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개성 없이 노래 불러야 하는 진짜 얼굴없는 가수입니다

조회수 2020. 9. 25. 20:3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가수에게 처음 노래 들려주는 남자..가이드보컬 이주용씨
가수에게 처음 노래 들려주는 남자
가수출신 이주용, 100곡 넘게 가이드
일본에 보컬 학원 차리는 것이 꿈

작곡가가 곡을 만들고 나서 가수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가(假)녹음 작업이 필요하다. 노래를 부를 가수에게 미리 녹음한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다. 이를 ‘가이드’라고 부르는데, 가이드를 녹음하는 가수를 ‘가이드 보컬’이라고 부른다. 2015년 가수로 데뷔한 이주용(26)씨는 7년째 가이드 보컬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이드 한 곡이 100개를 넘는다. 가이드 녹음 외에도 보컬 레슨, 코러스, 행사 등의 일을 한다. 이씨를 만나 가이드 보컬의 세계에 대해 들었다. 

가이드 보컬로 활동중인 이주용씨

-가이드 녹음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서울문화예술대학 실용음악과를 나왔어요. 스무 살 때 교수님이 가이드 일을 하면서 녹음 경험을 해 보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경험 삼아 했기 때문에 돈 받고 한 것은 아니었죠. 스물두 살 때부터는 직접 가이드 일을 구해서 돈 받고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두세 달에 한 번 꼴로 많이 하고 있지는 않아요.”


-가이드 일은 어떻게 구하나

“가이드 녹음 일은 인터넷 작곡 커뮤니티를 통해서 구할 수 있습니다. 작곡가가 곡의 장르와 음역대, 지불 금액 등에 대해 글을 올리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연락을 합니다. 반대로 보컬이 자신의 녹음 파일을 업로드하면 이를 본 작곡가에게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가이드 녹음을 몇 번 하다 보면 지인을 통해서 일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가이드 녹음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우선 보컬이 곡을 받고, 난이도에 따라서 금액을 협의합니다. 그 후 작곡가에게 어떤 분위기의 곡인지,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개인 작곡가와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보컬이 개인적으로 녹음을 한 후 작곡가에게 메일로 보내 몇 차례의 수정을 거칩니다. 저는 핸드폰으로 가녹음을 한 뒤 2회 정도 피드백을 받고 본 녹음에 들어갑니다. 본 녹음은 2시간 정도 걸려요. 그 후 마지막 수정을 거쳐 다시 녹음을 하면 작업이 끝납니다. 전체 과정은 빠르면 2일, 길면 2주 정도 걸립니다. 개인이 아닌 업체에서 가이드 녹음을 하면 녹음실에서 바로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어 4~5시간 안에 모든 작업이 끝납니다.”

이주용씨가 작업실에서 녹음하는 모습

-가이드 녹음을 할 때 허밍이나 이상한 언어로 녹음한다고 들었는데

“예전에는 작사가와 작곡가가 분리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가사가 없는 곡을 녹음할 때 허밍이나 이상한 언어로 녹음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말이 안 되는 엉터리 영어나 일본어로 그럴듯하게 들리도록 부르죠. 요즘에는 대부분 작사와 작곡을 함께하기 때문에 가사까지 받아 녹음을 해요. 지금도 가끔씩 ‘영어 느낌’이나 ‘일본어 느낌’을 요구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클론의 유명한 노래 ‘쿵따리 샤바라’는 가이드 녹음할 때 아무 뜻 없이 나온 말이었다고 해요.”


-가이드 작업의 급여는 어떻게 되나

“곡의 길이나 난이도, 보컬의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제 경우에는 애니메이션 주제가나 동요는 짧고 쉬워 7만원 정도를 받습니다. 곡이 까다로우면 15만원까지 받습니다. 유명 가수들도 가이드 일을 하는데요, 그분들은 한 곡에 100만원씩 받기도 합니다.”


-보컬의 실력이 가이드 작업의 급여에 많은 영향을 주나

“가이드 녹음을 하는 이유는 곡을 팔기 위해서입니다. 가수들은 수많은 작곡가에게 곡을 받아요. 실력이 좋은 보컬이 가이드 녹음을 하면 곡이 더 좋게 들리고, 팔릴 가능성도 높아지니 당연히 돈을 더 많이 받는 것이죠.”


-일을 해도 제대로 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대부분 작곡가들은 전속 가이드 보컬을 두고 있어요. 싸게 작업하는 대신 곡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 곡을 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해요. 이 때문에 관계가 악화되는 일이 많아요. 프로 작곡가들은 경력을 올려준다는 말을 하면서 돈을 주지 않기도 하죠. 저는 작곡가에게 다단계를 권유받은 경험도 있어요. 가이드 작업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50% 정도를 계약금 명목으로 미리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업계에선 제대로 된 규정이 없으니 본인이 알아서 챙겨야 해요.”


-가이드 했던 유명한 곡이 있나

"2012년 가이드한 곡이 있는데 나중에 엠씨더맥스와 스윗소로우 측에 팔렸다고 들었어요. 정식 앨범에 수록되지는 않았습니다."


-가이드 보컬 일의 장점은 무엇인가

“가수가 부른 음악은 곡을 표현하는 방법이 제시가 돼 있죠. 하지만 가이드 녹음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처음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해야 하죠. 따라서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녹음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있죠. 혼자 노래 연습하는 것과 실제로 녹음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아주 다르거든요. 가이드 작업을 많이 하면 녹음에 도가 트이게 됩니다.”


-가이드 보컬의 단점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수익이 적다는 점이죠. 예식장에서 축가를 부르면 10만~20만원을 받고, 보컬 레슨을 하면 시간당 5만~6만원을 받아요. 이에 비해서 가이드 보컬은 업계에서 유명한 분들을 제외하면 일도 많지 않아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직업입니다. 뿐만 아니라 가이드 보컬은 개성이 뚜렷하면 안 됩니다. 나윤권씨와 같은 무난한 스타일이 좋아요. 가이드 작업을 하면서 무난하게 부르다 보면 자신의 개성이나 장점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가수로 데뷔했던데 현재는 활동 안 하나? 현재 수입은?

"가수 활동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 앨범을 낼 생각은 있어요. 내년에도 낼 계획이고요. 현재 보컬 레슨 13개를 해서 월 250만~300만원 정도를 벌고 있습니다. 보컬 레슨이 주업이고, 시간 날 때 가이드 보컬과 결혼식 축가를 부르고 있죠."


-앞으로의 꿈은

"일본에 보컬 학원을 차리는 것입니다. 일본이 음악적인 수준은 높은 편인데 그에 걸맞은 보컬의 수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보컬 학원이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아서 틈새시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