호 노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마포구 연남동은 허름한 중국집과 기사식당 외엔 별 특색이 없던 곳이었다. 1970년대 즈음에야 고급 주택이 많고 길이 잘 닦인 서울 시내 대표적 주거지역으로 알려지기도 했다지만, 21세기 들어선 너무 먼 옛날이야기였을 뿐이다.


하지만 현재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한 연남동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인 핫 플레이스 중 하나다. 깔끔하고 세련된 거리와 옛 감성이 묻어나는 상가가 어우러져, 다른 곳에선 찾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출처: 조선DB
연남동 경의선숲길 전경.

그간 도시재생을 시도한 지역은 많았지만, 모두 이런 명소가 된 건 아니었다. 연남동이 남다를 수 있었던 배경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지역 주민 모임인 ‘연남동 주민공동체’(이하 주민공동체)다.


우리 손으로


물론 주민들 힘만으로 낡은 동네를 갈아엎은 건 아니다. 지역 외관을 바꾼 주요 동력은 서울시 지원이었다. 지난 2010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연남동 239-1번지 지역을 ‘휴먼타운’ 시범구역으로 선정했다. 기존 커뮤니티를 부수고 새로 짓는 대신, 원래 뼈대를 최대한 살려 동네를 재생하는 사업이었다. 박원순 시장 시절이던 2012년 ‘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 명칭이 변했지만 차질 없이 진행했다. 총 54억원을 들인 이 사업은 2013년 9월에 완료됐다. 전선과 전봇대가 지하로 숨어들었고, 주차장과 가로등이 새로 생겨났고, 1개뿐이던 CCTV(폐쇄회로TV)가 11개로 늘었다.


주민공동체는 매달 회의를 열어 지역민 의견을 모아 서울시에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 개선 업무를 관청에만 맡겨두는 대신, 주민과 함께 직접 동네 재생에 나섰다. 벽이나 계단 등 마을 속 비어 있는 곳곳에 벽화를 그려 넣었고, 군데군데 그림 타일을 붙여 장식했다. ‘주민역량강화사업’을 벌여 강사를 초빙해 주민에게 시와 그림, 공예를 가르쳤고,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마을 축제와 전시회를 열었다. 이렇게 지역민이 예술에 눈을 뜨게 되며 홍대 쪽에서 연남동으로 넘어오는 예술가 수가 많아졌다 한다.

출처: 인터넷 캡처
연남동 주민들이 그린 그림을 타일에 인쇄해 붙여 벽면을 장식한 모습.

이처럼 낙후된 지역이 새 단장을 하면, 상업 자본이 몰려들며 기존 지역민을 밀어내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발생하기 쉽다. 주민공동체는 이를 막고 동네 고유 특성과 분위기를 지키고자 ‘임대료 동결’을 추진했다. 인향봉 연남동 주민공동체 대표는 “함께 마을을 만든 세입자들이 오르는 월세를 감당 못해 나가면 힘들게 쌓아둔 연남동만의 특별함이 무너져 버린다”며 “물론 동참하지 않거나 아예 건물을 팔고 나가는 건물주 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주민공동체에서 계속 회의를 열며 동네 임대료를 안정시키고자 노력 중이다”고 했다. 실제로 인 대표는 지난 2015년 자신이 소유한 연남동 건물 4개 층 모두를 마을 단체와 기업에 10년간 보증금·월세 동결 조건으로 빌려줬다 한다.

출처: 연남동 주민공동체 제공
축제를 준비하며 캘리그라피(손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를 배우는 주민(왼쪽)과 주민들이 만든 작품.

무보수 봉사


주민공동체 위원 16명은 기업 공채와 비슷한 절차를 거쳐 선발한다. 결원이 생기면 공고를 내 자기소개서와 입회원서를 받고, 서류 통과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한다. 취업 버금가는 과정을 거쳐 힘들게 뽑히지만 보수는 없다. 인 대표는 “만지는 재정도 적고 휘두를 권력도 없는 자리지만, 꾸준히 참여해 주는 분들이 계신다”고 말했다. “서울시 주거환경관리사업 1호이자 대표적 성공작인 우리 연남동을 지키고 키우는 자부심으로 일하는 것”이라 한다.

출처: 연남동 주민공동체 제공
매달 둘째 주 금요일에 열리는 연남동 주민공동체 운영위원회에 주민들이 모여 회의하는 모습.

주민공동체는 이와 같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지난해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5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 ‘따뜻한 연남동, 함께 만들어 볼까요!’ 타이틀로 제출해 주민자치분야 장려상을 받았다. 마을축제를 통해 원주민과 새 이주민을 잇고 지역 정체성을 강화한 공로였다. 인 대표는 “전국적으로도 우리 연남동이 모범 케이스로 널리 알려져 요즘엔 지방 강연을 많이 다니고 있다”며 “우리나라 곳곳에 잠든 숨은 보석 같은 지역들이, 우리 연남동 사례를 참고삼아 빛을 발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