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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예쁘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캠핑 마니아 열광시킨 제품

조회수 2020. 9. 21. 18: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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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디자이너의 텐트 제조 창업기
비전공 디자이너의 텐트 제조 창업기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캠핑 마니아 사이 입소문
정식 출시 전 한달 만에 1400만원 팔아

스타트업이 제조업으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시제품을 만들고 대량 생산하다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인력·자금이 부족해 개발이 더뎌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하드웨어는 어렵다(Hardware is hard)'고 말한다.


그라운드 커버 고은나래(32) 대표는 1인 기업으로 제조업에 도전했다. 그가 만든 제품은 텐트 ‘리틀하우스’. 기존에 없었던 감각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텐트 폴(지지대)에 여러 스킨(천)을 갈아끼울 수 있습니다. 캠핑 용품은 한번 사면 오래 쓰니까 나중엔 질려요. 텐트 스킨만 바꿔도 새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요.” 4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선 한달만에 1400만원 어치가 팔렸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제품 생산 전 아이디어를 공개한 뒤 일정 수량 이상 신청이 들어오면 만드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물건을 아이디어만 보고 사는 셈이다.


고 대표는 디자인도 경영학도 아닌 행정학을 전공했다. 전공자도 힘들다는 ‘제조업’ 창업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jobsN
고은나래 대표.

튼튼한데 예쁜 텐트


‘리틀하우스’의 디자인은 단순하다. 검정·빨강·하양·노랑 등 단색 위주다. ‘텐트’하면 떠오르는 알록달록하고 형광색 위주의 촌스러운 느낌을 깼다.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튀는 색을 쓰지만 막상 캠핑장에 가면 비슷해서 구분이 잘 안되요. 단색도 여러 채도가 있어서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어떤 소재로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릅니다.”


가격은 30만원 후반~40만원 후반대. 쉽게 구입할 만한 가격은 아니다. 캠핑 용품은 한번 사면 오래 쓰는 만큼 소재까지 깐깐하게 따져 사는 소비자가 많다. 감각적인 디자인이 특징이지만 제품을 설명할 땐 디자인을 강조하지 않는다. 

출처: 그라운드 커버 인스타그램
"인기 있는 제품은 검정색입니다. 캠핑에서도 분위기를 시크하게 연출하고 싶은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디자인은 보면 그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캠핑 용품 시장에서 본질은 ‘기능’입니다. 무슨 재료로 누가 만들었는지, 제품 스펙도 상세하게 써놓습니다. 사실 더 가볍고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요. 그런데 캠핑 마니아들이 마냥 가볍고 편한 것만 원하진 않아요. ‘캠핑 만족도를 높여줄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텐트 모양 중 안정성이 높다는 ‘A형’ 텐트다. A형 텐트는 튼튼한 대신 설치가 어렵다. 리틀하우스는 혼자서 3분 안에 설치할 만큼 간편하다. 무게는 2.9kg. 보통 텐트 안감은 메쉬를 쓰는데, 그라운드 커버는 모노필라멘트를 쓴다. 메쉬보다 구멍이 촘촘해 벌레가 들어올 걱정이 없다. 텐트 폴도 같은 가격대 제품에서 쓰는 소재보다 단가가 비싼 걸 썼다. 일반 알루미늄 합금에 비해 강도가 60% 높다. 하지만 훨씬 얇고 가볍다.


6월 정식 판매를 시작한 이후 10월까지 매출액은 6000만원이다. 입소문 난 리틀하우스 텐트는 최근 유니클로 CF에 등장하기도 했다. 협찬 한 것도 아닌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광고제작자가 맵시 좋은 리틀하우스 텐트를 쓴 것이다.    

0.1%만이라도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 대표는 20대 후반까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 방황 했다. 2007년 대학 졸업 후 새마을금고에 취직했지만 1년 만에 그만뒀다. 2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해외 여행을 했다. 귀국 후 의류·패브릭 디자이너로 일하는 친언니의 권유로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다. “언니 회사에서 행정 실무 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디자인을 배웠어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무아지경으로 집중했어요. 그때 디자인에 재능이 있다고 느꼈죠.”


고 대표는 평소 최소 장비만 챙겨 떠나는 ‘미니멀 캠핑’을 즐겼다. 2013년 디자인과 기능성을 강조한 돗자리 아이템으로 정부 창업지원사원에 뽑힌 적도 있다. 하지만 그가 창업한다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전문가도 아닌데 가능하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캠핑 용품 시장의 가능성을 믿었다.


캠핑 인구는 해매다 급증해 2017년 500만명을 넘었다(한국관광공사 자료). 캠핑용품 시장 규모는 2008년 200억원에서 2014년 6000억원대로 6년 만에 30배 성장했다. 캠핑용품 시장은 성장하는데 제품은 다양하지 못했다.


“기존 제품은 기능성에만 너무 초첨을 뒀습니다. 기능이 좋으면서 디자인도 예쁘게 할 자신 있었어요. 캠핑을 즐기는 연령대가 2030세대로 낮아지는데, 소비자를 만족할 만한 제품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고 대표는 텐트폴·스키폴 등을 만드는 회사 ‘연안 알루미늄’에 무작정 찾아갔다. “마침 영업부장님이 해외에 머물다 막 국내에 들어오셨어요. 제 제안을 듣고 같이 해보자고 했습니다. 젊은 사람이 뛰어든다니 좋게 봐주시고 같이 해보자고 하신거죠.”


수백장의 시안을 만들고 개발자와 의견을 조율하며 수정·보완을 거듭했다. 수시로 개발자와 전화하고 공장에 살다시피했다. “머릿 속에 원하는 모양이 있는데 뜻대로 잘 안됐어요. 텐트는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 손으로 일일히 작업해야 해서 까다롭더라구요.” 텐트도 일종의 건축물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중요했다. 캠핑 특성상 편리함도 놓칠 수 없었다. 디자인도 예뻐야 했다. 1년 동안 10여개 시제품을 만들어봤다. 어느새 텐트 전문가가 됐다.

출처: 그라운드 커버 블로그
텐트를 만드는 모습. "저와 함께하고 있는 텐트 개발자는 제 또래예요. 몇 안되는 젊은 텐트 개발자죠. 국내에 젊은 텐트 개발자가 거의 없어요. 만드는 게 까다롭고, 텐트 전문가들이 해외로 나가면서 국내에서는 맥이 끊겼거든요. 텐트를 만드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개발 도중 2016년 8월 창업진흥원의 지원사업에 뽑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00만원을 지원받고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았다. 방수 그늘막인 ‘루프하우스’도 개발했다. 출시 이후 캠핑 마니아들이 자진해 SNS에 후기를 남길 만큼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캠핑을 즐기는 연령대가 2030세대로 낮아진 만큼 고 대표는 젊은 캠핑 브랜드를 목표로 한다. “처음엔 ‘전공자도 아닌 내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불안했어요. 최근엔 생각을 바꿨어요. 내 생각에 공감하고 내 디자인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0.1%만이라도 있다면 잘하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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