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만 살짝 바꿨을뿐인데..삼성이 '반한' 아이디어

조회수 2020. 9. 25. 20: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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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만드는 무선 충전기는 어떻게 다를까, 창업 아이템 된 졸업작품
디자이너, 졸업작품으로 만든 IT 스타트업
창업 밑거름된 스타트업캠퍼스
삶의 에너지 충전하는 회사 만드는 게 꿈

디자이너들만 모여 사업을 구상한다면 어떤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액세서리나 패션용품, 인테리어 소품 등을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편견’이라며 창업시장에 뛰어든 청년들이 있다. 무선 충전기와 배터리를 만드는 모바일아일랜드 멤버들이다.


홍익대 프로덕트디자인과를 졸업한 4명의 청년들은 디자인의 강점이 아름다움 추구하는데만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고소영(24) 모바일아일랜드 대표는 “이미 개발된 기술이나 제품에 조금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훨씬 훌륭한 제품을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면우 전 서울대 교수가 ‘W이론’을 통해 외국의 것을 그대로 모방하지 말고 한국의 실정에 맞는 기술, 발전 전략을 세우자고 했던 주장과도 일정 부분 통하는 말이다. W이론은 핵심기술도 중요하지만 핵심 기술 위에 좋은 아이디어나 좋은 디자인을 얹으면 제품이 매력적인 상품으로 변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출처: 모바일아일랜드 제공
고소영 모바일아일랜드 대표.

졸업작품으로 창업, 디자이너가 만든 IT 스타트업


보통 스마트폰용 무선 충전기는 동그랗고 납작한 모양이지만, 모바일아일랜드는 사각형으로 만들었다. 옆면에는 자석을 달아 무선 충전기 여러 대를 ‘합체’할 수 있게 했다. 마치 바닥에 타일을 깔듯 3~4개 무선 충전기를 이어붙이면 전선이 없이도 여러 대가 동시에 작동한다. 스마트폰 서너대를 한꺼번에 충전할 수 있다.


2016년 11월, 고 대표가 졸업작품으로 내놓은 이 아이디어를 눈여겨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크리에이티브 스퀘어에서 연락이 왔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돕겠다는 것이었다. 지원금 5000만원과 함께 글로벌 가전박람회 MWC(Mobile World Congress),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MWC와 IFA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와 함께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 불린다. 이런 경험은 청년들을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충전기'에 주목한 이유가 있습니까

“책상 위에 올려진 멀티탭과 여기에 어지럽게 꼽힌 충전기들을 보면서 어지럽다고 생각했어요. ‘더 예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순 없을까’ 무선 충전기는 훌륭한 기술력이 들어간 제품인데도 선이 늘어져 있다는 점에서 답답하긴 마찬가지였죠. 이걸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전자제품을 만지는데 익숙한 편이었나요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전기나 전력 계통에선 아직도 헷갈리는 용어가 있을 정도입니다. 회로 지식을 알기 위해서 세운상가 상인들을 숱하게 만났습니다. 나중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엔지니어 분들께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출처: 모바일아일랜드 제공
고소영 대표가 무선 충전기를 개발하며 기획한 것을 정리한 자료(왼쪽). 모바일아일랜드의 무선충전기와 개발 제품들(오른쪽).

창업 밑거름된 스타트업캠퍼스


-아이디어만으로 사업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라 부담이 큰 것은 아니지만, 경기도에서 지원을 받으면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사무실을 구하려고 고생할 때 스타트업 캠퍼스에 입주해 많은 부분에서 힘이 됐습니다.”


스타트업캠퍼스는 경기도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시설이다. 판교에 위치한 연면적 1만 6000여평 규모의 교육연구시설이다. 2016년 11월 문을 열었다. 현재 24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스타트업이 기본 6개월, 길게는 1년 동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무료로 제공한다.


일단 스타트업캠퍼스에 들어오면 3D 프린트 같은 각종 장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한 건물에 있는 빅데이터센터를 통해 데이터 정보도 제공받는다. 1년에 한번 엔젤투자자나 전문 투자 기업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스타트업캠퍼스 데모데이에도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아일랜드처럼 ‘회사’ 형태로 들어온 곳은 8개 팀에 불과하다. 나머지 16개 팀은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창업교육을 받은 팀들로 구성됐다. 스타트업캠퍼스는 창업에 뜻이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16주 전일제 과정의 창업교육을 한다. 월~금요일 내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비즈니스에 필요한 각종 지식과 노하우를 가르친다. 비용은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대학으로 치면 한 학기를 무상으로 다니는 것과 같다. 한 기수에 100명정도를 선발하는데 평균 경쟁률은 4대 1 수준이다. 

출처: 모바일아일랜드 제공
세계 가전박람회 IFA에 참가한 모바일아일랜드 동료들(왼쪽)

삶의 에너지 충전하는 회사 만드는 게 꿈


“아직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배터리를 제외하면 무선 충전 제품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각종 블루투스 기기나 휴대용 기기들에 무선 충전 기술이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바일아일랜드는 무선 충전이 가능한 휴대용 배터리와 램프도 제작한다. 향후 휴대용 선풍기, 블루투스 스피커도 만들 계획이다. 스타트업이 만든 충전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고 대표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국제 표준 기술을 따르고 있어요 아이폰이나 갤럭시처럼 무선 충전이 가능한 휴대전화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 대표는 거의 개발을 마치고 판매를 앞둔 상황이라고 했다. 2018년 초 해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해 선주문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월급도 주지 못하고 있지만, 성장 가능성을 보고 함께하는 동료 3명에게 고맙다”고 했다.


-목표가 있다면

“디자인의 작은 변화를 통해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줄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충전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론 각종 생활용품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데 도움이 되는 회사로 키우겠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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